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면접일기
"안녕하세요! 이번이 제 몇 번째 비즈니스 클라스 비행입니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 실습비행입니다. 옆에서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피드백은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오랜만에 다녀온 비행들에서 한 비행은 실습비행으로 온 후배가 있었고,나머지 한 비행에는 비즈니스 클라스 인턴십 기간의 후배가 탔었다. 본인들이 아직 부족하고 배우는 단계이니 잘 봐달라고 하면서 긴장된 모습을 웃음 속에 내비친 그들을 보면서 과거 햇병아리 비행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 역시 그들처럼 매 비행마다 인사를 하고 잘 부탁드린다면서 먼저 말씀드리고 긴장을 했었으니까.
어느덧 나는 그들에게는 꽤나 비행 경험이 쌓인 선배가 되었었다. 매번 그들을 향해 내가 건네는 말이 있다.
"긴장하지 말고. 걱정하지마. 우리도 다 너희처럼 시작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나는 잘 알아. 그냥 이 비행에 너희처럼 실습으로 오든,인턴십 기간으로 오든 비행 자체가 스트레스라는 걸.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말되
모든 걸 처음부터 다 잘하려고 하지마. 여기 사람들보다 부족한 게 맞으니까.
나랑 다른 크루들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어.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옆에 있으면 돼."
매번 이렇게 말을 건네주면,다들 고맙다면서 웃으면서 말을 건넨다. 나는 느리고 어리숙한 그들에게 절대 화를 내지 않고,다그치지 않으며 천천히 말을 한다. 내가 당했던 것이 있었고,내가 느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내가 마음을 편안하게 먹지 않으면,긴장과 불안감이 나를 잡아먹어서 평소에는 하지도 않던 실수를 꼭 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내 첫 실습비행에서 나를 가르쳐주시던 선배는 답답함에 표정과 말에는 짜증이 묻어났었고,나는 안그래도 하던 긴장이 더 가중이 되어서 실수를 연발했으며,죄송함에 자책감만 얻었었다. 인턴십 기간에는 느린 내게 편안함보다는 긴장감과 쏘아대는 행동과 말로 나를 푸쉬할 때면,나는 말이 버벅거렸고 안 할 수 있던 실수도 하고,매 표정은 웃음보다는 굳어져만 갔었다.
이런 인고의 시간들과 경험들이 쌓이면서 나도 모르게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나는 부족하다. 남들에 비해서 부족하다. 그러니 나를 인정하고 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충실하자. 내가 상대방에게 무례하지만 않으면 지금까지 살아온 나를 돌아봤을 때 다들 나를 좋아해준다고. 그냥 편안하게,자신감있게 하자.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니까.'
였다. 내가 긴장을 하고,안 할 수 있던 실수를 연발했던 비행들을 되돌아보니 내 마음 속,나는 은연중에 '저 사람한테 잘 보여야해,이 비행에서 이 사람한테 실수하면 절대 안돼.' 라면서 무의식에서 나 스스로를 다그쳤었다. 내 진짜 모습이 아닌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가면 속 아둥바둥한 '불편함'과 '간극'이 나를 매 비행마다 분발해야하고,어리숙하고 잘 적응할 지 모르는 크루로 은연중에 낙인찍히게 만들었었다. 신기하게도 저렇게 내 부족성을 인정하게 되면서,마음도 편안해졌고 더 비행에 적응하는 것도 빨라졌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타인보다 많이 부족하고,느리다는 것을 인정했다.
실제로 일을 하면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 부분처럼, 먼저 메일을 보내거나 브리핑룸에서 이야기를 꺼내주는 크루들을 보면 더 마음이 가고 호감이 간다. 아무것도 말도 안하고 비행에 올라타서 사실은 내가 비행한 지 얼마 안됐다니하는 크루들보다도 실제로 인성도 그렇고 태도도 매우 좋았다. 본인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드러내는 용기를 가진 크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크루들이 더 빨리 배웠고,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역시 다른 크루들에게도 좋은 사람으로 기억이 되었고,편안하게 비행을 즐기는 것을 봤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마 느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의 단점과 부족한 점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걸 드러내는 것. 이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용기를 드러내는 사람은 진정 본인을 더 사랑할 줄 알게 되고,본인에 대해서 잘 알게되며,본인이 얻고자 하는 것을 빨리 얻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타인에게 인간적이면서도 호감과 집중을 얻어낼 수 있다.
나도 그렇고 여러분들도 그렇고,앞으로 내 눈 앞에 펼쳐질 모든 일들에 불편함과 긴장의 가면보다는, '편안함'과 더불어 본인의 부족하고 아픈 것들을 '인정'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