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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작아도 아는 동생이 합격할 수 있던 이유

EP.면접일기

by 꼬마승무원

나처럼 키가 작은 승무원생들은 한번쯤은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도 키 제한에 아슬아슬하게 통과되는 키라면 말이지. 그건 바로, '면접 때 키를 재는 당시에 원래 키보다 작게 나오면 어떻게하느냐' 에 관한 것이다. 나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전에 공유했었던, 머리 안에 가채를 심거나 키를 잴 때 살짝 까치발을 들거나 했었다. (물론 까치발은 들키지 않게 말이지.) 그런데 이런 아찔한 상상이 실제로 일어난 경우가 있었으니! 그리고 그 아찔한 현실을 짜릿한 합격으로 뒤바뀌어 만든 장본인이 존재한다. 바로 저번에 잠깐 소개한, LCC항공에 근무하다가 점프 이직에 성공한 동생이다.


동생의 키도 160cm 언저리라고한다. 같은 쪼꼬미, 꼬마승무원 계열인지라 키를 제고 암리치를 하는 것 역시 이 동생에게도 큰 숙제와 같은 느낌, 크게 넘어야 할 산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럼에도 나는 합격해야한다라면서 동생은 꾸준한 스트레칭으로 승부를 봤고, 면접 당시 키를 재기 직전에도 옆구리 스트레칭을 하면서 안간힘을 썼었다. 그렇게 1차 면접에 임하기 전, 키, 스카 등을 체크하는 그루밍 체크에서는 다행히 원래 키 대로 잘 나왔다고 했단다. 그렇게 안도감을 내뱉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서 면접에 임했다고한다.


그렇게 계속 된 합격에 이제는 최종합격을 눈에 앞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시 한 번 키를 재보자면서 면접관이 말을 하더란다. 아마 면접관이 보기에는 실제 키보다도 좀 더 작아보였나보더라. 그렇게 당황해하면서 다시 쟀다고 한다. 근데 그거 아시려나? 인간의 신체가 아침에 재는 키가 오후 늦게, 저녁에 재는 키보다 더 크게 나온다는 걸 말이다. 하루나 이틀 안에 모든 면접이 끝나는 서바이벌 형식의 외항사 면접인지라, 아침에 잰 키보다 어쩔 수 없이 오후에 재는 키는 좀 더 작게 나올 확률이 높다. '에이, 설마' 하면서 찝찝함을 안고 다시 키를 재게 된 아는 동생. 근데 아뿔싸! 오후에 재서 나온 키가 아침에 나온 키보다도 훨씬 작게 나오고 채용 기준에 조금 미달이 되게 나온 것이다. 그렇게 속으로 엄청나게 당황하게 돼었는데... 그렇게 면접관이 말을 먼저 했더란다.


"어머? 너 아침에 잰 키랑 오후에 지금 잰 키랑 많이 차이가 나네.

이거 뭐 어떻게 된거야?


"아, 그래? 이상하네. 아마 중력이 나를 더 잡아당겨서 그런가봐. 중력. 그리고, 너랑 같이 있으면서 편해져서 내가 자세가 좀 흐트러졌나봐.

다시 한 번 재도 될까?"


"그럼! 다시 한 번 재보자."


그렇게 웃으면서 중력과 재치로 위기를 넘긴 그녀에게 주어진 다시 한 번의 기회. 그러면서 동생은 은근히 긴장하면서 혹시 몰라서 발꿈치를 슬쩍 들어 올렸다고한다. 그런 그녀에게 면접관은 말했단다.


"음 그래! 됐어 통과야. 나머지 면접 보자."


휴우. 그렇게 한숨을 돌리고 다시 임한 면접. 그렇게 내 아는 동생은 고비를 넘기로 최종 합격을 했다고 한다.


내 동생이 말하기를, 솔직히 말하자면 아마 그녀가 마지막에 살짝 발을 올리는 걸 면접관이 봤을 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고 한창 승준생 시절에 생각하고, 이럴 때 어떻게 대답해야할까라며 미리 곰곰하게 고민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하니까 본인도 모르게 여유있게 여우같이 잘 대처할 수 있었다고 한다. 키가 조금 모자랐다고해도 중요한 건 합격했다는 것이다. 키가 조금 모자라도 그 모자름을 상쇄시킬만한 재치와 매력을 보여주고, 이런 매력을 면접관 맘에 들었다는 것이다. 이전에 마지막으로 나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의 블로그에 보면, 암리치가 닿지 않아도 결국에는 면접관 픽으로 합격했다는 합격생의 후기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 외항사 면접은 가능하다. 키가 조금 모자라고, 암리치가 조금 모자라도 면접관 맘에 들고 면접관 픽이면 이런 것들은 조금 모자라는 건 괜찮다는 것이다.


나도 이전에 플라이나스 면접에서 최종 면접에 임하기 전에 키를 쟀는데 키가 아슬아슬해서 몰래 까치발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아마 면접관들이 봤을 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말 없이 지나갔었다. 카타르 면접에서 암리치가 닿지 않았어도 계속해서 기회를 주려고 했던 빅토리아 면접관. 아마 내가 맘에 안 들었으면 기회조차 4번씩이나 주려고 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내가 오늘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가 키가 애매하니 꼼수를 쓰세요가 아니다. 물론 꼼수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제일 중요한 건, 키가 정말 애매하다면 위와 같이 예상치 못한 시련을 만날 수 있으니 이런 시련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키가 승무원의 채용에 매우매우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키가 조금 작아도 합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나보다 키가 훨씬 작아보이는데도 합격해서 일하는 승무원들이 있다. 분명 암리치도 안 닿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근데 같이 일하는 동료로 있다는 건, 그걸 상쇄할 만한 매력을 발산해서 면접관들에게 호감을 얻어 픽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무조건 제한 키보다 작으니, 무조건 안 될거야.'라고 생각하고 지뢰 겁먹고 도망가기보다는, 키 작은 매력을 상쇄할 만한 나의 큰 무기를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관점을 다르게 보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를 못해도 합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쩜 이렇게 못생겼는데, 성격이 파탄났는데 어떻게 합격했지? 라는 사람들이 있다. 중요한 건 그거다. 그런 사람도 면접 당시에 면접관에게 뽑힐 만한 매력을 보여줬고, 그 매력이 맘에 들어서 면접관에게 픽을 당한거고 말이다. 그 매력을 보여주기위해서 승준생들이 그렇게 본인만의 스토리, 이야기를 통해서 오늘도 열심히 눈물을 흘리며 합격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고 말이다.


당신의 단점은 무엇일까? 그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고, 단점마저도 매력으로 보여지게 만들 당신만의 무기를 찾아보자 :) 분명 그걸 알아봐주는 면접관은 언젠가 꼭 나타날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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