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직업일기
'외로워도 슬퍼도~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 '들장미소녀 캔디' OST 가사 중 일부...-
"언니, 언니는 혼자서도 되게 잘 돌아다닌다."
"그럼! 그렇게 혼자 지내는 외로움 마저도 즐기고 견뎌야지 그래야 승무원하는거야. 그것도 외국항공사승무원을."
"맞지. 그걸 못 즐기면 얼마 못 가서 그만두었겠지."
들장미소녀 캔디의 OST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울고, 참고 또 참으면서 오히려 외로움을 즐기려고 하는 나는 외국항공사승무원이다.
외항사승무원이 되고 나서 외로움이란 눈에 보이지는 않는 내 단짝 친구가 되었다. 비행을 떠나는 내내, 해외 레이오버를 즐기는 내내, 수 많은 사람들에게 기를 다 빨리고 집에 도착할 때, 쉴 때, 홀로 휴가를 보내러 갈 때, 휴가를 보내고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승무원 일상으로 되돌아 갈 때 등등.... 외항사승무원이 되고나서 작디 작은 순간, 누군가는 부러워하는 이 삶의 모든 부분에는 외로움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새에, 아니 승무원으로서 짬빠가 하루하루 켜켜히 쌓여가면서 이 외로움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생각한다. 아, 아니다. 어쩌면 외로움의 크기는 그대로이고 외로움을 대하는 내 마음이 점점 넓어지고 관대해져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처음 승무원이 되고 한국으로 첫 휴가를 나오고 다시 일하기 위해 되돌아 가야했던 당시가 생각난다.정말 정말 되돌아가기가 싫었다. 그냥 이대로 도망가버릴까..라는 정말 멍청하다면 멍청한 생각도 했었다. 아무래도 내 첫 자취와 홀로서기를 외국에서 시작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벌써 휴가만 몇 번을 다녀갔는 지 모르겠다. 시간은 내가 흐르지 말라고해도 흘렀다. 흘러가는 시간만큼 어느 덧 '나는 다시 되돌아가야한다. 그래야 다음에도 이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라는 마인드와 생각이 내게 자연스럽게 물들여졌다. 물들여진 마인드처럼, 이젠 비행기를 타고 이곳 저곳을 떠나가는 이 일상과 순간 역시도 수채화 물감처럼 퍼져지게 되었다.
승무원이 되기 이전에는 혼밥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컸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달까? 나는 친구 많은데 친구 없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이 사회에서 도태된 사람이라고 바라보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에 혼밥을 전혀 하지를 못했다. 하지만, 승무원이 되고나서 혼밥이든 뭐든, 혼자하는 것들이 점점 익숙해졌고, 오히려 이 순간을 즐기게 되었다.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지게 만들어 떠나는 나홀로 여행,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맛있게 내 배를 챙겨주는 맛있는 혼밥 등등... 외로움은 어느 덧 떨쳐내야할 존재보다는 이제는 옆에서 잘 챙겨줘야하고 오히려 즐거움을 주고, 또 즐거움으로 채워줘야하는 존재가 되었다.
본래 인간은 외로운 동물이라고 한다. 원래 인간은 외롭다고한다. 이 외로움마저도 이제는 친구로서, 함께 즐기게 만들어준 외항사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어쩌면 내게 또 다른 시선과 더불어 나 스스로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해 줬다고 생각한다.
미워도 미워할 수도 없고, 평생 하라고 해도 못하는 직업, 외항사승무원. 지금까지 외로워도 슬퍼도 참고 또 참은 만큼, 앞으로 내가 어떤 길을 갈 지 나 스스로도 모르겠지만 이건 알 것 같다. 앞으로 겪게되는 외로움도 잘 즐기고 겪어낼 것이라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