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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창문 밖을 보기 힘든 승무원

EP.비행일기_인도 아메다바드

by 꼬마승무원

인도 비행을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지구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다양한 삶에서도 분명히 나뉘는 부의 차이를 말이다. 그게 내가 원해서 태어난 국가와 환경이 아닌 것에 대해서 더 말이다.

인도에 도착해서 크루들과 함께 호텔로 향하는 버스에 짐을 싣고서는 피곤한 몸을 이끈다. 그렇게 우리는 호텔로 향하는 시간 동안 잠시 꿀같은 휴식을 만끽한다. 나의 경우에는 바로 귓구멍에 이어폰을 꽂고서는 음악으로 내 지친 마음과 몸을 맡긴다. 그렇게 내 귀는 음악으로 가득차고, 내 눈은 버스 창 문 밖의 세상으로 가득찬다.

인도 아메다바드에서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가는 길마다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과 작은 상가들. 예전 한국의 70-80년대의 모습처럼 리어카를 싣고 본인들이 만든 음료와 음식들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많다. 길거리에는 큰 떠돌이 개들이 여기저기 이곳저곳을 깡 말라서 갈비뼈가 훤한 모습으로 다닌다. 길거리 중간중간에는 신께 잠시나마 빌 수 있는 작은 간이 사원도 있다. 신호를 지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오른쪽, 왼쪽 도로로 나뉘긴 했지만, 종종 반대 방향으로 자전거, 오토바이, 사람들이 본인의 갈 길을 간다. 신기하게도 무질서 속에서도 질서가 있는 지, 큰 사고가 나는 건 없다.

그렇게 창문 밖의 모습들을 보면서 예전에 처음 왔을 때와 다른 점이 있는지 없는지 혼자 조용히 과거의 기억들을 되짚어보면서 가다보면, 언제나 호텔로 향하는 중간에 큰 도로에 위험하게 서성이면서 버스에 조심히 다가오는 인도인 어린 남자애가 있었다.

나이는 그렇게 많지도 않아보였고, 초등학교 5-6학년정도로 보이는 아이였다. 처음 그 아이를 만났을 때, 그 아이는 본인이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지점토로 만들어진 인형 같은 것들이 담긴 상자를 들고와서는 눈이 마주친 내게 손인사를 건네면서 하나만 사달라면서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점토 인형은 정말 형편없이 못생겼었다. 그럼에도 어떤 심정과 마음으로 만들었을 지 생각하니 참 마음이 아팠다. 버스 안에 있으니 당장 도로에 내릴 수도 없고, 열 수 있는 창문 자체도 없으니 그저 그에게 함께 웃으면서 손인사를 건네면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안된다면서 손과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그는 다시 한번 불쌍한 표정과 함께 더불어서 계속 지점토 인형이 든 박스를 더 가까이 들이밀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그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신호가 바껴 버스가 움직이자 그 아이는 내게 다시 웃으면서 손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나도 손인사를 건넸고 이내 내 마음은 착잡했다. 이 이야기는 인도 남자아이와의 첫 만남이다.

두 번째, 다시 아메다바드로 향했을 때 역시 그 남자아이를 만났다. 나는 그를 기억했지만 그는 기억 못하겠지. 그렇게 그곳을 지나가는 수 많은 크루들과 버스들이 몇 번은 그 아이의 앞에 섰을 테니깐. 이번에 그 남자아이는 어디에서 구했는지, 하얀 색 털이 복숭복숭하니 귀여워보이는 강아지 인형을 가지고서는 똑같이 사달라면서 손인사를 건네더니 보여주었다. 역시나 도움을 주지 못하는 나이기에 인사와 더불어 미안하다는 표현을 했다. 그렇게 그 아이와의 두번째 만남도 지나갔다. 옆에 앉아있는 크루 역시 그 남자아이를 보고서는 마음이 아프니까 커튼을 닫자고 말을 했다. 항상 그 남자아이를 볼 때마다 본인은 마음이 아파서 그렇게 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나 역시 공감하면서 열었던 커튼을 닫고, 잠깐의 커튼 틈으로 뒤로 사라지는 아이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이번 아메다바드에선 항상 보이던 남자아이는 없었다. 괜히 매번 볼 때마다 봤던 인도 남자아이가 안 보이니 어디로 간건 지, 잘 살고 있는 지 궁금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가 가족들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라는 것일 뿐이었다. 그렇게 그 남자아이를 걱정하면서 나는 버스 창문 커튼을 닫았다.

인도 비행을 할 때마다 창문 밖을 바라보기가 참 힘들다. 한번 더 내 삶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기도하고 말이다. 이번엔 그 남자아이를 못 봤지만, 담에 언젠가 다시 아메다바드에 간다면 그 아이를 보게 될까? 아니야. 다시 만나기 보다는 차라리 내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성장해서 가족들과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라는 것이 더 그를 위한 좋은 마음이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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