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직업일기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무안공항 참사. 해당 소식을 접하게 됐을 당시, 나는 일본 도쿄 비행 레이오버 중이었다. 밤을 새서 도착한 터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바로 잠에 들고 눈을 떴을 때,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주변인들로부터 관련 동영상과 뉴스 소식을 영상 공유로 수 많은 알림들이 내 핸드폰 화면을 가득 채웠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뒤 가슴 한 쪽이 너무 먹먹해졌다. 그러곤 나는 배를 채우러 나갈 준비를 하면서도, 2시간을 식당 앞에서 줄을 서는 중에도, 밥을 먹고 다시 호텔로 되돌아가는 순간에도 핸드폰 화면에만 눈길을 준 채로 안타까운 소식을 계속 보고 또 봤다.
두 명의 승무원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 중 살아남은 남자 승무원에 대한 뉴스 영상을 봤는데, 그의 답변이 참 내 맘을 더 크게 아리게 만들었었다. 사고 당시 순간에 대한 기억은 블랙아웃으로 인해 나지않지만, 병원 관계자들에게 승객들의 탈출을 도와줘야한다,구해야한다며 그야말로 승무원 그 자체로 뭉쳐진 대답을 했다는 그. 그와 관련된 영상을 보면서 참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생각들과 감정들이 내 심장과 가슴 저 깊숙한 곳을 꽉 진 주먹으로 두드리는 듯한 미세한 통증과 함께 다가왔다. 현직으로 일하는 입장으로서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과연 그런 상황 속에서 나는 진정 그와 같은 대답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것. 둘째, 승무원으로서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고,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얼마나 클까라는 것. 셋째, 그런 죄책감으로 인해 오는 평생 지고가야할 트라우마. 다른 것보다도 그 날 함께 웃으면서 보딩을 도와주고, 서로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그 날의 순간 순간을 함께 한 모든 사람들과 동료들이 한 순간에 사라진 격이니 그 얼마나 상심이 크고 큰 충격으로 다가올 지...
소방관 등 다른 몇몇의 직업군처럼, 승무원 역시 죽음과 밀접하다고 볼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승무원의 월급에는 생명수당도 있다. 비록 비행기 사고가 빈번한 횟수로 자주 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한 번 사고가 터지면 정말 크게 나는 것이 바로 비행기이다. 비행기 사고 역시 여느 다른 사고들처럼 정말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다. 하물며 비행 중에 흔들리는 터뷸런스(기내 난기류) 역시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휘몰려오면, 간혹 너무 흔들려서 무섭다는 느낌을 주는데 말이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같은 한국인으로서 비록 각자 다른 하늘 아래에 있지만 하루종일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 내가 워낙 감정적이고 감정이입을 잘하는 사람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요즘도 일할 때마다 다른 어떤 날들보다도 생각이 참 많다. 도쿄에서 다시 돌아올 때, 기장님들과 승무원들 모두 무안공항 참사와 관련해서 이미 영상과 뉴스를 다 접한 뒤, 같은 승무원으로서 마음이 본인들도 너무 무겁다면서 깊은 유감을 표현했었다. 다른 국적의 승무원들도 그런데, 하물며 같은 국적인 한국인 승무원들은 심정이 어떠랴싶다.
30여년을 넘게 무사고로 비행을 하는 선임들을 보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렇게 오래 일하는 것도 어쩌면 천운일 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말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큰 사고가 난다면 그건 정말 어쩔 수가 없구나 싶으면서도 비상상황 시 내가 승무원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생기면 정말 미친듯이 최선을 다해 죽을 각오로 사람들을 구조해야겠다는, 처음 승무원으로 일하게되면서 다짐했던 사명감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언제나 내가 만나는 승객들과 동료들에게 좋은 기억들만 심어주고자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말이다.
그러고 이번 사건을 통해서 승무원이라는 직업관에 대해 다시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나 뿐만이 아니라 승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직업관에 대해 고민해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거라 믿는다. 승무원은, 단순히 유니폼을 입고 세계를 날아다니는 직업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예상치 못한 비상 상황에서 본인 먼저 느껴지는 죽음이라는 두려움과 극한 상황에서 인간도 동물이기에 당연히 느끼는 스스로 먼저 탈출하고 싶다는, 그런 이기심마저 이겨내고 어느 순간에서도 한 명이라도 더 구하겠다는 사명감이 우선인 직업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