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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승무원의 참맛이지!

EP.비행일기_스위스 취리히

by 꼬마승무원

"세상에...이게 바로 승무원의 참 맛이지. 이래서 비행에 중독되지 말라는거야. 근데 너무 행복하다. 이럴려고 승무원 되는 거지. "

최근에 다녀왔던 스위스의 취리히. 날씨는 독일의 옆 나라답게(?) 짙은 안개가 많이 껴있었다. 하지만, 안개따위 내겐 1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위스라는 나라는 처음이지만, 아무래도 언어가 가능하다보니 편하게 혼자서 자연을 둘러보자면서 이른 아침에 기차를 타고 바삐 혼자 나갔다. 그러고나서 도착한 유명한 스위스의 관광도시, 인터라켄.

인터라켄 ost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자연의 아름다움과 저 멀리에서도 눈에 띄게 보이는 설산에 순간 나도 모르게 어린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가 얼굴 가득 피었다. 그러곤 이 글의 시작을 알리는 말처럼, 나도 모르게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큰 목소리로 저렇게 말했다. 이게 바로 승무원의 참 맛이지....이럴려고 승무원 하는 거지라면서 말이다.

승무원들마다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를 즐기는 방식이 개개인마다 참 다르다. 나의 경우에는 길거리를 먼저 돌아다니면서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한다. 그리고나서 자연 환경, 박물관 등의 유명한 것들을 다 체험하려고 아둥바둥 기를 쓰는 스타일이다. 익스트림하고 즐거움을 쫓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조용하고 정적이게 그 나라를 탐험하는 것을 선호하면서도 자연과 동물이 함께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반면에, 어떤 크루들은 음식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어느 나라를 가든, 해외에서 장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 나라의 특산물과 음식들을 먹는 것을 포커스로 두고 그곳을 중심으로해서 여행을 계획한다. 그리고 무조건 하루의 마무리로 슈퍼에 들려서 여러가지 그 나라의 식재료들을 사는 것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서, 이탈리아에서는 무조건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꼭 사간다거나, 호주에 들려서는 마카다미아 꿀을 산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반대로 어떤 크루는 쇼핑에 미쳐있다. 어느 나라를 가든 옷을 꼭 하나씩은 사는 크루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성격들이 모인 회사답게, 새로운 국가를 즐기는 방법도 참 각양각지이다.

각 나라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느끼는 감정이 바로 내가 언급한 것이다. 바로 '이럴려고 승무원 했지...이게 바로 승무원의 참맛이지.' 라는 것이다.

짧으면 짧은 5-6시간의 비행 혹은 길면 17~18시간의 비행을 넘나들면서 겨드랑이에 땀이 차도록, 화장이 다 벗겨지도록 서비스를 끝내고 승객들을 안전하게 하기시키고나서 딱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우리는 서로 고생했다면서 격려한다. 전쟁터같은 비행기 안에서 발을 내딛고 해외에 딱 발을 내딛는 순간, 드디어 도착했구나싶은 안도감과 더불어서 설레임이 찾아온다. 그리고 이런 설레임과 참으로 고생한 내게 보상을 주는 순간이 바로 해외에서 맘껏 내 자유시간을 즐기는 레이오버이다. 호텔 투숙비용도 없고, 그저 내가 먹을거 하고싶은 거 즐길 거만 돈을 투자하면 되니까 돈 걱정도 덜 수 있다. 그러면서 즐기는 이 모든 순간순간이 참 행복하기도하고 어쩌면 과분하다고도 느낀다.

해외에 가는 순간마다 위의 감정을 느끼지만, 특히나 나는 새로운 나라에 가면 이 승무원 참맛의 쾌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특히나 그 나라가 자연이 아름답다고 소문난 곳이라면 말이다. 아, 스위스의 자연경관은 아름다웠지만 물가는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아무튼, 스위스 취리히에서 느낀 승무원의 참맛을 행복하게 느끼고 나는 글을 작성하고 있다.

다음은 어디로 승무원의 참맛을 느끼러 갈까? 내가 느끼기엔 최근 들어서 내 스케줄이 나쁘지 않았기에 이젠 좋은 곳에 갈 기회가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싶긴 하다만...

아무렴 어때. 나는 어디를 가든 그 곳을 몇 백번을 갔더라도 소소한 것에서 승무원의 참맛을 느끼려고 노력하려한다. 그것이 음식이든, 자연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간에 말이다. 이것이 어쩌면 앞으로 승무원으로 오래 일할 지 말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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