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마음일기
급작스럽게 불린 중국으로 향하던 스탠바이 비행. 그래도 데드헤드 or 팩스업 (비행을 하지 않고,승객처럼 탑승하는 비행을 지칭한다) 비행인 지라 일을 안해서 편안했지만,왜인지 승객으로 타니 몸이 더 피곤했던 비행을 마치고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호텔 버스로 향하는 내내 따듯하고 엄청난 환대를 해주셨던 지상 직원분들과 호텔 직원분들. 그들을 향한 감사함을 마음 속에 품고 호텔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조용히 음악을 들으면서 가고 있었다. 시간이 남아돌아 습관처럼 업데이트 할 어플들을 체크하면서 메일함과 메시지함을 정리했다. 그 순간,차마 놓치고 읽지 않았던 아래와 같은 메일이 보였고,순간 '뭐지?'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항공에서 전현직 승무원들만을 초대해서 인터뷰를 볼 터이니 관심있으면 오라는 메일이였다. 순간 이 메일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들었다.
첫 째. Meccti가 내가 어떻게 현직인 걸 알았는지 궁금했다. ANC에서 한다는 걸 보니 이전에 이 학원 수강생이었던 나의 데이터가 넘어가서 이메일을 보내준 것인지 궁금했다. 아니면 이전에 한창 오만항공 승무원과 다른 중동 항공사 면접을 보기 위해서 Meccti에 저장되었던 내 정보가 저장되어서 그런건가 싶었다. 근데 나는 그때 한창 승준생이었는걸....
둘째. 나는 해당 회사와는 맞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이번 기회는 감사하지만 과감하고 고민도 없이 패스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정말로 미안하지만 나는 리야드,너에게 갈 용기가 없다.
리야드항공사가 채용을 시작하고 유니폼을 공개했을 때,고급스럽고 단정함에서 풍겨져나오는 아우라는 정말로 멋있다고 생각을 했다. 문제는 유니폼에 대해서만... 최근에 너튜브에 뜨는 중동항공사 현직 승무원분들의 영상을 몇 몇개 봤었다. 리야드항공사에 지원해서 이미 이직에 성공하신 분들의 내용도 있었고,이미 리야드 항공사에서 회사의 엠버서더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들을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정말 본인에게 맞는 회사가 있고 색깔이 있다는 것을 다시한 번 더 상기한다.
각각의 회사마다 다양한 색깔이 존재하겠지만,그 회사가 존재하는 나라 역시 무시할 수가 없다. 특히나 국영항공사의 경우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이니 나라의 색깔과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져있다. 그 문화와 색을 고스란히 마치 한 몸인 것처럼 해당 항공사에 속하는 승무원들은 트레이닝을 받아야하고,직접 체감을 하면서 겪어 나가야한다. 그걸 좋다,나쁘다,싫다 등을 표현하기에는 선택을 하고 난 뒤면 늦었다.
회사에서는 회사의 색이 물들어있는 낚시 끈들과 먹이들을 수 많은 물고기들이 있는 크나큰 바다로 던진다. 생존을 위해서 정말 다양한 비늘 색깔과 냄새를 가진 물고기인 우리는 치열한 먹이 경쟁을 펼치게 된다. 그렇게 걸러진 먹이 경쟁의 승자인 최종합격 물고기들은 다시 또 한번 더 낚시꾼인 회사의 검열과 체크를 통해 상위 몇 퍼센트의 등급이라는 표식을 안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색깔이 아마 다른 지역과 문화보다 강한 곳이 바로 사우디아라비아라는 국가이다.
이 메일을 보고나서 문득 생각이 났다. 만약 이 메일을 한창 승준생 준비로 면접에 떨어지면서 자존감이 낮아졌던 시절이라면 정말 감사하다며 덥썩 받아들고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 직업을 겪어보면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환경과 생활을 추구하며 생활하는 것을 선호하고,잘 버틸 수 있는 지를 겪고 있는 상황에 놓이게되니 참 간사하게도 고르고 고르게 되고,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게 되는 용기가 생기게 되었다. 아니,다르게 표현하자면,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이미 겪어볼 만큼 겪고 있으니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과 비슷하거나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내 마음 속과 머릿 속에서는 이미 잘 알고있어서겠다.
나는 차마 나에게 맞는 색깔이 아니라 판단이 되어서 좋은 기회를 감사함만 마음 속 깊숙하게 품고 보내게 되었지만,또 다른 인생의 기회를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가기로 결심한 전현직 분들께는 저 멀리서 진심으로 응원한다. 분명 리야드항공에서 한국인 승무원으로서 한국에 대한 좋은 것들만 사우디아라비아 자국민들과 리야드를 이용하는 모든 전 세계의 승객들에게 선물하시리란 걸 믿는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