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마음일기
'번아웃 : 과도한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무기력해지는 상태. 직무에서 열정과 성취감을 잃고 만성적 피로감을 느끼는 증후군으로 설명. 증상으로는 업무에 대한 열정 상실, 회사와 삶에 대한 회의감, 무기력감 등이 있음. 원인으로는 업무량 과다, 통제력 부족, 보상 부족, 반복적 단순 업무 등이 있음.'
- 네이버 출처...'
번아웃이 찾아온 것 같다. 휴가를 다녀오고 나니 더 그런 것일까,아니면 이미 오고도 남았을 번아웃을 인정을 하지 않고 그냥 그럴려니, 당연한 것이겠지하면서 무시하다가 이제서야 평소와 다르게 더욱 더 몸이 무겁고,정신이 힘드니까 인정을 해서 깨달은 것일까. 요즘따라 지치고 나도 모르게 무기력해져가는 내 모습과 생각을 친한 친구에게 말하니 친구가 내게 말해줬다. 딱 너가 말하는 것을 보니,너에게 번아웃이 찾아온 것 같다고 말이다. 그렇게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검색을 해서 찾아낸 번아웃의 정의. 그리고 보자마자 드는 생각.
"맞네. 한 톨도 틀림없이 다 맞는 말이야."
승무원이라는 직업은,다른 여타의 직업들도 그렇겠지만 본인을 제일 잘 챙겨야하는 직업이다. 일하는 환경도 그렇고, 본인이 비행기 안에서 비상 상황 시에 살려야하고 책임져야하는 목숨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괜찮아야 나를 살리고, 타인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외국항공사승무원들에겐 이 중요성이 더욱 더해진다. 왜냐고? '타지에서 홀로서기, 타지에서의 생존'이라는 것도 더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외국항공사승무원들에게는 이런 것들에서 오는 신체적 및 정신적인 피로도가 더 클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나는 잘 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승무원들이 잘 알 것이다. 본인을 잘 챙기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바로 '나 자신보다는 타인을 더 챙겨야하고 마음을 써야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의 겨드랑이가 땀에 젖어도,내 무릎에 노란 멍과 피 멍이 들고,내 손가락이 어딘가에 찢기고 피가 나도 승무원인 나는 내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괜찮아, 괜찮아.'한다. 하지만, 승객이 다치고 화가 나는 것은 관대해 질 수가 없다. 상관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나 혼자만 괜찮아질 수다 없고,나 뿐만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이 비행의 팀원들 역시 다 신경써야하는 일로 들어간다. 비상 상황 시에 나도 빨리 탈출해서 소중한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어도 나의 탈출은 마지막이여야한다. 우리의 가장 큰 업무는 '승객들을 그들의 소중한 가족들과 인연들에게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적지로 데려다주기'이다. 우린 승객들을 위한, 하늘 위에 떠있는 화려한 무지개같은 다리 역할이다. 우리의 역할과 모든 것들은 다 나보다는 타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모든 서비스 직이 그러겠지만, 승무원에게는 더욱 이 임무가 가중된다. 우린 지켜야할 생명들이 있거든.
나보다는 타인을 챙기는 것이 익숙하고 챙겨야만하는 이 직업을 해오면서 아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로와 힘듦이 쌓였던 것 같다. 나는 괜찮다면서 생각이 듦과 동시에 요즘 들어서 여기에 이러고 있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갈 타이밍을 놓칠까봐 조바심이 생기는 중이다. 그러면서 나의 다음 진로와 삶을 어떤 방향으로 꾸려나가야하며,어떤 것을 해야 내가 행복하게 앞으로 나갈 수가 있는 지 외항사승무원이라면 필수적으로,필연적으로, 그리고 반드시 부딪혀야하는 고민과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이젠 사람을 대하고 싶지도 않고, 얼굴을 보고 대화하고 싶지도 않다. 이젠 나 혼자 일하고,내 멋대로 하고픈 대로 하고 살고 싶다.' 라는 이 승무원이라는 직업과 모순되는 마음의 소리가 툭툭 튀어나오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들어서 크루들하고도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강해지고, 승객들하고도 대화하는 것도 즐겁지가 않고 그냥 말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크루에게 치이고,승객에게 치이는 이 삶이 지친달까. 아마 겉으로는 가면을 쓰고 일하는 나를 보고 아무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는 걸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글을 적으면서 문득 예전에 좋은 기회로 나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의 과외 수업에 참관한 때가 스쳐지나간다. 선생님은 나와 선생님의 학생분들께 '무의식 속 내 진심과 감정' 카드 타로를 해주셨다. 내 무의식이 말하는 내 상태는 어떨까? 그렇게 내가 고른 3가지 카드. 첫 카드는 돈. 돈을 많이 벌어서 이 직업이 좋단다. 근데 두 번째가 좀 놀랐다. 바로 피눈물을 흘리면서 어린 아이가 울고 있는 그림이었다. 정말 무서운 그림이라서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너무 무섭다고 말씀드렸는데, 내 내면아이가 슬프단다. 힘들단다. 내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것 같으니 스스로를 많이 위로해주고 아껴달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세 번째 카드는 나 스스로를 많이 위로해주겠다고 속으로 말 한 뒤에 뽑은 카드였는데, 왕관을 쓴 대변의 모습으로 주변이 환하고 밝은 느낌으로 보였다.
지금 '아,그 순간만 그렇고 내 스스로를 또 내가 돌보지 않았구나. 나, 많이 참고 참아서 아프네.'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직업을 그만두고, 내 마음이 말하는 것을 따라가야 진정한 행복이 찾아올까? 모르겠다. 내가 무슨 일을 앞으로 어떻게하든 번아웃은 꼭 언젠가 찾아올 거라는 생각이 든다.
번아웃이 오는 이유는...어쩌면 내가 그만큼 이 직업에 온 힘과 마음을 쏟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 싶다. 애증의 마음이 번아웃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어찌됐든 내 몸도 그렇고 마음이 참 아프다. 나를 더 생각하고 아끼는 내가 되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