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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grity!(진실성) 승무원의 덕목

EP.비행일기_인도 아메다바드

by 꼬마승무원

"아씨...어떤 놈이냐. 저 지금 스바 (스탠바이 콜업) 인도 아메다바드 불림."

"헐...잘 다녀와 ㅠ 나도 **로 불림..."

최근까지도 잘 불리지 않았던 스탠바이 듀티. 몸이 별로 좋지 않아 오늘도 무사히 쉬기를 바랐건만, 내 마음과는 다르게 갑자기 울리는 나의 핸드폰 회사 앱 알람... 그러고 어디로 나를 부른 것인가하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보니 줴기랄... 인도 아메다바드로 불렸다. 오랜만에 가는구만...하면서 리포팅 시간을 보니 다행히 시간이 남아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아메다바드 비행을 다녀왔다.

아메다바드로 갈 때의 팩스 로드 (탑승하는 승객들)가 굉장히 라이트해서 (수가 적다는 의미) 룰루랄라 편한 마음으로 비행을 했다. 비록 돌아오는 비행에서는 풀이었지만 말이지. 오며 가며 비즈니스 클라스에서 일하게 되었고, 너무나도 쿨한 사무장님 아래에 맘 편하고 빠르게 서비스를 다 끝냈다. 그런 뒤, 다른 크루와 함께 이코노미로 가서 크루들을 도와주기 위해 비장한 마음으로 고무장갑을 끼고서는 촤악하고 이코노미와 비즈니스 클라스를 구분하는 커튼을 힘껏 열어재꼈다.

'역시...아직 서비스 중이군' 이라는 생각과 함께 인도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가득한 기내식이 내 코를 찔렀다. 그렇게 크루에게 도와주러왔다고 말한 뒤에 함께 카트를 밀면서 서비스를 진행했다. 인도비행에서는 채식, 즉 베지테리안 밀이 굉장히 많이 실리는데 특히 오늘의 비행에서 채식주의자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미리 신청하지 않은 사람들마저도 채식을 달라고하니 남아있는 메인코스 음식이 많이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었다. 때문에 일단 승객들에게 트레이 (트레이 위에는 에피타이저와 디저트 등이 놓여있음. 때문에 먼저 에피타이저 등을 먹으면서 배고픔을 달랠 수 있어서 크루들은 메인 코스가 부족한 경우, 미리 트레이를 준다.)와 빵, 음료를 먼저 제공한 뒤에 요청하신 음식 먼저 체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부족한 채식 메인코스. 이와 더불어서 비행 경력이 아직은 어린 크루들이 함께하는 정신없는 갤리로 인해 아주 아수라장이었다.


결국 몇몇의 승객들은 채식 메인코스를 받지 못했고, 대타로 다른 채식 음식으로 나가긴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화는 크루들을 향했다. 비록 내가 서비스를 처음부터 하지는 않았지만, 승객들은 나를 보고 이게 뭐냐면서 제대로 하라면서 컴플레인을 걸었다. 뭐 어쩌겠나...속으로 생각하면서 얼굴은 한껏 죄송하다는 일명 불쌍한 강쥐표정을 지으면서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를 지었다. 그 중에서 한 남자 인도인 승객이 내게 컴플레인 하셨는데 그건

"나는 베지테리안 제인이 아니야. 근데 나한테 이 음식을 줬는데 맛도 드럽게 없구... 이게 뭐야? 제발 시간 좀 잘 맞추고 제대로 좀 할래?"

(FYI. 베지테리안 제인이란? 베지테리안 중에서도 굉장히 엄격한 식단을 가지고 있다. 유제품, 알을 포함한 모든 동물성 식품뿐만 아니라, 꿀 같이 동물에서 나온 식품과 뿌리채소(고구마, 마늘 등)까지도 절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해서 크루들은 제인 베지테리안 음식을 제공할 때 매우매우 주의한다.)

