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직업일기_호주 시드니
간혹 오늘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이 있겠다. 승무원도 사람인데 비행 중에 아프거나 다치면 어떻게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너무 크게 아프지 않으면 우리도 비행기에 실리는 비상약을 복용하거나 본인이 갖고 다니는 약을 복용하고 좀 쉬는 경우도 있다. 버티기 힘들거나 그러면 상사에게 보고해서 허락을 받고 크루벙크가 있다면 (장거리 비행 시에 크루들 전용으로 쉴 수 있는 침대가 있는 공간) 벙크로 올라가서 쉬고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만약에 벙크가 없다면 뭐...악으로 깡으로 크루싯에 앉아서 버텨야지.
하지만 대부분이 궁금해하는 건 그렇게 아픈 게 아닌, 정말로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나거나 다리나 팔이 부러지는 경우겠지? 약 3달 전에 갔었던 내 시드니 비행에서 선임 승무원이 서비스가 다 끝나고 승객을 응대하는 중에 팔이 부러져서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 말해줘야겠다.
서비스가 다 끝나고, 창문 덮개가 다 내려가진 채로 불이 꺼진,컴컴해진 기내는 정말 어둡다. 이렇게 어두운 어둠 속에서 서비스를 나야하는 승무원들의 신체 자격 요건에는 야맹증과 색약이 없는 것도 포함되어있다. 정말 위험하기 때문이다. 선임 승무원의 팔이 부러진 것도 이렇게 어두운 기내에서 발생되었다.
갤리 근처에 앉은 맨 뒤에 앉았던 승객이 콜벨을 눌렀나보더라. 이코노미에서 일했던 막내 남자 승무원이 먼저 나가서 응대했는데, 승객이 이어팟 한 쪽을 잃어버려서 찾아달라고 승무원을 불렀다. (한 대 패고싶다.) 그렇게 남자 승무원은 해당 승객의 이어팟 한 쪽을 찾기 위해 컴컴한 기내에 무릎을 꿇고 바닥에 상체가 닿을 정도로 열심히 찾았다. 시간이 흘러 콜벨이 아직 켜져있던 것을 본 선임이 콜벨을 응대하기 위해서 갤리와 캐빈을 나누고 있던 커튼을 열었고, 본인 밑에 웅크리고 이어팟을 찾고 있던 남자 승무원을 못 보고 그냥 발을 내딛었다. 그렇게 남자 승무원에 걸려서 크게 앞으로 고꾸라져버린 선임 승무원. 그녀는 컴컴한 기내가 울릴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쓰러졌다.
그렇게 놀란 주변 승객들과 남자 승무원은 다른 쪽에서 일하고 상황을 전혀 모르던 나와 다른 승무원들에게 선임이 쓰러졌다고 말을 했고, 이 상황을 바로 부사무장과 사무장에게 보고한 뒤에 빠르게 나는 선임에게 다가갔다. 팔을 부둥켜잡고서는 엄청난 고통에 말도 못하고 신음만 계속 내던 그녀. 그녀는 울으면서 너무 아프다면서 살려달라고했다. 주변 승객들도 놀란 것을 보고서는 빨리 그녀를 일으켜야할 것 같았다. 한참을 아픔에 몸부림치던 그녀를, 아픈 부분을 피해서 대신 내 몸에 기대게하여 부둥켜 안아 일으켜서 갤리에 있던 크루싯에 앉혔다. 시간이 지나 모든 크루들이 와서 살펴보니 큰 외상의 상처는 없었다. 그렇게 그저 인대가 늘어나서 그런걸까...했고 결국 그녀는 사무장님에게 응급처치를 받고나서 이후 두 번째 서비스에서부터는 스탭다운 (승무원 업무를 하지 못하는 것)되었다.
그렇게 시드니에 도착한 뒤, 호텔에 도착 후, 스테이션 메디컬 전문 담당 매니저를 통해서 병원과 통화를 하게 된 그녀는 다음날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그녀는 돌아오는 비행에서는 승객으로 탑승하게 되었고 함께 일은 하지 못했지만, 해당 비행을 통해서 같이 본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렇게 승무원들이 해외 스테이션에서 아프게 되거나, 비행 중에 사고가 나면 승무원들은 해당 스테이션의 메디컬 매니저를 통하거나하여 병원으로 연결된다. 그러면 병원 의사의 판단하에 비행을 해도 되는 지, 아니면 더 해당 국가에 머물러서 치료를 받아야하는 지를 진료 받게된다. 만약 그 나라에서 더 머물러야한다면, 그 나라에 지내는 동안의 meal allowance (식사비용)을 월급으로 더 받게된다.
누군가는 오히려 좋은 거 아냐?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만큼 내 뒤에 있는 스케줄들도 다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겉으로는 좋아보이지만 그리 좋지는 않다.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에서는 다른 크루들이랑 와야하고, 승객으로 탑승해서 와야하는 것이기에 매우 눈치보이고 불편하다. 그러니 나와 그나마 안면을 튼 사람들과 오는 것이 제일 좋다.
아무튼 그 선임은 예상치도 못한 팔 골절로 인해서 한 달이상을 일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해져 버렸다. 한 순간에 예상치도 못한 사고가 일어나니 안타깝고 항상 조심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비행이었다. 어딜가나 아프고 다치면 나만 고생이다. 이 직업은 더군다나 내 몸이 돈이고 재산이니깐. 내가 일하는 동안...나도 다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