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비행일기
"꼬마승무원! Are you from Seoul? (너 서울에서 왔어?)"
"No! I'm from Pyongyang. Do you know where it is?
(아니! 나 평양에서 왔는데? 너 평양 어딘 지 알아?)
"Ah...Pyongyang..? Where?
(어? 평양..? 어딘데?)
"North Korea. Bro, I'm North Korea city girl."
(북한! 야, 나 북한 시티걸이야.)
"OMG, hahaha. You surprised me!!"
(엄마야, 하핳. 놀래키네?)
"Haha, just kidding. I'm from Seoul! I'm city girl~"
(히히, 장난이야. 나 서울에서 왔어. 시티걸은 맞지)
외국인 크루들에게 항상 어디서 왔냐는 질문은 매 비행마다 꼭 받는다. 한국인 승무원이라고하면, 어디 출신인지 묻는다. 서울? 부산? 제주? 이러면서 본인들이 아는 한국의 도시 이름은 다 물어본다. 그러면 한국인 승무원들은, 나를 포함해서 다들 위와 같은 장난을 꼭 쳐 본 적이 있다. 매번 받아서 너무나도 지겨운 질문에 재치있게 대답하는 장난인 것이다. 간혹 서비스가 끝나고 비행 중간에 저렇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장난으로 나 평양에서 왔어. 너 평양 알아? 라고 말하면 잘 모르는 크루들은 평양? 어딘데? 라면서 진지하게 물어본다. 그러고 노스코리아 라고 말하면 다들 장난인 걸 알고 웃으면서 재밌다면서 깔깔거리며 말한다.
브리핑룸에서도 그렇다. 간혹 사무장님께서 한국인 크루들에게 "너 북한에서 왔지?" 라고 하면,장난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yes" 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다들 웃으면서 리얼리? 라면서 말한다. 서로가 처음 보는 얼굴이라 긴장과 피곤이 역력한 브리핑룸에 웃음꽃이 순간 활짝 피면서 그나마 긴장감이 풀리는 순간이다.
요즘따라 일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일하는 중간중간 이렇게 재밌고 웃는 순간이 정말 소중하구나 싶다. 그리고 이런 순간이 일하면서 얼마 안된다고 생각되고 말이다. 누구나 다 '일'을 통해서 본인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뭐, 비록 아무리 나 자신이 원하고 택해서 지금 이 일을 한다지만...돈을 버는 과정과 일에서 겪는 소소한 사건들이 가끔은 우리를 참 지치게 만든다. 그런 와중에 중간중간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장난치면서 웃고 떠들며 말하는 것이 참 소중하고 내게 잠깐의 여유를 준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내게 있어서 저런 말장난이란, 타인을 위한 것도 있지만, 나를 위한 것도 있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 긴장도 풀게 되고 여유도 얻게되는 거랄까. 그리고 크루들과 라포도 쌓게 되면서 인간적인 매력도 어필하고, 다음 번 비행에서는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만약에 이 글을 읽고 있는 승준생이 있다면, 용기 내기 참 힘들고 두렵겠지만, 면접 중간에 기회가 된다면 너무 많이는 말고, 딱 한 두번만 이렇게 면접관에게 말장난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면접관에게 하기 어렵다면, 옆에 함께 면접 대기하는 면접자에게 하는 것을 추천한다.
흔히 "농담" 과 "말장난" 이라는 건, 그 상황에서 여유가 있는 사람이 많이 하기 마련이다. 긴장되는 상황에서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 말장난을 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렇기에 내가 면접관에게 말장난을 건네다면, 아마 면접관은 사람 냄새를 맡고 당신에게 친근함과 더불어서 경계의 벽을 다른 지원자들보다는 많이 허물 것이다. 그리고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겠지. 결국 면접관들도 회사에서 보낸, 나중에 함께 일해야하는 동료이니깐 말이다. 특히 승무원 면접은 그렇다. 모든 면접을 사람 대 사람, 나의 매력으로 승부를 봐야하니깐 말이다. 나도 최근에 다녀온 4섹터 비행에서, 첫인상은 굉장히 무섭고 까칠해보였던 사무장님을 만났다. 근데 브리핑룸에서 말장난과 재치로 모든 크루들을 웃기게 만드는 그를 보고 아직 비행하기도 전인데 나도 모르게 '저 사람, 참 괜찮네. 다음에 또 만나서 비행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잠시나마 나의 선입견을 깨부수고, 그 사무장은 사람으로서 긍정적인 호감을 얻은 것이다.
말장난이란 선만 잘 지킨다면 그 효과를 탁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다음에도 내게 어디서 왔냐고 묻는 크루에게 말할 것이다. 아임 프롬 노스코리아, 평양 시티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