였다. 비록 내가 그 음식을 서비스하지 않았지만, 함께 이 비행에 탑승해서 일하는 크루이므로 대신해서 사과를 드렸다. 그런 뒤 해당 일에 대해서 보고한 뒤, 나머지 일에 대해서 도와준 뒤 나는 내가 일하는 존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한참 지나 크루들과 함께 쉬고 있는데, 갑자기 부사무장이 나를 불렀다.

"꼬마승무원! 너 혹시 아까 말해준 승객 있잖아, 제인 받아서 맛 없다고 한 사람. 그 음식 누가 제공했는지 알아?"

"아 그거? 그거 A가 제공했어. 내가 옆에서 A가 V한테 보고하는거

옆에서 대화 들었거든. V도 알고 있을거야. 왜?"

"아냐. 알려줘서 고마워!"

순간 뭐지? 하고 생각했지만 그냥 무시했다. 그러고 비행이 끝나고 아메다바드에 내리고 다들 고생했다고 말하는데 갑자기 A가 내게 사과를 했다.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과 더불어서 아까 맛 없다고 했던 승객 컴플레인까지 다 옆에서 듣게 만들어서 미안했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괜찮다며, 어차피 비행은 끝났고, 나는 그런거 전혀 신경쓰지도 않는다고 말했더니 그 친구가 크게 웃었다.

나는 그 친구가 승객 컴플레인을 내가 듣는 모습을 멀리서 보고 미안하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건 착각이었다.

내가 다시 내가 일하는 존으로 돌아간 뒤에, 이코노미에서는 누가 제인 음식을 제인 음식을 신청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제공한 것인지에 대해서 리더가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물어봤나보더라. 근데 문제는 아무도 본인이 제공하지 않았다라면서 말을 한 것. 즉 누군가 한 명은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다 아니라고 할 때, 분명히 도와주러 왔기에 범인이 아닐 확률이 99퍼센트인 내가 1퍼센트의 확률로 인해 범인으로 추정이 됐던 상황이었나보더라.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쉬고 있을 때에 부사무장이 내게 조용히 다가와서 아냐고 물어본 것이었다. 그런 뒤, 내게 단서를 얻은 부사무장은 조용히 이코노미로 갔고, V에게 갔나보더라. 그렇게 V가 말을 하니 그제서야 본인이 거짓말을 했다고, 본인이 제공한게 맞다면서 A가 이실직고를 했다더라. 하하... 그렇게 혼자 찔려서 나도 사건에 대해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한 A는 내게 조용히 다가와서 사과한 것이었고.

승무원의 덕목, 아니 승무원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Integrity (진실성)는 모든 직업과 본인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가끔 비행 브리핑에서 인테그리티와 관련된 사례를 말하면서 거짓말 하지 말자고 그러는 경우도 많다. 승객의 하얀 셔츠에다가 레드 와인를 쏟아놓고서는 물을 흘렸다고 거짓말치다가 뒤에 가서 큰 컴플레인을 받고 다른 크루들도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다. 승객에게든 크루에게든 거짓말을 했다가 애꿎은 사람에게 상처과 피해를 주는 것. 이건 정말 상사가 커버해주려고 해도 안되는 부분이다.

우린 인간이기에 누구나 다 실수를 한다. 실수를 했느냐 안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실수를 인정하고, 실수를 해결하는 그 과정과 배움이 제일 중요하고 그걸 바탕으로 다음번에는 실수를 줄이고 리마인드하면서 성장하는 것. 이것이 모든 회사에서도 그렇고 승무원들에게서 면접관들이, 상사들이 해당 승무원을 바라보는 중요한 태도와 덕목 중에 하나이다.

그렇게 예상치도 못한 피해를 받을 뻔 했던 나지만, 결코 나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그저 그 어린 친구가 무섭고 두려웠으니 순간 거짓말을 했겠지...라면서 이해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 그 친구는 절대 일하면서 거짓말은 하지 않을거라고 나는 믿는다. 하하. 진실은 언젠간 꼭 밝혀지게 되어있거든.

아무튼... 이렇게 정신없이 불려가서 비행했던 아메다바드에서 배운 오늘의 교훈, Integrity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늘의 일기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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