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무서운 승무원

EP.직업일기

by 꼬마승무원

오늘 이야기의 제목을 보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프로페셔널하게 승객들을 응대하고, 그들을 위해서 도움을 줘야하는 승무원이 승객을 무서워한다니 말이다.

이 시대는 말 그대로 소통의 시대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소통은 단순한 인간 대 인간이 페이스 투 페이스로, 얼굴로 보고 하는 대화를 넘어든다. 즉 소셜 미디어를 통한 영상과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이뤄진 광범위한 소통을 말한다. 모든 것이 영상과 글로 공유될 수 있는 시대. 그만큼 사람들의 자유로운 생각,그 당시의 상황 등 그 모든 것들이 다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

간혹 일하면서 보딩 때부터 핸드폰으로 이곳 저곳을 영상과 사진으로 찍으면서 들어오는 승객들도 존재한다. 개인 초상권이 존재하기에 불편하면 말하는 것도 가능하기에 너무 내 얼굴을 찍어대는 것 같아 부담스러우면 양해를 구하고 그만하라고 요청할 수 있다. 대놓고 찍는 승객들도 있지만, 간혹 숨어서 몰래 찍는 승객들도 존재한다. 그것도 아주 응큼하게 말이지....

승무원으로 일하게 되면서,회사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승객을 응대할 때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서비스업을 했을 때보다도 더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외국항공사라는 특성 상, 전 세계 다국적 승객들을 응대하니 더 그렇다. 내가 말하고 응대한 것이 맘에 들지 않아서 이곳 저곳에 본인의 입맛대로 적어내려가는 못된 승객들이 생각보다 많다보니 더 조심스럽다. 간판도 없고, 이름도 잘 알지도 못하는 동네 음식점 종업원이며 사장님이 싸가지가 없다느니, 음식 맛이 어떻느니부터 시작해서 알게 모르게 삽시간에 빠르게 퍼져나가는 것이 사실이다.알고보니 종업원이나 사장님이 그 날 몸이 아팠던거라면? 가족 일이 있어서 아직 맘이 수그러들지 않는 큰 개인적인 사정이 있던 거라면? 그렇다. 빠르게 퍼져나가는 정보에 비하면, 이에 대한 속사정을 알 만한 짧은 시간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사실 나는 모든 승객들을 다 믿지 못한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한, 내가 맡은 업무가 있기에 최선을 다해서 응대할 뿐이다. 사실 나는 승객들이 무섭다. 이 비행이 끝나고나서 나는 기억도 못하는 것을 뒤에서 어떻게 얘기할 지 모르겠다. 그것이 승무원 잘못이라면 당연코 사과를 하고, 질책을 받아야하겠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앞에서는 웃고 괜찮다고 말하고 뒤에서는 세상 못나고 일을 못하는 승무원으로 만드는 몇몇의 승객들이 있어서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 행동에 한 점 부끄럽없고, 내가 진심으로 승객을 응대하고 친절하다면야 무서움을 가질 필요도 없고, 또 무섭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친절함을 너무 업신여기면서 상대방을 깎아내리려고 하는 못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참 무서운 현실이다.

사람을 응대하는 직업. 사람때문에 웃고,사람때문에 울고, 사람때문에 상처받고, 사람때문에 용기를 얻는 나는 외항사승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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