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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밖에서도 천상 승무원이기를

EP. 마음일기

by 꼬마승무원

"Don't be a same like our rude passenger when we are out of uniform. You guys know what I mean?"

(유니폼 벗고나서 제발 진상 손님 짓을 우리 똑같이 하지 말자.

내 말 뭔 뜻인지 알지?)

브리핑룸에서 해당 말을 언급한 부사무장님의 말을 듣고서는 다들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승무원들은 해외로 레이오버를 나가는 경우, 공항을 벗어나서 함께 머무는 호텔로 향하는 버스를 타는 순간 버스 기사님의 서비스를 받는 입장이 된다. 더이상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해주는 입장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호텔에 도착해서 머무는 동안, 그리고 해외 이곳 저곳을 탐방하면서 식당을 가는 등의 모든 순간에 우린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관광객이 되고, 서비스를 받는 입장이 되는 순간들이 많아진다.

서비스를 주는 입장에서 받는 입장이 되니 그동안 받은 앙갚음을 되돌려 주겄다! 하면서 은근히 까탈스럽고 못되게 구는 크루들도 많다. 아무래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이다보니 어떻게 내가 행동과 말을 해야지 서비스에 대한 질이 높아지는구나 등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식(?)아닌 지식과 노하우가 쌓인다. 또한 서비스를 본인들이 제공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하나하나 사사건건 모든 것에 까다로워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본인은 아니라고하지만,

식당 종업원에게든 호텔 직원에게든 의도적으로 혹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비행기에서 만나서 짜증나게 만든 진상승객 짓을 본인이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하하...이런 경우? 꽤나 많다.

한번은 다른 항공사에 아는 사람에게 들었다. 한 크루가 호텔 프론트 직원에게 따지더란다. 왜 방 크기가 본인이 홈페이지에 봤던 거랑 다르게 작은 것 같고... 뭐라고 하길래 호텔 직원분이 난처해하면서 대화를 나눴다더라. 그러다가 조용히 해당 국가 출신 승무원이 누군지 물어보고서는 이런 일에 대해서 말했나보더라. 하하... 그래서 대신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본국 출신 크루가 컴플레인 건 크루에게 나중에 가서 크게 혼냈다고 했다.

우린 이 호텔을 이용하는 손님이고, 본인 사비로 머무는 것도 아닌 회사를 통해서 오는 입장인데,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아무리 서비스가 끝났다고하더라도 행동거지를 똑바로 하고 조심해야하는 거 아니냐면서 말이다. 그렇게 호텔 방에 불만 많으면 니 돈으로 직접 업그레이드를 하든지 하라면서 말이다. 그게 싫으면 회사에다가 말하든지. 아무런 잘못도 없고, 오히려 감사해야하는 직원분께 예의없이 행동하지 말라면서 그게 니 인성이냐면서 크게 뭐라했나보더라.

맞는 말이다. 이런 경우가 진짜 있냐고? 은근히 많다. 여긴 외국항공사이다.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니 이래저래 다양한 인성과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나도 가까이에서 본 적도 많았기에 항상 이런 점을 조심해야겠다면서 나 스스로도 조심하려고 한다. 유니폼을 벗은 순간 나는 우리 회사의 승무원이 아닌 오로지 '나'라는 사람이 되는 순간이 많고, 또 그렇지만 말이다.

비행기 안에서도, 밖에서도 천상 승무원이기를 나 스스로도 항상 마음가짐이며 조심하고 명심하려고 한다. 언제나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이든 내 내면의 모습이든 좋은 점은 항상 똑같게 보여지고 싶다.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픈 것이 나의 목표이자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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