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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e Best! Dobby is free

EP.마음일기

by 꼬마승무원

"Hey,guys. This month is my last time working as a cabin crew. It was my great honour to experience this long journey with you all. Always safe flight!"

(얘들아, 이번달이 내가 승무원으로 일하는 마지막 달이야. 길다면 긴 여정을 너희들과 함께해서 좋았어. 항상 건강해야해!)

"Hip hip hoorey!! Dobby **is free, bro!! All the best!"

(워후, 축하해! 도비 **는 자유네!! 화이팅!!)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승무원으로서의 여정을 올해 12월 31일부로 마무리한다며 깜짝 소식을 들고 나타난 같은 배치의 남자 동기. 그의 메세지로 인해서 조용했던 우리 배치의 단톡방은 금세 시끌시끌해졌다. 왜 벌써 금방두냐며 다들 아쉬워했지만, 금세 우리들은 그의 밝은 미래와 이보다 더 나은 규칙적이면서도 행복한 미래의 삶을 응원했다. 나는 해리포터의 양말 집요정, 도비를 빗대어서 그에게 도비는 자유라면서 축하한다고 말을 건넸다. 그런 그는 모든 이들의 축하와 부러움(?)을 받았다. 우리 배치 중에 처음으로 그만두는 그를 보면서 사실 우린 다 알고있었다. 재능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누구보다도 지금보다 더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던 그는 오래 일하지 않을 거라는 걸 말이다. 그렇게 처음으로, 가까운 사람이 그만둔다.

참 감사하면서도 고마운 친구였다. 남자였지만, 그 어떤 누구보다도 예쁘고 빛나는 깊은 쌍커풀에 예쁜 눈망울을 가진 인도계 남자인 동기였다. 우리 한국인 동기들이 해외에서 홀로살이를 시작하고, 힘든 트레이닝을 겪어나가는 동안 그래도 옆에서 잘 도와주고 이끌어주려 말도 많이 붙여줬던 친구였다. 사실 이 친구는 승무원으로 일하기 전에, 큰 키와 좋은 비율로 모델로 일도 했었고 실제 영화배우이기도 했다. 넷플릭스인가 어느 영화인지 드라마에 대사도 치면서 연기도 하는 다재다능한 그이다. 그런 재능처럼 머리도 참 좋은 친구였다. 그런 친구 다들 주변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공부는 안하는데 뒤돌아보면 항상 만점 받는 친구...? 이 친구가 그랬다. 전혀 긴장도 안하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행동했어도, 항상 똑똑하게 상황을 유연하게 잘 처리해서 칭찬받는 친구. 워낙 다재다능해서 그런지, 그는 이 회사를 다니는 걸 참 힘들어하면서도 오래 다니지 않을거라면서 심심찮게 우리에게 말하곤 했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스케줄근무이고 해외를 자주 나다니기에 참 자유롭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스케줄 속 시간에 맞춰 살기 때문에 자유로운 것과는 반대로 제한되고, 얽매여산다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재능이 많은 만큼, 자유를 원하던 성격의 내 동기에겐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국가와 회사에서 살아남고 항상 비행기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한정되어 일하는 건 참 답답했을거라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그의 결정이 이해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참 씁쓸하면서 부러웠다.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함께한 사람이 떠나간다는 씁쓸함,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린 그의 단호함과 강단이 부러웠다.

나는 선택이란 참 용기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퇴사란 더 그렇고 말이다. 또 다른 시작과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본인의 삶을 위해, 두려움과 미련을 이겨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굉장한 용기가 퇴사에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나이기에 그런 그가 맘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이렇게 내 추억을 함께한 별 하나가 본인의 길을 위해 떠나갔다. 앞으로 하나 둘씩 내 추억 속 별들은 각자 또 다른 색의 빛을 내기 위해서 떠날 것이다. 씁쓸하지만, 난 잘 알고 있다. 어느 곳으로 가든 나와 함께한 별들은 다 좋은 별들이기에, 더 활짝 빛나고 아름다운 빛으로 각자의 세상을 밝힐 거라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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