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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만 봐도 우린 책의 내용을 알 수 있다

EP.비행일기_미국 샌프란시스코

by 꼬마승무원

"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입니다. 이 비행 탑승하게 됐는데, 이코노미에서 탈 거에요. 이 비행기 탑승하는 승무원들 맞죠? 사무장님 맞죠?"

"아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입니다.

제 크루들이 잘 챙겨드릴거라 믿습니다."

"그러면 추후에 뵙겠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기위해서 대기하던 중에 옆에서 사무장님께 갑자기 다가와서는 악수를 청하고는 대화를 거는 인도인 승객이 계셨다. 사무장님을 포함해서 다같이 그를 보고서는 혹시나해서 VIP인가 싶었다. 허나 얼추 엿들은 그의 이름은 VIP 리스트에는 없었다. 순간 그냥 우리 회사를 좋아하거나 이전에 일했던 동료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갑자기 등장했다가 사라진 그를 뒤로하고, 비행기 준비가 완료되었으니 탑승하라는 지상 직원분들의 안내에 따라 함께 우르르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었다.

비행 준비를 다 마치고선, 사무장님께서 "이제 승객들 탑승 안내합시다. 이코노미에 휠체어 승객들 및 도움 필요하신 분들 먼저 탑승하니까 문에 와서 대기하세요."라는 안내방송을 하셨다. 종종 빠른 걸음으로 달려서 문으로 가니, 아까 사무장님께 악수를 청한 건장한 인도인 승객이 보였다. 이에 밝게 웃으면서 자리로 안내해드리고 짐도 끄는 것을 도와드리려고하니, 그는 괜찮다면서 극구 도움을 거부했다. 휠체어를 탔는데, 도움이 필요없다니? 일단 뭐 알겠다고 말하고 잠깐 뒤로 가 있었는데, 걷는거며 짐을 올리는거며 아주아주 건강하셔서 도움따위는 정말 1도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그는 일반 승객들처럼 알아서 잘 자리에 착석했었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착석하고 캐빈 안을 왔다갔다하면서 이륙 준비 및 승객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그 인도인 승객이 나를 멈춰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내게 "아까 도와주려는 거 고마웠어. 근데 난 괜찮았어. 그래서 안 도와줘도 괜찮다고 한거야. 나중에도 나는 안 도와줘도 돼." 라고 말했다. 그래서 웃으면서 알겠다고 말을 했다. 그렇게 나는 '그렇다면 왜 휠체어를 탄 거지..'싶은 의구심을 잔뜩 심은 채 그를 뒤로하고는 내 일을 했다.

이륙 준비 중, 승무원들은 안전을 위해 승객들에게 usb포트 단자에 꽂혀 충전 중인 것들을 다 제거해달라고 부탁한다. 이륙 중에 불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위험 요소들을 다 제거하는 것이다. 오지라퍼 인도인 승객 역시 충전 단자를 꽂고 있길래 조용히 다가가서 "죄송한데, 이륙을 위해 충전기 제거 좀 해주실래요?"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그는 대뜸 예민하게 내게 "이거 핸드폰에는 안 꽂혀져있고, 충전 중도 아니야. 그냥 꽂혀있는거야. 못 믿겠으면 내가 보여주리?" 라며 짜증 섞인 말투로 말하는 것이다. 굳이 긁어부스럼 만들기도 짜증나서 난 아무 말없이 그에게 됐다는 신호로 눈을 감은 채 손을 도리도리하며 손바닥을 보였다. 그러곤 조용히 내 크루싯으로 갔다.

