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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크루로서 제일 힘든 것 중 하나

EP.승무원일기

by 꼬마승무원

한국인이 외항사승무원이 되고 나서 겪게 되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뭔지 여러분들은 잘 알까? 물론 여러가지가 있지만 오늘 내가 말할 부분은 바로 "승객의 종교로 오는 식단의 제한" 이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인 승무원들이 외국인 크루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그건 바로 "한국인들은 다 처먹는다는 것"이다. 말이 과격해서 그렇지 생각해보면 진짜다. 우리는 크게 종교로 인해서 오는 식단의 제한이 없다. 돼지고기? 냠냠. 소고기? 냠냠. 닭고기? 냠냠. 양고기? 냠냠... (TMI. 나는 양고기 냄새나서 못 먹는다.)

솔직하게 말하면, 한국인들은 잘 아는 맛있는 고기들의 참맛을 종교로 인해서 못 먹고 맘껏 즐기지 못하는 크루들을 보면 가끔 안타깝다는 마음이 든다. 아, 물론 그 크루의 종교를 나는 존중한다 :)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외국인 크루들도 잘 안다.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크루들은 따로 종교로 인해 크게 오는 식단의 제한이 없어서 본인의 알레르기나 기타 특징이 없으면 다 잘 먹는다는 것을.

해서 처음에 외항사승무원으로 조이닝 후 트레이닝을 받고, 일을 하면서 참으로 어려웠던 점이 바로 이 종교를 다 외우고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었다. 아, 이 친구는 힌두교니까 쇠고기가 안되는구나. 아, 이 친구는 무슬림이니까 돼지고기는 안되겠네. 할랄이 뭐지?아 이거구나. 베지테리안 제인은 또 뭐야? 아, 그렇구나. 그러면 내가 이 친구랑 만약에 밖에 나가서 놀게 되면 이 음식은 꼭 피해야겠다 등등... 한국에는 보기가 매우 어려운 종교들의 모든 것을 외우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부분이야말로 한국인 외항사승무원으로서 필수적으로 다 겪어야한다.

동기들에서부터 시작된 이런 종교에서 오는 식단의 제한은 다이나믹하게 승객들에게도 적용된다. 더 신경써야하고, 더 조심해야한다. 한 예시를 알려줄까?

비즈니스에서 일하는 당신. 에피타이저에 뭐가 있는 지 알고 있었는데 까먹었네. 그리고 한 승객에게 에피타이저를 준다. 그러자 승객이 물어본다. 이거 안에 뭐 들었어? 까먹은 당신은 눈에 보이는 대로 그냥 읊어댄다. 그러고나서 승객이 말한다. 그래? 근데 나 돼지고기 못 먹는데... 같이 두 눈을 뜨고 보니 큰 돼지고기 조각은 안보인다. 해서 지나간다. 그러자 승객이 콜 벨을 띵동 누른다. 다가가니 한숨을 쉬는 승객. 그가 보여준다. 이거 베이컨 아니야..? 아뿔싸... 풀떼기 안에 아주아주 작게작게 들어가있던 갈색의 베이컨 조각들... 승객이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중요하지가 않다. 문제는 자세하게도 모른 채 승객에게 제공했다는 것. 승무원은 고개를 숙여 죄송하다고 죄송하다고 사죄를 한다.

그렇다. 내 가까운 사람이 실제로 한 일이다. 근데 이런 일은 아주 흔하다. 흔하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이고 그래서 더 위험한 실수인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런 실수가 아무래도 한국인 승무원들에게서 일어나기가 쉬운 문제라는 것이다. 왜냐고? 한국에 살 적에는 이런 종교때문에 식단 제한이 매우 심한 경우가 살면서 거의 없거든. 그래서 더 한국인승무원으로서 겪어내고 적응하기가 어렵고 시간이 더 걸리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인 것이다.

종교로 인한 식단 제한은 외국항공사승무원으로서 일하기를 결심하게 되고, 일하게 되는 순간부터는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다가온다. 편견없이 바라봐야한다. 상대방의 종교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 종교로 인해 어떤 부분이 안되고, 되는 지를 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기에 식사 서비스를 위해 에피타이저, 메인 코스 등에 큼직하게 어떤 재료가 들어가있는지를 공부하고 외우는, Food Knowledge가 중요한 것이다. 본인을 위해서도, 승객을 위해서도 그렇고 말이다.

아마 여러분들이 승무원이 되면 느낄 것이다. 레이오버에 함께 나가서 노는 크루들이랑 밥을 먹을 때, 음식 선택에 있어서 더 신중해지고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몇몇 한국인 크루들은 혼자 다니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 크루들의 식사까지 고려해주는 것이 힘들어서...ㅎㅎㅎ물론 나도 그렇고 말이다.

그러니 외국항공사승무원이 더 다양한 경험과 시야가 넓어진다고 하는 것이다. 다양한 종교를 가진 친구들이 생기고, 사람들을 만나니까. 넓어지는 시야와 경험만큼, 나의 이해심과 배려심 역시 넓어지는 이 직업. 바로, 외국항공사승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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