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비행일기
요즘들어서 내가 브리핑룸에서 크루들에게 쉐어하면서 말하는 것들이 있다. 저번에도 한 글에 언급했지만, 바로 First Impression always goes along the way to passengers from on board until they arrived at their destination (승객이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그들의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들이 우리에게 받는 첫인상은 계속 따라간다) 는 말이다.
승무원들이 피곤함을 무릅쓰고 처음으로 만나뵙는 승객들에게 웃으면서 환영한다, 어서오라면서 인사를 건네는 건 바로 승무원은 회사를 대표하는 이미지이기에, 승객들이 승무원으로부터 받는 첫인상이 곧 회사에 대한 이미지와 경험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좋은 첫인상은 곧 비행 중에 승무원이 승객에게 실수를 하거나 했을 때, 좀 더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넘어가주는 좋은 바람막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실제로 나는 승객들이 탑승하면 웃으면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는 것과 동시에 오버헤드빈을 닫으면서도 인사를 건넨다. 내가 닫고자하는 오버헤드빈 밑에 앉은 승객들에게 기내 짐칸을 닫으면서 웃으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면 10에 10명은 같이 밝게 인사를 해준다. 그러면서 나는 다른 승무원들보다 승객들에게 나를 더 기억해주는 시간을 더 벌 수 있고, 더 많은 좋은 인상을 심어줌과 동시에 좀 더 승객들과 Building rapport (교감을 쌓고) 하고 Engaging Passengers하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에 내가 자주하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비행 쉬는 시간 뿐만이 아니라, 캡틴이 랜딩 준비하라는 멘트가 나오면 기내 랜딩 준비를 하면서도 승객들에게 다가가 짧게 따듯한 말을 건네며 스몰톡을 하는 것이다. 스몰톡이라고해서 장황하게 막 하는 것이 아니라, 내 할 일은 하면서 하는 스몰톡이다. 예를 들어서 캡틴이 기내 랜딩 준비하라고 하면, 승객들이 좌석 벨트를 제대로 했는지, 좌석 등받이는 세웠는 지, 창문 덮개는 열었는지를 체크하고 안내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How was the flight? I hope you enjoyed the flight and hope to see you next time as well. Have a safe onward journey. :)"
그러면 승객들은 웃으면서 따듯하다면서 정말 친절하게 본인들을 대해줘서 고맙다면서 밝게 인사를 건네준다. It was so lovely, thank you for your service 라면서 말해주는 할머니, 아주머니, 아저씨 등등. 정말 친절하신 분들은 위의 말과 덧붙여서 my dear, darling 이라면서 달콤한 애칭까지 말해주신다. 그리고 제일 좋은 순간은 그 짧은 순간에도 내 이름을 알려고 기억하시는 분들이시다.
내가 이렇게까지 굳이 안해도 될 일들을 하는 이유는 첫인상 뿐만 아니라 마지막 인상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다. 인간의 특성 상, 첫인상과 마지막 인상에서 받은 그 짧은 3초의 시간 동안 다른 것도 아니고 승객들 입장에서 보면 '이 항공사가 정말 좋았다'라고 기억되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바로 이때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승무원들이 많다. 일을 잘하지만 인성은 별로인 승무원, 일은 못하지만 천성이 착하고 항상 승객들과 동료에게는 진심인 승무원, 뺀질거리는 것이 눈에 잘 보이는 승무원,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승무원 등등 말이다. 나는 내 스스로에게 말한다. 내가 언제까지 승무원으로 일할 지 모르지만, 마지막 비행을 마쳤을 때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승무원이었으며, 승객들에게 진심을 다하는 좋은 승무원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해보자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승객들과 동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노력의 하나가 바로 위에 내가 언급한 행동들과 짧지만 따듯한 말들이다.
비행 중간에도 그렇다. 식사는 괜찮았는지 물어보고, 메뉴를 설명하기 전에는 "I hope you have good rest, so far." 이라 웃으며 말한 뒤에 내가 입을 연 이유를 설명한다. 서비스가 끝나고 승객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닫은 창문을 열 때, 시차로 인해 눈이 부신 상황에서는 냅다까라 창문을 휘리릭 여는 것이 아닌, 창문 옆에 앉은 승객들에게 창문을 열어야하는데 눈이 부실 수 있으니 양해바란다면서 따듯한 걱정과 배려의 말을 하면서 창문을 연다.
수많고 대단한 경력을 가진 승무원들은 많다. 누구는 1년을 일하고 퇴사를 하기도 하고, 누구는 10여년을 일하기도한다. 경력과 경험도 매우 중요하지만 나는 나를 비롯하고 내 글을 읽는 모든 승무원들이 일 잘하고 그저 그런 승무원보다는, 일은 어리숙하고 느려도 300여명이 되는 비행기 안에 나를 기억해주고 따듯하게 바라봐주는 1-2명의 승객이 있는 비행을 만드는 승무원이 되기를 바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비행 안에서 나로 인해서 웃는 사람들 한 명이라도 만드는 그런 승무원말이다.
나 스스로도 그렇지만,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더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 되는, 그저 물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짧은 하루라도 특별한 순간을 만들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