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되고보니 이해하는 마음

EP.마음일기

by 꼬마승무원

예전에 다른 글에도 언급했었지만,나는 타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를 타항공사의 승무원으로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괜히 일하는 승무원들이 해야할 것도 많은데 같은 회사 직원이 탔다면서 괜히 신경쓰여하는 것을 바라보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전현직 승무원이 승객이 되어서 비행기를 탑승하면 일반 승객들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도 많고,관심가지는 것들도 참 많아진다. 이전 글에도 말했지만,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굳이 입 아프지 말라고 알아서 좌석 벨트를 착용하고,이착륙 준비를 위한 안전 수칙들을 미리 다 따른다. 그리고 회사의 안내방송문 내용이며,일하는 스타일들을 다 곁눈질로 바라보게된다. '아,이 항공사는 이렇게 일하네. 여기는 우리랑 이게 다르고, 같네!'하면서 속으로 엄청 비교를 하느라 바쁘다.

시간이 지났지만, 이전에 한 국내 저가항공사를 탄 적이 있었다. 깜빡하고 마실 음료를 가지고 타지 않았다. 그리고 여자들에게 한 달에 한 번씩 꼭 찾아온다는 마법의 기간이었기에 뭔가 입에서 씹고 먹을 것을 찾게 되었다. 하여 항공사 기내 책자를 살펴보았고,간단한 간식들과 음료가 보였다. 주문해야겠다며 미리 가방에서 주섬주섬 현금을 챙겨서 손에 소중하게 쥐고 카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지만,카트가 나오지는 않았고 '서비스 정책이 바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콜벨을 누르고 기다리는데,무겁게 무언가를 들고 커튼을 치고 내 쪽으로 오는 승무원이 보였다. 그녀에게 나는 간식과 음료 주문이 가능한지 물어봤고,그녀는 웃으면서 "아,잠시만 기다려주십쇼! 카트 나올 겁니다."라고 말했다. 딱 봐도 바쁜 것이 보이기도하고,카트가 나온다고 하니 알겠다고하고서는 그렇게 기다렸다.

카트가 나오기만을 고대하는 나의 기다림은 예상보다 굉장히 길어졌고,나오겠다는 카트는 나오지 않았다. '서비스 방향이 바꼈나보다.' 라고 생각하고서 '다시 콜 벨을 누를까...'싶다가 결국 그냥 포기했다. 내 손에 쥐어진 현금은 잠깐 비행기 안의 퀘퀘한 공기만을 마시고 고스란히 본인의 원래 자리였던 지갑 속에 다시 들어갔다. 같은 현직으로서 바쁠 때는 바쁜 것을 잘 알고,굳이 다시 콜 벨을 누르고 달라고 하기에는 기분이 썩 내키지가 않았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만약 카트가 안 나오게 되었다면,내게 아까 카트가 나온다고 하신 분께서 내가 간식을 주문하고 싶다고 했으니 기억하고서는 다시 내게 오면 좋았을텐데 뭔가 아쉽네...

그러면서 문득 생각이 났다. 승객들이 보내온 비행 평가에서 간혹 보여지던 말들을. 바로 "승무원이 온다고 하더니 안왔어요.", "승무원이 제가 주문한 거 까먹고 안왔어요..기다리느라 힘들었어요." 라고 말하던 컴플레인들을 말이다.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너무 바쁘면 승객들의 주문을 까먹는 것이 일수인데 참 승객의 입장이 되어 바라보니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승무원의 말을 믿고 기다렸는데 안 오는 서비스에 지치고 지치니까 그냥 포기하다가 결국 써버린 컴플레인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보고선 솔직하게 말하면 "아,우리도 바빴는데 참 이런걸로 컴플레인을 하네. 그럴 수도 있지."하면서 은근 무시했었다. 이래서 사람이 겪어보면 알게 된다고,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는 말처럼 순간 망치가 내 머리를 뒷통수로 세게 때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놈의 간식과 음료가 뭐라고 사람의 마음을 참 옹졸하고 꿍하게 만드는 지 신기하면서도 웃겼다. 그러면서도 사람인 지라 어쩔 수가 없구나 싶었다. 아마 무언가를 기대하고 고대하던 기다림이 한 순간에 무너지면서 오는 안타까움과 속상함에서 오는 옹졸함이였겠다.

이렇게 승객의 입장에서 승무원들을 바라보게 되면서 느끼는 것이 많아지는 오늘의 이야기였다. 승객의 입장에서 더 생각하고 바라보게 되었으며,내가 응대한 승객은 오직 나만을 기다리고 바라볼 수 있으니 그들에게 더 신경써야한다는 것을 말이다.

여전히 나는 배울 것이 많고,또 느낄 것이 많다. 모든 것들이 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한다. 이 일 역시 인간을 대하는 것인지라 항상 선배들이 말씀하시는,몇 십년을 일해도 매번 부족한 자신을 느끼고,아파하고,성장하고,깨닫는 건 처음 비행을 시작했을 때처럼 마찬가지이며 매번 부족한 자신을 느낀다는 말에 공감과 되새김질하며 오늘의 이야기, 끝!

keyword
작가의 이전글관상 is 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