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승무원일기
"아, 맞다. 근데 그거 있어요. 제가 또 LCC랑 FSC랑 둘다 경험해봤잖아요.
되돌아보니까 승무원들의 성격에서도 차이가 좀 있는 거 같아요."
"아 그래? 뭔데 뭔데."
정신없었던 비행들을 끝마치고 돌아온 나의 쉬는 날, 오프데이. 운이 좋게도 승준생 시절에 함께 고군분투하면서 공부하면서 친해졌던 언니와 동생도 같은 날에 오프라서 함께 점심 식사를 같이 했었다.
다들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으로 허겁지겁 배를 채우면서 근황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동생은 모든 외국항공사승무원들의 로망 아닌 로망이라 볼 수 있는, 미국 국적의 한국인 남편을 비행 중에 소개로 만나 결혼을 할 계획이다. 또 다른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하기에 승무원으로 일할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그녀. 그리고 친한 언니 역시 또 다른 도전과 미래를 위해 내년에는 새로운 시작을 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어쩌면 이렇게 함께 모이는 것이 마지막일 지도 모르는 아쉬운 자리였다. 아쉬움이 더 크지가 않도록, 우리는 열심히 먹고 떠들었다.
각자의 비행과 인생 이야기를 공유하고 얘기하면서, 아무래도 같은 직업을 가진 우리이기에 이야기 도중에 승무원 직업에 관한 이야기는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다. 그러면서 오늘의 이야기 주제, LCC (중소형 항공사)과 FSC (대형항공사)에 근무하는 승무원에도 차이가 있는가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동생은 한 LCC항공에서 근무하다가 현재 우리 회사에 이직에 성공한 케이스라 LCC 및 FSC항공까지의 경험이 있다. 그런 동생의 경험으로 봤을 때 확실히 LCC에서 근무하는 승무원들은, 일하는 환경으로 인해서 더 본인의 주장이 강하고, 기가 쎈 승무원들의 비율이 더 높았다고 한다. LCC항공의 특성 상 FSC항공에서는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모든 것들은 다 돈이다. 무리한 요구를 하고 본인들의 입맛대로 규정을 바꾸려고 하는 승객들에게 지지 않고 기세로 죽지 않을 그런 성격이 많다. 또한 모든 것들이 돈과 매출로 이어지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규정에 맞게 따르도록 승객들에게 조곤조곤하게 설명을 해야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한다. 해서 오히려 더 영어 실력이 좋은 사람들도 많이 봤었다고 한다.
반면 FSC의 경우는, 승객들이 내는 비싼 티켓에 기내 식사서비스는 물론이고 모든 것들이 포함되어있다. 때문에 승객이 무엇인가를 요구한다하면 정말로 기내에 실리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서는 마구마구 퍼주는 것이 가능해서 이런 부분에 있어서 승객과 기싸움을 한다거나 기세로 눌러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한 승객 프로파일도 무시하지 못한다. LCC보다는 FSC같은 대형 항공사의 승객들이 더 나이스하고 성격에서 유한 분들이 많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래도 본인 역시 FSC로 넘어오게되면서 LCC 근무 당시보다는 좀 더 성격적인 측면에서 많이 유해졌다고 너스레로 웃으면서 말했다. LCC 근무 당시에 승객들과 응대하면서 please와 Thank you를 입에 달고 처음에 일했는데, 그렇게 하면 승객들이 너를 얕잡아본다고 적재적소에 쓰라는 사무장님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던 동생이었다.
LCC항공에서 근무했을 때 어떻게 일했는지를 옆에서 흥미있고 재밌게 듣고 있었는데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매출로 이어지다보니 돈 계산에 매출까지 신경써야하고, 그 와중에 말 지지리도 안 듣는 승객들이랑 기싸움까지하려니 얼마나 정신없을 지 상상만해도 혀가 내둘려졌다. 으... 과연 나라면 그곳에서 잘 적응했을 지 참 의문이 들기도했다. 기싸움을 절대적으로 싫어하는 나이기에.... 아마 나는 그 안에 일을 잘 못하는 승무원으로 남게 됐을 것 같다.
되돌아보니 그랬다. 나는 LCC 항공사 면접에서 롤플레잉 질문을 꽤나 많이 받았으며 항상 최종 면접에서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았었다. 생각해보니 이제서야 왜 그랬는지 알게 되었다. 면접관들도 알았을 것이다. 나는 서비스 정신은 뛰어나지만 성격이나 기세가 강하지 않으니 과연 승객들과의 기싸움이 많은 LCC항공사 근무 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이길 수 있는 승무원일까? 했을 때 많이 힘들어해서 금방 그만 둘 거라는 걸 말이다. 그래서 그럴까? 내가 생각했을 때는 오히려 LCC항공사의 면접에 합격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LCC항공과 FSC항공에서 근무하는 승무원들의 차이에 대해서 오늘 전달하긴 했지만, 이것 말고도 중동 항공사냐, 아시아 항공사냐에 따라서도 세부적으로 나눠볼 수도 있다. 그러니 각자에게 맞는 항공사가 있고 인연이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이 바로 이 이유이다. 그리고 역시나 "어딜 가나 장점과 단점은 다 있다" 는 진리에 대해서도 한번 더 깨달았다.
하지만 LCC항공 승무원이 언젠가 FSC항공사에 근무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나 역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LCC항공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은 생각도 있다. 뭐,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또 다른 인연이 닿는 항공사가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