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승무원일기
"요즘들어서 새로 들어오는 주니어 크루들, 그 중에서도 나이가 많이 어린 Gen-Z 친구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끝까지 주도적으로 (initiative) 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상사들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경우
가 많아. 즉.. 소프트 스킬이 부족한거지."
최근에 다녀온 비행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딜레이가 있었다. 여러 명의 승객들이 많은 컴플레인을 걸었다. 그 중에서도 한 승객이 계속 다음 연결편 비행까지 촉박한 시간으로 인해 걱정을 많이 하셨고, 처음 응대한 사람인 나만 이후에 계속 찾으면서 컴플레인을 하셨다.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도와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를 위해 사무장님께 부탁드렸다. 이 분이 가장 빨리 내릴 수 있도록 가장 앞 쪽의 빈 좌석에 앉혀도 되는지 말이다. 다행히 허락해주셨고, 랜딩 전에 다른 승객들이 다 보는 사이에 짐 옮기고 앉히면 눈치 보이기에 몰래 귓속말을 하면서 비행 중간에 짐을 옮겨주었다. 비행기가 목적지에 다다르고, 연결편 비행에 대한 보딩 게이트며 정보가 뜨는 것을 확인 후 적은 종이를 그 승객에게 조용히 가져다 드렸다. 그렇게 내가 해드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준 뒤 다행히 승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본인을 신경써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안심하는 승객의 모습을 본 뒤에 보고했고, 밥도 안 먹고 열심히 왔다갔다하면서 일을 처리한 나를 보면서 상사들은 고마움과 칭찬을 내게 보내주었다.
내가 이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승무원은 연기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기력의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소프트 스킬이다. 요즘 승무원이 되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에게 부족하면서도 꼭 필요한 것. 로봇이 결코 승무원으로서 일을 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 승무원으로서 일하면서 가장 필수불가결하게 중요해지는 것들,바로 소프트 스킬이다. 소프트 스킬에는 꼭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책임감, 공감능력, 소통, 대처능력, 문제 해결력. 이것들이 꼭 완벽한 육각형의 비율을 가질 필요는 없다. 비율보다는, 내가 말한 부분들이 적든 많든 꼭 갖고 있어야한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 중에 어느 부분이 가장 비율이 많으냐에 따라서 본인만의 특화된 연기력이 되는 것이다.
트레이닝 시절,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다른 국적의 크루들보다 한국인 크루들이 제일 잘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있다며.바로 '슈렉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눈빛공격' 이라고 말한 트레이너의 말이다. 욕 아니냐고? 아니. 이건 칭찬이다.
화가 난 승객들의 컴플레인을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미안해 죽겠다는 듯이, 맑고 순수하면서도 다 안다는 그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청하는 모습을 상상해보기를.이 눈빛은 승객의 마음에 더블 공감을 선사하게 되면서 화가 난 마음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다. 그렇다. 이 경우는 공감능력이라는 연기력이 특화가 된 소프트 스킬인 셈이다.
나의 경우는 "책임감"과 고객과의 "소통"에 특화가 된 연기력을 펼쳐 이번 컴플레인을 해결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승무원이 해 줄수 있는 부분도 없고, 연착 된 것인데 어쩌겠나하고 그냥 내버려둘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정도 있고 불안한 마음이 큰 분이라는 걸 캐치했기에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더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내 상사들과, 고객과 소통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다양한 승준생들, 전현직 승무원들, 그리고 승무원 강사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최근에 카타르 항공이 롤플레이에 비중을 많이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말인 즉슨, 롤플레이를 통해서 이 사람이 과연 진정한 승무원의 자질이 있는 지를 보겠다는 말인 셈이다. 즉, 한창 사람이 부족해서 많이 뽑아 놓고, 현직들 일하는 뽄새를 보니까 생각보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승무원의 자질에 안 맞는 인간들이 많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잘 거르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롤플레이고 말이다.
롤플레이의 진면모는 이것이다. 인간은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는 당황해서, 지금까지 감춰뒀던 진짜 본인의 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드러나게 된 본인의 진짜 본모습을 통해 과연 이 사람이 승무원으로서 한 따까리 할 수 있나를 보는 것이다.
심각해지는 경기불황으로 인해 나이도, 경력도, 배경도 그렇게 중요하지가 않은 외항사의 채용환경에 관심이 많이 쏠리는 현재이다. 이럴 때 본인만의 특화되어 있는 연기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내가 위에서 언급한 자질들은 다 갖추고 있어야하고. 본인이 없다고 생각하면 연습과 노력을 통해서 연기하는 수 밖에. 마치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말이다. 피나는 연습과 노력이 어쩌면 이후에는 나의 뇌를 속여서 진짜 내 모습인 것처럼 비춰지게 만들어줄 수 있은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