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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의 좋은 행동이 승무원을 3배로 더 힘들게 만든다?

EP.비행일기_호주 다윈

by 꼬마승무원

여러분들이 승무원을 조금이라도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 오히려 일하는 승무원들을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까? 사실 나도 이런 행동이 오히려 승무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승무원이 되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 승무원으로 되어 일해보니까 알게 된 것이지. 그것이 뭘까?

그건 바로 여러분들이 먹은 음식 트레이 위의 접시들을 하나하나 다 겹쳐서 쌓아놓는 것이다. 우리 같이 자세히 알아보자.


FSC (Full Service Carrier)인 대형항공사들의 경우에는 비행 티켓에 여러분들이 기대하고 즐기는 요소 중 하나로 기내 음식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비행기가 마침내 이륙을 하고, 승무원들은 정신없이 식사 트레이들을 정리하고 카트를 서비스를 위해 완벽하게 정리하고서는 좁은 복도를 무거운 카트를 끌고 간다. 그러곤, 승객들에게 음식에 대해 설명하고서는 원하는 식사를 승객들에게 손빠르게 제공한다. 그렇게 승객들에게 제공되는 트레이는 순서대로 나란히 옆으로 나열되어있다.

문제는 식사 서비스가 종료되고, 트레이를 치울 때이다. 승객들에게 "식사는 입에 맞으셨는지?" 라고 물어보면서 혹시 트레이를 치워도 되냐고 여쭤본다. 그러면 식사를 마친 승객들은 본인들이 먹은 트레이를 승무원에게 전달해주는데, 이때부터 승무원 혼자만의 전쟁이 시작된다.

몇몇의 승객들은 승무원에게 받은 트레이의 모습 그대로 전달해준다. 아주아주 칭찬한다. 아주 칭찬 따봉을 얼굴에 그냥 마구마구 날려주고 싶다. 이렇게 트레이를 주면 승무원들은 바로 카트에 넣으면 되니 아주 좋다. 여기서 제일 감사한 건, 바로 남은 음료가 들어있는 컵을 먼저 승무원에게 건네주고나서 트레이를 따로 주는 경우이다. 아마 백퍼 승무원 경험이 있는 사람일 거라 판단된다.

두 번째로 감사한 경우는, 트레이는 처음 모습대로 전달해주되 빈 컵을 트레이 위에 그냥 올려서 같이 주는 경우. 이런 경우는 괜찮다. 가끔 빈 컵이 떨어져서 그게 좀 빡세지만.

그 다음에 세 번째의 경우는 트레이는 처음 모습대로 전달해주는데 남은 음료도 같이 아슬아슬하게 함께 건네주는 경우이다. 이럴 때, 온 신경을 집중해서 승무원은 Spillage (흘림)를 막기위해서 엄청난 손가락의 균형감각을 자랑한다. 이러다가 컵이 갑자기 균형을 잃거나 승무원이 트레이를 다 잡지도 않았는데 휙 하니 승객이 손을 놔버리는 참사가 발생하면... 아뿔싸. 빡친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이런 경우에는 승객에게 컵부터 먼저 달라고하고 그다음에 트레이를 받는다. 조금의 흘림도 난 용납할 수가 없다.


마지막 3배 이상으로 승무원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 등장한다. 그렇다. 트레이 위에 있는 작은 접시들을 겹쳐놓은 채로 주는 것.. 그것이 2개면 뭐 괜찮다. 근데 에피타이저, 디저트, 이것저것까지 그걸 3개이상을 겹쳐 놓는다? 아..승무원은 백퍼 속으로 욕을 할 것이다. 제일 힘들고 빡세게 만드는 일은 바로 본인 가족들과 일원들의 음식 접시들을 한 트레이에 한꺼번에 다 겹쳐놓고서는 승무원에게 주는 경우이다. 세상에.... 즉 평평한 판에다가 반찬 접시를 6~7개를 겹쳐서 승무원에게 치워주세요!하고 주는 것이다. 카트에 처음 실린 모습 그대로 다시 되돌려서 넣어야하는 상황인지라 이럴 때 다시 승무원들은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욕을하면서 다시 하나하나 겹쳐진 접시들을 빼서 트레이 위에다가 올려놓는다. 그렇게하면 30초만에 치울 것을 1분 30초에서 2분정도가 걸린다. 이것이 바로 승무원을 도와주려는 착한 승객들의 마음이 의도치않게 승무원을 3배로 힘들게 만드는 일이다.

승무원들도 너무 잘 안다. 승객들이 본인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잘 모르고 승무원들을 도와주려는 착한 의도에서 이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도 식당에 가면, 종업원분들 치우기 쉬우라고 작은 다 먹은 접시들을 하나로 합쳐놓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경우에도, 종종 승객들이 내게 건네 준 트레이들을 다시 하나하나 재정리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놀라서 미안하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면 웃으면서 괜찮다고 나는 말한다. 승무원들도 너무 잘 안다. 승객들이 우리는 조금이라도 도와주려는 목적에서 이런 거라는 것을.

하지만 앞으로 오늘의 내 글을 읽게 된 순간부터 나의 독자들이나 미래의 승객들은 오늘로부턴 맛있는 기내 음식을 즐기고 승무원들을 도와주려는 마음에 접시들을 겹쳐놓기보다는 그냥 그대로 처음 받은 기내음식 트레이 그대로 승무원들에게 건네주기를 바란다. 그렇다. 호주 다윈 비행에서 내게 인도 가족 일행 거의 6명 이상이 똑같이 접시들을 다 겹쳐서 놔서 내가 개고생했거든... 그래서 치우는 것도 느리고, 더 고생을 하게 되었다는 하소연이다. 하하...

승무원들에게 맛있게 잘 먹었다면서,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가 오히려 행동보다 더 힘이 되는 순간이 많다. 그러니 접시를 겹쳐서 주고 싶은 마음은 잠깐만 스톱하면 좋을 것 같다. 여러분들의 따듯하고 예쁜 마음씨를 우리 승무원들은 다 알고 있다. 그저 여러분들이 무탈하게 안전하게, 마지막 목적지에 내리기 전에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느낌이다. 그리고 이 직업에 대한 벅찬 감동과 뿌듯함을 느끼니까 괜찮다. :) 여러분들의 말 한마디가 승무원을 3배는 행복하고 힘나게 만드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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