정신없는 서비스들이 다 끝나고, 잠깐의 쉬는 시간에 갑자기 부사무장님이 우리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모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다들 모였는데 다른 건 아니고 손님에 관한 거라면서 공유할 게 있다 하셨다. 그리고 그 손님은 아니나 다를까 오지라퍼 인도승객에 관한 것이었다. 서비스가 끝나고, 그는 잠시 볼 일이 있어 내가 일하는 존에 오신 우리 사무장님을 중간에 붙잡고서는 피드백 줄 것이 있다면서 이것저것 말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건 참 다양했다. 우선, 그가 받은 음식이 맘에 안든다는 것. 밥은 생각보다 맛이 슴슴했으며, 에피타이저도 푸석푸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륙 준비 전에 나를 포함해서 부사무장님, 선임까지 한 4명 정도가 충전 단자를 제거해달라고 했나보더라. 그래서 같은 말을 4번은 들으니 짜증났다면서 승무원들이 'Observation' 스킬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더란다. 또한 방금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 안이 참 더러워서 이게 바로 세계최고의 항공사가 맞냐면서 그랬다는 것이다. 그가 건 말들을 전달한 부사무장님의 말에 다들 어이가 없다면서 토로했다. 부사무장님도 짜증난다면서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되, 이런 스타일의 사람이니 다들 그냥 최대한 조심하자면서 말씀해주셧고 다들 알았다고 말했다.

음식 피드백이야 그렇다지만, 나머지들은 참... 어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어쩌랴. 그의 말을 듣고서는 나는 "가서 화장실 청소 줜나 열심히할게."라고 말했더니 다들 웃었다. 그리고 그가 도움이 필요하지도 않은 데, 휠체어를 탄 이유는 바로 휠체어를 탄 승객들은 제일 먼저 탑승하기 때문이다. 즉 기다리기 싫고 본인이 제일 먼저 타고싶으니 휠체어를 탄 것이고, 아니나 다를까, 본국에 내릴 때쯤 되니 그는 휠체어 서비스가 필요없다고 말을 했다. 왜냐? 휠체어를 탄 승객들은 다른 승객들이 다 내린 뒤에 지상직원에게 인계받아야해서 제일 마지막에 내리거든. 그러니 제일 마지막에 내리기 싫어서 거부한 것이다. 이런 승객을 말로만 들었는데, 처음으로 마주하니 참 어이가 없었다. 실제로 후배 승무원에게 들으니, 이전에 본인 비행에서는 인도인 가족 전체가 다 휠체어를 타고 왔는데 이 오지라퍼처럼 맨 처음으로 타고 싶어서 그런거라고 했었다. (이런 행동은 특히 인도인들에게 참 빈번하게 일어난다...)

위의 피드백 뿐만 아니라 계속 된 컴플레인으로 시비를 거는 오지라퍼 인도인 승객을 보면서 느꼈다. 이 사람의 행동을 보니 참 그 동안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삶을 살아오고 승무원들을 대했을 지 말이다. 결국 우리는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 건, 바로 회사로부터 그리고 사무장님으로부터 뭔가 얻어내고 싶어서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한 두번의 비행으로 얻어낸 것이 스킬이 아니다. 우리 비행, 항공사 뿐만 아니라 다른 항공사에서도 분명 그랬으리라 생각되었다. 오늘의 제목처럼, 그의 행동과 말을 통해서 나와 크루들은 그가 살아온 행동, 다른 승무원들에게도 어떻게 행동했을 지 알 수 있었다.

이전부터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면서 느꼈고,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끼고 확 와닿는 말이 있다. 바로 "그 사람이 살아온 삶,성품은 인상과 행동으로 은연 중에 드러난다." 라는 말이다. 깐깐하고 성품이 못 된 사람들은 유순한 사람들에 비해 어딘가 인상에 그 깐깐함과 불편함이 내 눈에 잘 보였다. 불평불만도 많았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못했다. 본인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에 아무렇지 않겠다만 말이다.

우리는 책의 표지만 보고서도 그 책이 어떤 내용일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유해보면, 난 책의 표지가 바로 우리의 인상이며 행동이고, 책의 내용은 결국 우리가 살아온 삶과 성품이라 생각한다. 비록 책의 표지는 하나이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처럼 말이다. 간혹 'Don't judge the book by it's cover' 처럼, 너무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가끔 we can see the stories by it's cover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책의 표지가 너무 화려하거나 단순해서 실제로 내용을 보고선 '반전매력'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좋은 느낌의 반전매력을 줄 지, 나쁜 느낌의 반전매력을 줄 지는 온전히 내게 달려있다.

오지라퍼 인도승객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이렇게 스스로 다짐하면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한다.

'의도치 않게 보여주는 내 말과 행동이 내 전부를 보여줄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하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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