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마음일기
나에겐 항상 빨리 흘러가고 매번 아쉽게 느껴지는 올해 두 번째 휴가가 이렇게 지나갔다. 현재 나는 다시 일하러 돌아가기 위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늦게 도착해서 허둥지둥 대는 것보다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평소의 생각처럼,약 2시간이나 빨리 도착해서 게이트 앞에서 글을 작성하며 시간을 보내기를 하는 나이다.
매번 사람에 둘러 쌓여있고,매번 사람에 치이고 상처받고 위로받는 나날이 계속 된 지 어연 2년하고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있는 중이다. 이번 휴가 이전, 문득 내 첫 휴가 때 홀로 떠난 속초 여행이 떠올랐다.그러곤 생각했다. '조용히 혼자 떠나고 싶다. 아무도 모르는 사람, 생전 처음 보는 곳에 가 혼자 보내는 시간을 꼭 가져야겠다.' 라고 말이다. 그렇게 이번 휴가는 요즘 떠오르는 여행지, '묵호'를 다녀왔었다. 1박 2일의 여정을 계획했다가, 당일치기도 괜찮겠다싶어 당일로 기차를 타고 다녀왔었다. 흐르는 강물처럼,내가 정한 시간대로,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향하고,내가 먹고 싶은 것들을 그 누구의 제약과 고민 없이 먹고 떠나고 시간을 보내는 것. 이것이 바로 혼자 떠나는 여행의 묘미라 생각한다.
애초에 생각했던 묵호 여행에서 난 해수욕장, 해변가에 홀로 앉아 간단한 음식들을 먹으며 바다멍, a.k.a 물멍을 때리면서 가만히 있는 시간을 적어도 30분은 갖고 싶었다. 하지만, 내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아니 그냥 역마살이 몸에 배여서 그런지 모르겠다만 물멍을 때리는 시간을 내 계획만큼,예상만큼 갖지 않았다. 허영만 식객이 방문했던 가성비 짱 물회집을 시작으로 2-3시간을 내리 걷고 또 걸었다. 논골담길,도째비 스카이밸이,어달항,111프로젝트 등등을 구경하고 천곡 황금박쥐동굴로 떠난 뒤 촛대 바위까지 이곳 저곳을 혼자 살펴다녔다. 물멍을 때리면서 여유로움을 느끼겠다는 나의 계획과 내 여행을 되돌아보니 거의 극기훈련 급의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런가,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내 다리는 퉁퉁 부었고, 당일치기 치고는 유명한 곳은 그래도 잘 돌아다녔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나는 깨달았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겠지만, 나 역시 내가 생각하는 충분한 휴식과 여유가 넘치는 '나를 위한 진짜'여행을 떠나려면 당일치기가 아닌, 몇 박 며칠의 여행 일정을 잡아야함을 깨달았다.
그렇게 여행 다음 날,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나 동네에서 저녁을 함께 했었다. 혼자 묵호 여행을 다녀왔었고 모든 것이 다 좋았다며 여행 후기에 대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나도 모르는 압박감에 이곳 저곳을 다니느라 조금 힘들었었다고. 그 말을 듣고 친구는 내게 말했다.
"어쩌면 정말 나를 위해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 "
내 친구의 말을 듣고서 격한 공감이 들었다. 말이 휴가이고, 말이 나를 위한 시간이었지 진짜 내가 원했던 이상적인 혼자 여행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 그 말을 듣고서는 문득 여행 며칠 전 TV에서 방영되던 '동물농장'에서 본 한 보더콜리 이야기가 스쳐지나갔다. 쉬지 않고 계속 양몰이를 하는 반려견 보더콜리의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에피소드였다. 심지어 양이 없어도 보더콜리는 계속 돌고 돌고 돌 뿐이었다. 그렇게 동물 행동교정전문가는 말했다. 보더콜리는 쉬는 법을 현재 모른다는 것을.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데, 정말 본인을 위한 쉬는 방법을 몰라 계속 움직이고 돌고 돈다는 것을 말이다. 본인이 움직이고 행동하는 것이 기뻤다면, 꼬리가 하늘로 높게 뻗듯이, 높게 올라갔을 것이라고. 그러고보니 보더콜리의 꼬리는 항상 아래로 축 쳐져있었다. 그 말인 즉 본인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보더콜리는 본인을 위한 진정한 휴식을 주인와 함께 훈련받고 교육받았다.
물론 행복했던 나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음에는 분명하다. 아직도 꿈 같고 좋은 추억으로 남겨짐에는 당연한 여행이었다. 하지만 뭔가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은 느낌이 드는 건 뭘까. 시간이 흘러서 아, 지금 되돌아보니 그 때보다 더 잘 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뭘까. 어쩌면 무의식 속 내면의 내가 외치고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행,쉬는 것이 아니어서 일 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나를 위해 아무것도 안하고, 이 모든 것과 단절되고 싶던 욕구에서 비롯된 여행과는 먼 휴가였기에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쉬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 이 말이 내 마음에 저 깊숙한 곳의 심금을 잔잔하게 울린 것에는 아마 이유가 있음에 분명하다. 나는 보더콜리처럼 아직 나를 위한 휴식에 연습과 훈련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사람인지라, 언제나 지나고 보면 모든 것이 후회되고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후회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 다음 번은 더 나은 내가 되고 성장하는 것이겠지. 다음 번 휴가에는 좀 더 나를 위한 쉬는 연습이 잘 되어 있기를 바란다. 굳이 휴가가 아니어도 괜찮다. 내 인생의 전반에 있어서 변화를 위해 찾아 올,앞으로 있을 쉼표에 압박이 아닌 나의 무의식과 내면이 만족해하는 충분한 쉼이 찾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