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제일 부담스러울 때는 바로...

EP.승무원일기

by 꼬마승무원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승무원들에게 오늘의 이야기 제목처럼, '승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제일 부담스러운 순간'을 꼽으라고 질문한다면? 맹세코 나는 나처럼 답변하는 사람들이 열에 여덟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건 바로

'이착륙을 위해 앉은 크루싯 (Crew seat, 승무원들 전용 work position마다 지정되어 있는 자리)에서 승객들과 마주봐야하는 상황'

이다.

생판 처음보는 사람과 마주보고 앉아있는 이 부담스러운 상황은 마치 우리가 지하철을 탔을 때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모르는 사람과 어쩌다가 눈이 마주치게 되는 상황과 비슷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승무원으로서 크루싯에 앉아 승객과 마주보게되는 이 상황은 조금 다르다. 지하철에서는 핸드폰을 하거나, 책을 보는 등의 다른 물건으로 눈빛을 회피할 수가 있지만 승무원은 아무것도 없다. 이 착륙 시에는 안전을 위해서 좌석 벨트 표시등이 켜져 있는 상황에서 승객들이 자리에 일어나지 않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쳐다봐야한다. 또한,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 머릿 속에서는 비상 상황 대처 매뉴얼을 혼자서 머릿속으로 리마인드 해야한다. 때문에 옆에 있는 동료와 함께 웃고 떠들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비상구열 좌석에 앉아 마주보게 되는 승객들과의 어색한 눈맞춤은 부담스럽지 아니할 수가 없다.

승무원들도 부담스럽지만, 승객들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러면서 사람마다 이를 대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눈에 띈다. 어떤 승객들은 열심히 모니터에 일부러 집중한다. 옆에 일행이 있는 승객들은 승무원을 바라보기 껄끄러운 지 계속 옆의 동료와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MBTI 중에서 E (외향형) 성향을 가진 승객들은 승무원에게 말을 거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머무는 지, 자주 이 노선의 비행을 타는 지 등의 질문으로 시작해서 이 비행 다음에 본인은 어디로 가는 지 등의 본인 사생활까지 말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승무원들과 눈 마주치고서는 세상 은은한 미소로 응대해주는 경우도 있다. 다른 한 편으로는 갑작스러운 눈맞춤에 당황하셔서 곧바로 눈동자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분들도 있다. 물론, 이렇게 다양한 승객들의 반응만큼, 매뉴얼대로 실천해야하는 상황이 지나가고 나면, 몇몇 승무원들은 맞은 편의 승객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수다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승무원으로서 일하면서 가장 부담스럽다면 부담스러운 이 상황을 매번 마주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반응을 살피면서 그 사람의 성향을 나도 모르게 알게 되는 것들이 흥미롭고 가끔 재밌다고도 느껴진다. 어쩌면, 내 의지가 아닌 순간에 우연으로 맺어진 인연으로 인하여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나의 흥미를 끌어올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굳이 알고 싶지 않지만, 워낙 가까이 마주하게 되기 때문에 상대방의 대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와 알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깐. 그래서 종종 회사에서는 너무 큰 목소리로 웃고 떠들고, 회사 욕하지 말라고 그런단다. 다 듣고 나중에 뒤에서 뭐라고 할 지 모르니 :)

아무튼, 오늘은 승무원으로서 일하게 되면서 항상 마주하게 되는 부담스러운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봤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도 승무원과 가까이에 마주보게 되는, 비상구 열에 앉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앞으로 앉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 현직으로서 말하자면... 아마 이 부담스러운 상황 역시 승무원들도 사람인지라 마찬가지일 터이니, '우연이 맺어준 인연' 이라는 마음으로 넌지시 승무원들에게 간단하게 말문을 털어준다면 좋을 것 같다. :) 아마 승무원들도 안전으로 인해 필수적으로 대화를 피해야하는 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대화에 녹아들고 오히려 감사한 마음으로 미소를 지어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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