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비행일기
지금은 시간이 꽤나 지나가 버린 오늘의 비행이야기. 언젠가 적어야지 해놓고서는 까먹다가 이제서야 적어본다. 하지만 괜찮다. 아직도 어제 일 처럼 해당 비행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니깐!
우리 회사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승객들은 Connecting Flight (다음 비행 편이 있는 경우)을 갖고 있다. 즉, 경유하는 승객들이 많다는 뜻이다. 다음 항공 편이 우리 회사일 경우에는 지상 직원들에게도 연계가 되어서 대부분은 기다려주거나해서 탈 수 있도록 엄청난 협조를 한다. 뭐 너무 심한 지연이라든지 도와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말이지!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도 내 비행에도 탑승해야하는 승객들을 기다리느라 늦게 출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오늘 이야기는 이전 비행 편이 지연이 되어서 늦게 탑승하게 된 인도인 아저씨 승객 2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다음 비행 편을 위해서 머리, 티셔츠가 땀에 범벅이 되도록 뛰어왔던 아저씨 두 분들. 비행기를 행여 놓칠까봐 얼마나 마음 조리면서 뛰어오셨을 지 감히 두 분의 행색을 보니까 상상이 되었다. 그렇게 두 명은 다행히 내가 탑승한 그들의 다음 편 비행에 무사히 탔었고,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그라운드 듀티 (비행기가 이륙 전에 승무원들이 해야 할 업무들)를 위해서 열심히 움직이던 중에 갑자기 한 여성분이 내게 팔을 쭈욱 뻗었다. 놀라서 뭐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보면서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는 눈치를 보면서 나에게 몸을 본인에게 가까이 해달라는 손짓을 하면서 조용히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었다. 뭐지? 하고서 그녀에게 더 가까이해서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화면에는 이렇게 적혀져있었다.
'So sorry to interrupt you. Because of the behind Indian guy, I could not breath... his foot smell is so bad. I think he took off his shoes. Could you help me and ask him to wear it?'
'바쁜데 방해해서 미안해요. 제 뒷좌석 인도 남자 승객때문에, 숨을 못 쉬겠어요.. 발냄새때문에. 제가 볼 때는 신발 벗은 거 같은데.. 좀 신발 좀 신으라고 말 좀 해줄래요?'
순간 당황했지만, 얼마나 냄새 공격에 힘들어했을지 감히 이해가 되긴 했다. 원래 인도 승객분들 인종 자체에서도 냄새가 나긴 하는데, 뛰어오느라도 땀 범벅인 상태에 거기다가 신발까지 벗었으니. 그 화면 내용을 보고 슬쩍 뒤로 가서 신발 벗었는지 체크를 해보니까 진짜로 신발을 벗었더라. 순간 내 머릿 속에서는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하고 어떻게 말을 해야하는 지 회로가 돌아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필 그 비행이 만석이라 좌석을 바꿔줄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해합니다. 제가 비행이 풀이 아니면 당연히 좌석을 바꿔드릴 수 있는데 오늘 만석이라서 그렇게 못 해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마스크를 좀 챙겨드리고, 커피만 조금 타 드릴게요. 괜찮으실까요?"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조용히 갤리로 가서 마스크 2장과 더불어서 이륙을 위해 많은 양의 커피는 못 주지만, 절반이 채 안되는 커피를 빠르게 종이컵에 담아 드렸다. 그리고 이륙을 위해서 커피는 조심하시고 손에 들고 계시라고 말을 드렸다. 그렇게 그녀는 고맙다면서 웃으면서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서 조용히 아저씨와 그녀가 있는 쪽 복도 바닥에 마치 뭐가 묻어서 닦아내는 것처럼 에어스프레이로 치익 뿌리면서 뭔가를 열심히 닦아내는 연기 아닌 연기를 했었고, 그녀를 이를 보고 흡족해했었다. 물론 아저씨있는 쪽에 더 많이 뿌리면서 말이지...
일명 작전 명 "냄새는 냄새로 없애버린다" 라는 나의 전략은 꽤나 괜찮게 먹힌 것 같았다. 원래 기내 안전 방송에서도 그렇고, 비상 상황을 위해서 신발은 신고 있으라고 나오긴 하지만, 승객이 본인의 편의를 위해서 벗는 걸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신으라고 하는 건 참 난감하다. 어쩌면 대놓고 말하는 것도 참 실례일 수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내가 그 순간에 고안해 낸 방법이 바로 냄새는 냄새로 지우다는 전략이었다. 감사하게도 그녀는 마스크와 커피 이후에 따로 컴플레인이 없었고, 이후에 중간 중간 그녀를 체크했었고 괜찮았었다.
승무원이 되면 여러분들은 상상치도 못 할 일들을 많이 겪는다. 이렇게 다른 사람 냄새 난다면서 컴플레인을 걸기도 하고, 코골이가 시끄럽다, 혹은 코를 훌쩍거리는 데 굉장히 비위생적이라며 조용히 승무원에게 컴플레인을 걸어서 본인이 직접 말을 못하니 대신 시켜서 말해달라는 경우가 흐지부지하다. 그래서 승무원이...스트레스가 많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이럴 때 당황하지 않고 양쪽을 다 이해하면서 해결해야하니 참 난감하다. 그리고 이런 경우를 겪으면서 나도 모르게 생각이 유연해지고, 창의력이 생겨지게 되고, 연기력이 높아지게 된다. 세상에 정답은 없으니, 내가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승객들을 행복하게, 만족하게 만드는 능력이 승무원에게 필요하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 지 말이다. 나처럼 냄새는 냄새로 없애버리는 작전을 썼을까? 아니면 나보다 더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승객의 불만을 잠재웠을까? 아, 중요한 건 이거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