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비행일기
"세상에, 너 애기 엄마였어? 너 너무 날씬해서 나 전혀 몰랐어."
"하하, 정말? 나 애가 3명있어. 큰 애는 6살이고 나머지는 4살, 2살.
나 나이도 많아."
"진짜 대단하다. 애 낳고나서 몸매 관리하기 힘들었지 않니?
애 낳기 전 몸매로 돌아가서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는 게 참 힘들잖아."
"맞아. 그래서 애 낳고나서 매일 1시간씩 산책하고, 엄청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노력 많이 했어. 안그러면 애들 키울 수가 없으니깐."
"역시...엄마는 강하다."
비행을 하다보면, 엄마인 승무원들을 굉장히 많이 만나게 된다. 참으로 엄마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는 어렵다.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는 반지를 보면 대충 눈치챌 수야 있다만, 애가 있는지 아닌지는 참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나는 항상 엄마인 크루가 항상 본인이 애가 있다면서 말을 먼저 건네서 알게된다.
엄마인 승무원들을 개인적으로 참 존경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애기를 낳고나면 분명히 눈에 띄는 외관상의 신체 변화는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까지 있을터인데... 그걸 한정된 시간 안에 엄청난 노력으로 애 낳기 전의 몸으로 되돌렸기 때문이다. 그래야지만 유니폼을 입고 다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받아주고 말이다. 비록 아직 결혼도 안했고, 애 생각이 없는 나이지만 벌써부터 엄마 승무원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얼마나 힘든 싸움을 했을 지... 고생 참 많이했겠다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독함(?)이 있으니까 애 낳기 전 몸매와 체력을 만들고, 다시 빡센 승무원으로 일하기를 결정하고 다시 하늘을 날으는거라 생각한다. 분명 힘든 비행이 끝나고 집에 가면, 피곤에 찌든 몸으로 다시 아이들을 육아해야할 텐데.. 대단한 체력과 정신력을 가졌음에는 틀림없다. 역시 엄마는 대단하다.
이전에 중국 베이징 비행에서 함께 일하게 된 사번이 한참 높은 승무원 역시 애엄마였다. 그녀는 애가 이제 2살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렇게 날씬한 몸매로 다시 만들고서는 복직했다. 보통 애를 낳고나선 애기를 육아하거나 다른 일을 하려고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다시 승무원으로 일하게 된 계기가 뭔지 넌시지 함께 차를 마시면서 물어봤었다. 그리고 그녀는 웃으면서 말하기를,
"집에서 애만 보는 거 지겨워서. 아마 다시 복직한 애엄마 승무원들은 대부분 나랑 같을걸? 이렇게 자유롭게 비행하다가 집에서 애만 보면 정말 비행이 그리워. 넌 아직 모를거야. 한창 일할 때는 지겹고 몸이 피곤해서 힘든 지긋지긋한 비행이 그립다니까. 집에서 애만 보느니 차라리 비행하면서 애기 보는게 나아. 정말이야. 비행이 나에게 자유를 주는거지."
간혹 전현차 카페를 통해서도 보면, 전직 승무원인데 결혼 후 애기를 낳고 집에서 전업주부가 되면서 비행이 너무 그립다는 글이 있다. 자유로운 삶, 애기 보기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 그런 삶. 그런 전직 승무원 엄마들의 글이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순간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었다. 생각해보니 나 같아도 그럴 것 같았다.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해외다니면서 지냈는데 집안에서 답답하게 있어야 하는 본인의 현재 모습이 승무원 시절과는 많이 반대되니 참 생각이 많이 나겠다 싶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글을 봤는데, 승무원 출신인 아내가 임신하면 힘든 이유가 임신하면서 먹고 싶은 음식이 하필이면 태국 현지 맛집에서 먹던 똠양꿍이라던지... 스페인 바르셀로나 맛집에서 팔던 먹물 빠에야라던지... 그렇게 해외 유명 맛집 현지음식이 그리워서 먹고싶다고하면 참 남편들이 난감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참 재밌었다. 애기 생각이 없지만, 혹여나 사람 일은 모르는거니까 애가 나도 생겨서 임신하면 그럴려나? 싶기도하다.
아직은 결혼도 안했고... 애기 생각도 없어서 엄마가 되어 비행이 그리울 시기까지 상상하기는 솔직히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굳이 엄마가 아니더라도 비행이 그리울 시기는 분명 내게 다가올 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모르지? 나도 승무원으로 계속 일하게 되면서 엄마 승무원이 된다면, 그 누구보다도 아기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강한 엄마 승무원이 될 수도 있는 거고? 과연 그런 날이 내게도 올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정말 분명하다. 엄마는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