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면접일기
이전에 좋은 기회로 나와 인연이 깊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승준생 일일 특강에 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 모의 면접을 하면서 나왔던 질문은 아래와 같았다.
"너를 꽃으로 비유해봐. 너랑 닮은 꽃이 뭐야?"
그러자 학생분들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꽃에 대해서 생각한 뒤 이유를 차분하면서도 우아하게 대답했다. 대부분은 장미, 데이지, 라벤더, 프리지아 등의 대중적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꽃으로 본인들을 표현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유도 다양했다. 장미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왕 이미지를 빗대서 본인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빗대어 말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꽃말을 말하면서 본인 성격을 빗대어 말했다.
나도 이전에 한 선생님의 학생으로서 저런 질문을 받았을 때 저렇게 대답했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이제는 현직이 되어서 준비생 분들을 보니까 뭐가 부족한 지 잘 보였다. 그리고 난 매우 중요한 것을 느꼈다. 내 마음을 울리고 기억에 남는 대답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너무 두리뭉실한 대답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억에 아무것도 안 남는 평범한 대답이었다. 이에 나는 한 분 한 분 피드백을 드리면서 그 분들에게 말했다.
"여러분들의 대답에 정답은 없어요. 본인이 생각하고 느낀 바를 잘 말하면 좋죠. 하지만 이 부분을 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여기는 승무원 면접입니다. 승무원이 될 자질이 있는 사람들을 이런 질문을 통해서 면접관은 캐치하죠. 여러분들이 꽃집 사장님이거나 플라워리스트라는 직업 경험이 없는 이상 이 세상 꽃에 대해서 말할 수가 없어요. 꽃말 다 기억할 수도 없고요.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묻는 의도가 뭘까요? 꽃 지식을 물어보려고요? 여러분들도 다 아니라고 생각할거에요. 저라면 이렇게 대답했을 거에요.
"네, 저는 파란색 장미를 저에 빗대고 싶습니다. 세상에 빨간색 장미만 있는 줄 알았던 저는 파란색 장미를 제 중학교 졸업식 때 할머니께 선물 받았습니다. 당시 편의점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시던 할머니는 첫 손녀 졸업식에 가져갈 꽃을 사고싶다며 편의점 점주님께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러자 점주분은 요즘 파란색 장미가 참 이쁜 것 같다면서 할머니께 추천해주셨고, 그 말을 듣고서는 할머니는 마침 동네에 한 꽃집에서 파란색 장미꽃을 보시고는 제게 선물해주신겁니다. 점주님의 따듯한 조언과 할머니의 저에 대한 사랑이 담긴 파란색 장미처럼, 덕분에 저 역시 타인의 조언을 따듯하게 바라보고 사랑이 가득한 사람으로 자랐습니다."
어때요? 여러분 이 면접이 끝나고서도 제 말이 기억에 남지 않을 거 같지 않나요? 아, 파란색 장미! 아, 편의점 알바 할머니! 아, 따뜻한 친구! 이렇게 말이에요. 분명 여러분들도 저처럼 꽃을 선물받거나 특별한 추억으로 누군가에게 선물해주거나 한 기억이 있을겁니다. 그걸 긴장해서 기억을 못 할 뿐인거죠."
실제로 이 조언 뒤로 모든 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사실은 나처럼 졸업을 해보고, 꽃 선물을 받기도 혹은 주기도 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렇다. 이게 바로 내가 항상 말하는 스토리텔링, 본인만의 이야기, 나를 위한 공부, 승무원 면접 뿐만 아니라 모든 면접의 핵심인 것이다. 내가 한 이야기가 제 3자가 들었을 때 흐뭇해질 수 있고, 조금이라도 더 기억에 남도록 만들 수 있는, 상상이 가도록 만들어주는 짧은 이야기. 이게 바로 내가 여러분들에게 원하고, 여러분들이 해야하는 본인에 대한 공부인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해볼까? 이 질문은 너무 식상하지만 어렵다.
"여러분들은 어떤 색인가요? 본인을 어떤 색으로 비유하고싶나요? 왜요?"
그러면 대부분은 말한다. 빨간색은 저의 회사와 이 직업을 향한 열정이요, 노란색은 저의 밝은 내면이요, 초록색은 편안한 저의 마음이요 제가 좋아하는 색이라서요, 파란색은 하늘을 연상시키면서 저의 가슴을 두근거리네요, 보라색은 신비로우면서도 우아한 색인지라 저의 이런 면모를 드러내요, 하얀색은 모든 색과 잘 섞이는 저의 사회성이요, 검정색 역시 흡수가 빠르니 모든 것을 빨리 받아들이는 제 성격이요, 검정색은 한자로하면 검을 현이라 현명한 저의 성격과 빗대고 싶다 등등.... 위의 사람들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이 질문에 대한 내가 한 대답 역시 달랐다.
"저는 이렇게 말할거에요. 네, 저는 하얀색으로 저를 비유하고 싶습니다. 그것도 편지지와 편지 봉투의 흰색을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제가 받아 온 소중한 편지들을 다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마음이 힘들거나 지칠 때 조용히 밤에 몰래 침대에 누워 보고는 합니다. 그럴 때마다 흰 색 편지지와 봉투는 제게 힘을 주고 저 마음을 이해해주는 친구가 됩니다. 제가 잊어버린 제 진짜 모습을 비춰줍니다. 저 역시 누군가에게 하얀 편지지처럼 기댈 수 있고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고 또 그런 사람이라 믿습니다."
누구나 흔히 대답하는 것이 아닌 진짜 본인의 말을 하는 것이 이것이다. 내가 말한 위의 예시들은 정말로 다 내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내 본가에는 편지가 정말 수두룩하다. 내가 초등학생 때 받은 편지부터해서 나를 사모(?)했던 남자애들이 보내 준 소중한 편지들까지. 그 편지들을 읽을 때마다 나는 잊어버린 진짜 내 순수하고 어린, 진짜 모습들을 보는 느낌이라서 가끔 눈물이 난다.
오늘의 이야기를 읽고 분명 누군가는 '아하, 이런거구나. 이게 바로 계속 승무원 선생님들이 말하는 것, 진짜 내 이야기, 나만이 할 수 있는 따듯한 이야기, 대답이구나, 이게 바로 사람냄새가 난다는 이야기구나.' 라고 깨달았을 것이다.
여러분들의 대답 속에 승무원으로서 느껴지는 사람냄새+따듯함+매력+ 그리고 듣는 사람의 상상력을 일으킨다면 분명 여러분들은 합격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이야기 다음에는 내가 실제로 그룹 공통 면접 때 대답했다가 면접관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모든 팀원들이 박수를 쳐줬던 다른 에피소드에 대해서 말해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