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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 승객을 존경하는 승무원

EP.비행일기

by 꼬마승무원

"You did a great Job!! I respect you!!"

(우와, 참 대단해! 고생했어)

"Haha, yes. This is her / his first the longest journey ever after he/she came out the new world"

(하하, 맞아. 이 비행이 세상에 나오고나서 얘가 맞이하는 제일 긴 여행이지)

다른 승객들도 참 대단하지만, 나는 가장 존경(?)하면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승객이 바로 갓난아기 승객이다. 물론 갓난아기 승객에겐 비행을 타고 안타고의 자유의지는 없었을테지만 말이다. 특히나 장시간의 비행 시간을 마무리하고 최종 해외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나는 위의 말들을 웃으면서 갓난아기들에게 건넨다. 아기들을 위한 말임과 동시에 엄마 아빠에게는 수고하셨다는 의미로 전하는 나의 말이다. 그러면 아기의 부모님들은 웃으면서 대부분은 저렇게 말씀하신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나도 세상에 나오고나서 머리털나고 해본 인생 첫 비행이자 제일 긴 비행이 21살 적에 떠난 독일 교환학생 비행이었다. 당시에도 이 긴 비행을 어떻게 가나...하나면서 좀이 쑤시던 기억이 나는데 그걸 아기들이 해냈다니 참 대단하다. 다 큰 성인들도 좀이 쑤시면서 피곤에 찌드는데 그걸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들이 해낸다니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애기 우는 소리에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어떻게 좀 해봐 너가."

라는 볼멘소리의 승객들의 컴플레인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땐 참 난감하다. 갓난아기라고 뭘 아는 것도 아니고, 그저 부모님 따라서 먼 여행을 함께 왔을 뿐. 그리고 아기인지라 이착륙을 할 때, 성인들도 귀가 먹먹해서 불편함을 겪는 데 아기들이라고 당연히 안 겪을리가 없다. 아기와 성인의 큰 차이라함은 이걸 어떻게 해결하는 지 성인들은 입을 쩍쩍 벌리거나 하품을 하면서 해결할 수가 있다면, 아기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겪는 일이니 무섭고 고통스러워서 불편함을 울음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착륙이 아니더라도, 처음으로 겪는 낯선 공간임에 더불어 졸리고 피곤하고, 배고프고, 불편하면 아기들이 할 수 있는 표현이란 가장 큰 것이 우는 것일 뿐. 인간이란 참 그렇다. 나이가 많든 적든간에 결국 본인 먼저 생각하게 되는 걸.

이런 컴플레인을 겪으면 대신 죄송하다고 사과드리면서, 귀마개를 들리고 안대를 가져다드리겠다고 말한다. 그러곤 만약에 빈 좌석이 있다면, 아기 울음소리가 덜 들리도록 앞쪽 좌석이 있는지 봐드리겠다면서 확인하겠다고 말씀드린다. 그리고 옮기겠다면, 열심히 짐도 함께 들면서 도와드린다. 뭐, 전체 이코노미나 비즈니스석이 풀이라면 이건 할 수가 없구 말이다.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자원들을 활용해서 불편함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이게 바로 승무원이 승객들의 컴플레인을 해결하고, 또 승객들에게 반대로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짬밥아닌 짬밥이 생기면서, 나는 아기 승객 주변에 있는 승객들에게 시간이 나면 바로 조용히 다가가서 말 없이 안대와 이어플러그를 전달해준다. 그러면, 승객들도 다 눈치가 있어서 조용히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한다. 굳이 승객이 먼저 요청하지 않아도 주는 것이 내 키 포인트이다. 다만, 안대와 이어플러그를 줄 때, 나는 최대한 가려서 주려고한다. 왜냐면, 아기 엄마와 아빠가 봤을 때 뭔가 미안함을 가질 수도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대한 조용히, 가려서 샥샥 이동해서 승객에게 준다.

갓난아기 승객은 승무원들에게도 인기가 짱이다. 서비스가 끝나고, 특히나 갤리로 놀러오는 갓난아기를 안은 엄마 아빠들이 많이 계신다. 그러면 아기들은 신기해서 눈이 휘둥그레해져서는 갤리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부모님이 화장실을 가고 싶다거나, 밥을 먹어야한다거나 짐을 챙겨야하는 순간에 대신에서 승무원들이 아기를 안아주거나 봐주는 경우도 많다.

며칠 전에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한 갓난아기 승객이 갤리로 놀러왔는데, 내 머리가 신기했는지 얼굴이 신기했는지 모르겠지만, 유독 다른 승무원들이 아닌 나를 너무 빤히 쳐다봐서 당황스러웠었다. 부모님도 당황스러워하셨는데, 그러다가 내게 안기고 싶다는 시늉을 하길래 안아주었더니 세상 처음 본 사람인데도 좋다고 웃어주는 아기를 보면서 참 신기하면서도 고마웠다. 뭔가 서비스에 찌들어서 힘든 순간에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좋으면 좋고, 아니면 아닌 아기에게 그런 무해한 웃음과 사랑(?)을 받으니 참 고마웠다. 마치 내 한국에 있는 할배 고양이가 생각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다 큰 성인들도 힘든 비행을 부모님과 함께하는 갓난아기 승객을 나는 참 존경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기를 나는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나도 사람인지라 비행기 안에서 너무 시끄럽게 울어대는 아기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더 힘이 빠지고 짜증나고 지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기 부모님의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그런 아기를 다른 승객들 눈치보면서도 누구보다도 열심히 케어하고 지켜내는 부모님. 그 좁고 불편한 비행기 의자에서, 자리에서 아기를 재우고 하기위해서 열심히 서로가 아기를 보살피는 그들을 보면서 내가 절대 불평불만할 것이 아니라고 항상 되새기면서 느낀다. 얼마 전에 다녀온 호주 멜버른에서 만난 갓난아기 승객을 케어하느라 꾸벅꾸벅 고개를 미친듯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이륙도 전에 졸고 있는 호주 부부를 보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오늘 밤에는 스위스로 장비행을 떠난다. 해당 비행에 갓난아기 승객이 있을 지 없을 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만난다면 난 오늘도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 줄 것이다.

"You did a great 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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