EP.직업일기
"꼬마승무원! 요즘 한국은 어때? 위험하지는 않아?
너희 부모님이나 너의 생각은 어때?"
"아..저요? 사실 일하느라 바빠서..하하.
걱정하지마세요. 안전합니다. 보여지는 것보다
장점이 더 많은 나라이니까요."
"우와..그래? 외국인인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관심이 많아.
난 한국을 사랑하거든."
요즘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외국항공사에 근무하는 한국인승무원으로서 내 예상보다도 많은 질문과 관심을 브리핑룸에서 받고 있다. 그럴 때마다 참 난감하면서도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어떤 크루들은 자세한 상황을 영어로 설명해주기를 바라고, 어떤 크루들은 내 생각을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객관적인 상황 설명은 해주되 내 뚜렷한 생각을 묻는 것에 대해서는 "비행하면서 내 삶 살기도 바빠 죽겠어서 설명하기가 어렵네." 라고 허허허 웃으면서 말한다. 그러면 다들 "하긴...그렇긴하지. 외국에 살면 그렇지." 라면서 내 의도에 대해서 아는 듯 마는 듯하게 대답하고서는 다른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나간다.
예전에 한창 따듯한 봄 날 인천 비행을 갔었다. 호텔로 가는 길에 주말 시위가 열리는 걸 보고 다들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내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었다. 위험하지는 않느냐, 무슨 일때문인거냐 라면서. 그럴 때마다 한국인 승무원으로서 나의 임무는 상황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그들의 불안감과 걱정을 잘 안심시켜주는 것이었다.
한국에 대해서 물론 자국민인 한국인들의 관심도 높지만, 외국인 크루들의 관심 역시 매우 높다. 아무래도 우리만큼 한국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머무는 나라 사람들은 한국에 여행가는 것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관심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가끔은 인천 비행에 가는 승객들의 팩스 로드 (해당 비행 승객들의 탑승률)를 물어보는 승무원들도 많다. 심지어 다른 비행에 갔을 때,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나 한국 너무 좋아하는데 요즘에 가기엔 위험하지 않냐면서 무섭다고 그러는 승객도 만났었다. 단번에 알 수 있다. "본인이 불안하니까 한국 가기에 안전하냐, 아니냐." 가 이들 질문의 기본 마인드 셋이라는 걸.
방금도 설명했지만, 나는 외국항공사승무원으로서 중요한 건 한국을 대표해서 외국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승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즉, 그들의 고민, 걱정, 불안감에 대해 공감하고, 잘 설명해서 불안감을 안도감으로 바꿀 수 있는 의사소통의 능력이다. 그들은 정치색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다. 그냥 한국이 안전하냐, 안 안전하냐, 본인들이 놀러다니기에 좋냐가 그 관심일 뿐이지.
그럴 때마다 나는 내 경험과 생각을 비교해서 말한다. 가끔 미국이나 다른 서양권의 시위를 보면 폭력 시위도 시원찮게 많이 볼 수 있지만, 한국은 그러는 문화는 아니라는 걸 말이다. 노래와 함께 재치있게 그러면서도 질서를 지키면서, 선을 지키면서 시위하는 걸 유투브 영상에서도 볼 수 있다면서 설명하면서, 당사자들의 걱정에 안도감을 심어준다. 장점과 좋은 곳에 대해서 말해주면서 장난으로 "그보다도 너 인천가서 눈이 심하게 와서 너가 좋아하는 치킨이랑 맥주 못 먹으러 나갈 수도 있는거나 걱정하렴." 이라고 말하면 다들 깔깔거리면서 맞아,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말한다.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승객들과 크루들과 소통할 때에는 '도움을 위해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하면서도 풀어가는 능력' 이 중요하다. 최근에 이런 의사소통에 대해 참 난감한 비행이 하나 있었는데 다음에 풀어보겠다.
아무튼, 외국항공사 한국인 승무원으로서 일하면서 요즘 의사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심지어 가끔 이런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 설명할 때 느끼는 나의 영어 부족성 역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