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비행일기_뉴질랜드 오클랜드
거의 한 1년 만에 뉴질랜드 오클랜드 비행에 다녀왔다. 너무 덥지도, 그렇다고 너무 춥지도 않은 아름다운 날씨였다. 작년에 오클랜드에서 크루즈를 타고 돌고래와 고래를 보러 떠났었던 추억이 있었다. 해서 이번에는 호빗 마을과 야간에 반딧물이 동굴 보트를 타러 갈까 했지만, 너무 빠른 시차에 정신을 못 차림과 더불어 예상보다 비싼 물가로 인하여... 이번에는 포기하고 호텔 근처만 돌아다니기로 결정하고 편안한 일정을 마무리했다.
오클랜드 비행은 베이징 비행을 끝으로 1년 만에 함께 다시 비행으로 만난 동기 비행이었다. 동기 비행은 맘이 다른 비행보다도 편하고 좋다. 함께 힘든 트레이닝을 거치고 졸업을 했던 우리. 지난 베이징에서는 아직 비즈니스 트레이닝을 받기 전의 우리였지만 벌써 시간이 흘러 얼추 시니어가 되었다. 그리고 내 동기는 오래 사귀던 남자친구와 드디어 결혼을 했고, 해당 비행은 동기 남편까지 함께 한 비행이라 더욱 특별했다.
특별한 비행만큼 함께 일 한 모든 크루들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특히나 사무장님이 푸근한 곰돌이 푸우 같은 인상에 귀여우셨는데, 귀여운 인상 만큼이나 뭐든지 칭찬해주시고 맘이 너그러우셨던 분이었다. 이런 넓은 마음을 가진 사무장님도 빡치게 만든 어른아이 같은 승객이 하필 오클랜드에서 다시 돌아갈 때 내 존에 계셨다.
물론, 해당 사무장님을 빡치게 만들기 이전에, 그 어른아이 같던 인도 승객은 나를 개빡치게 만들었다. 비행하면서 이렇게 화가 날 정도의 승객은 없었는데 처음으로 이런 류의 승객을 마주하였다. 바로 말 바꾸고 우기기 기술을 선보였던 것이다. 해당 승객은 계란이 있는 식사 메뉴를 원하셨다. 하필이면 한정되어 있던 메뉴 갯수로 인해서 해당 계란 메뉴는 이미 솔드 아웃이었던 상황. 승객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더 이상 남아있는 것이 없으니 다른 것은 어떤지 넌지시 권유드렸다. 그러자 그 승객은 말귀를 못 알아들으셨고, 그냥 계란이면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머지 메뉴들도 계란이 있던 건 없었다. 때문에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리고 다른 승무원들과 다 체크했지만, 계란이 있는 다른 메뉴들도 없다고 말씀드렸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니 그러면 빵과 에피타이저를 달라고 하셨고, 바로 드렸다. 추후 따로 언급이 없길래 그 손님으로 인해 지체되었던 서비스를 위해서 발빠르게 움직였다. 물론 사무장님과 다른 크루들에게도 말했고. 그렇게 서비스 진행 중에, 갑자기 그 계란 아저씨가 나를 멈춰세웠다. 그러고 그는 내게 빡빡 우기면서 말했다.
"내 계란 메뉴 어딨어? 나 기다리고 있잖아.
니가 다른 계란 메뉴 찾으러 간다고하고 사라지고선 안 왔잖아."
이 무슨 뚱단지같은 소리인가. 이미 죄송하다고 설명도 드렸고, 계란으로 된 다른 메뉴가 없다고 이미 두 번이나 말씀드렸다. 그러곤 됐다며 빵과 에피타이저만 달라던 그는 갑자기 저렇게 말했다. 답답했다. 입 밖으로 나오려는 화와 욕을 참고 참아 다시 그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까 설명도와드렸는데, 계란 메뉴가 없습니다. 제가 그래서 빵과 에피타이저를 전달드렸는데, 아마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제가 혹시 모르니 계란 메뉴가 있나 더 체크하겠습니다 라 말했다. 그러자 그는 어이없다는 듯이 비웃으면서 아 됐다면서, 빵이나 더 주고, 잼도 맛이 없다면서 다른 것으로 달람과 동시에 커피도 너무 차갑고 맛이 없다면서 따박따박 컴플레인을 시전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혼자 조용히 한숨을 쉬고서는 오케이 하고서는 떠났다. 그렇게 사무장님과 다른 크루들에게 해당 상황을 말했고, 상사들의 조언으로 어찌저찌 대안책을 찾아냈다. 그리고 불행 중 다행으로 한 승객이 계란 메뉴를 안 먹겠다고 하셨다. 여분으로 생긴 계란 메뉴를 들고서, 그리고 빵과 다른 맛의 잼을 가지고 다시 그에게 갔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승객께서 계란 메뉴를 거절하셔서 제가 준비했습니다. 괜찮으시겠다면 드시겠습니까?"
그러자 승객은 아 됐다면서 "I don't have any appetite." (나 먹고싶지않아.)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잼이랑 커피나 빨리 달랬다. 힘들게 준비했건만 이제 와서는 먹고 싶지 않댄다. 단번에 알아봤다. 삐졌네...
그렇게 다시 음식을 들고 사무장님께 가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냐면서 물어보셔서 하나하나 설명을 드렸다. 그랬더니 그는 나처럼 어이없어하시며, 내게 너무 신경쓰지말고, 깊게 숨을 3번을 쉬라고 말하셨다. 항상 비행에는 그런 다 큰 성인이면서 어린아이처럼 말 바꾸면서 땡깡부리는 승객들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고생했다고 말씀주셨다. 내가 볼 땐 그냥 배는 부르고 괜히 땡깡부리는 것 같다고 말하셨는데, 공감했다. 진짜 그 메뉴를 배고프고 원했다면...내가 어렵게 준비해 온 메뉴를 덥석 고맙다면서 받아주셨을 것이다.
그의 조언대로 깊고 큰 한숨을 3번을 쉬고나니 그나마 좀 나아졌다. 열불나서 올라오던 욕도 그나마 가라앉았다. 정말 이럴 때 녹음기를 하나 키고 다녀야하나 싶다. 처음에는 알겠다고 말하다가 갑자기 저렇게 말을 바꿔서 승무원들을 난감하게 만드는 승객들이 참 많다. 그러고서는 승무원들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니면 이렇게 음식으로 승무원들 참 난감하게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음식 아니면 죽어도 안된다는 듯이 말해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고생해가면서 찾아왔더니만 갑자기 보더니 안 먹겠다는 사람도 많다. 그럴 때는 참 허무하다. 이것이 진정한 똥개 훈련인가...하면서 말이다.
내가 저번 글에 승무원에게 중요한 건, 도움에 있어서 차분하게 상대방을 설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의사소통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의사소통의 중요성과 방법이 참 중요한 것이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하다. 나를 지키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듣고...바꾸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음식 뿐만이 아니라, 좌석과 관련해서도 그렇고 사사로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이러한 것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생겼을 때 바로 상사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상사에게 명확하고 차분하게 말이다. 특히나 외국인 크루에게는 이런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이라고 영어를 잘 못 한다고 생각해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내가 잘못해서 된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 아닌 의심을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외국항공사승무원으로서는 나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제일 필요하겠다.
이렇게 비행이란... 다 큰 성인 아기들을 키우는 것 같다며,나이 50살 먹은 변덕스러운 아기는 다시는 안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오클랜드 비행을 마무리했다. 음... 오클랜드 비행은 굳이 더 이상 안 가도 될 것 같다. 당분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