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모나지 않은 크루가 사번이 중간이면....

EP.비행일기

by 꼬마승무원

최근에 다녀왔던 중국 스탠바이 콜업 비행. 해당 비행에서 나는 사번이 중간이었다. 사번이 중간이면 참 애매하다. 승무원 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서 말이다. 경험이 너무 없지도 않고 그렇다고 경험이 한참 많은 것도 아니고. 일이 익숙해진 것 같으면서도 아직은 부족한 것 같은 그런 애매모호함. 딱히 극명하게 이것과 저것이 정해진 것이 없는 중간 위치를 설명하기에 나는 딱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가 않는다. 하지만, 이 애매모호한 중간 그 어디쯤이 주는 위치가 주는 감사함이 있다. 그건 바로 좋든 싫든 다양한 경험을 겪는 시기라는 것이다.

나의 장점과 큰 임팩트는 바로 모나지 않고 서글서글한 성격이다. 한국 사회에서 인생의 절반 이상을 나고 자라면서도 둥그랬던 나의 성격은 외국에서 다양한 인종들과 살을 부대끼면서 지내는 외항사승무원을 하면서도 그대로이다. 나와 같이 일해본 크루들이 항상 마지막에 내게 하는 말.

'너는 참 성격이 잔잔해서 너무 좋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마법이 있다.'

감사하다. 이런 나의 성격을 그저 내향적이며 조용하고 소심하다고 표현하기 보다는 함께 일하기에 편안하고 다시 또 만나고 싶다고 전해주니 말이다. 아,설마 나의 이런 조용하고 무던한 성격을 빌미로 내가 일을 워낙 다 해주니까 편해서 또 만나고 싶다는 건가? 그런거라면.... 그래. 내 성향이 그런거니 이해하고 욕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비행기에서 움직이니 운동하고 좋지 뭐. 그만큼 나는 반대편 아일,내 쪽 아일,너의 일,나의 일 등등 니편 내편을 가르지않는다. 우리는 이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고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것이 나으니까. 우린 이 비행기에서만큼은 서로를 믿고 의지해야하는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야하니깐.

중간 사번으로서 애매했던 이유. 바로 반대편 복도에서 함께 일했던 나의 태국인 주니어와 중국인 시니어가 각자가 내게 서로에 대해서 불편했고 힘들어했던 일들과 심경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가운데에 불편하게 끼어서 이쪽 말도 들어서 공감도 해줘야했고,저쪽의 말도 들으면서 심심한 위로를 해줘야했다. 마치,햄버거의 두 빵 사이에 위치해 맛의 균형감을 잡아주는 인간 패티,인간 양상추,인간 토마토가 된 느낌이였달까.

서비스가 끝나고 중국인 시니어는 함께 카트를 밀면서 일한 태국인 주니어를 데리고서는 이래저래 꾸짖었다. 아마 뭔가 맘에 많이 안들었는지,조용히 말을 했지만 느꼈다. 시니어의 인내심에 한계가 왔음을 말이다. 그렇게 10분에서 15분 가량을 열심히 쿠사리를 먹던 태국인 주니어는 눈에 눈물이 살짝 그렁그렁했고,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고 나는 내 옆에 앉으라며 앉히고는 조용히 등과 손을 쓰다듬어줬다. 그렇게 나는 잘 안 먹는 기내식을 먹으라면서 챙겨서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태국인 후배는 내게 나는 비즈니스 클라스에 일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를 물어봤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뭐든 지 익숙해지는 것에는 최소 6개월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원래 매우 배우는 것에 느리고,아직 비즈니스에서 일한 지 얼마 안되어서 익숙치않아 매번이 스트레스라고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함께 카트를 민 중국인 선배가 느리다면서 빨리빨리하라고 압박을 주어서 힘들었다고 내게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다르며,속도와 압박감은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넌지시 말했다. 그러면서 귓속말로 '내가 봐도 저 선배가 많이 너에게 압박준거 같아서 나도 마음이 안좋았어. 너무하다 그치?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말고 오늘 비행끝나면 맛난 태국음식 먹으면서 풀어.'라며 말했다. 그러자 귀여운 그녀는 내게 너무 고맙다며 한국말로 "고마워요,언니!"를 연신 외쳐되었다.

그렇게 비행이 끝난 뒤 공항을 걸어가는데 중국인 시니어가 내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본인이 아까 태국인 후배에게 피드백하는 동안,그들의 복도 쪽 콜벨과 승객들을 다 응대하고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에 니꺼 내꺼 없고 당연한거니까 고마워안해도 된다고 말했고,그런 나를 보면서 그녀는 오늘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니어로서 함께 카트를 미는 데,아직 비즈니스 클라스의 서비스 시퀀스를 잘 모르는 태국인 후배를 보면서 인내심에 한계가 왔었다고 했다. 이것저것 필요한 정보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함께 일하는 데에 주축이 된 사람이 잘 모르고 어리버리를 타니 답답했나보더라. 본인도 할 것이 많았는데 그 후배를 도와주느라 힘들어서 짜증이 폭발했다고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공감으로 이해한다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들어주었다. 그러면서 나는 말했다. '나도 후배들이랑 함께 카트를 밀 때,후배들이 느린 건 나도 이해하지만 본인이 하는 일에 집중을 하지 않고 어리바리타면 답답하긴 해. 참 시니어로서 그들의 입장도 이해해야하고,나는 나대로 일도 해야하는데 그치? 우리가 2배,3배로 일해야하니 몸도 정신도 더 피곤해질 수 밖에 없지. 선배로서 너 마음 이해해.' 그러자 그녀는 내게 "맞지? 내말이 맞지?" 라면서 공감을 유도했다. 그러면서 내게 너랑 또 함께 일하고 싶다면서 좋다는 플러팅을 해주었다. 중국어로 나는 멋쩍게 웃으면서 "씨에씨에"를 난발했다.

어떠한 상황의 중간에 위치해서 무언가를 중재하거나 평화를 유지하는 것. 중간 사번으로서 가장 어렵고 난감한 상황이라 생각한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어느 한 편에 극명하게 서는 것이 아닌 양쪽의 입장을 생각하고 헤아려보고 이해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내가 중간에 끼여있었기에 후배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고,선배의 생각과 마음도 공감이 되었다. 나도 누군가의 후배로서 누군가를 답답하고 인내심에 한계가 도달하게끔 행동했던 적이 있었다. 나도 누군가의 선배로서 후배들을 답답해하면서도 성장하도록 이끌어가야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렇기에 아마 두 사람의 마음이 정말 이해가되면서도 중간에 껴서 둘의 입장을 헤아려보고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생각한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아마,내가 꽤나 성격이 극명한 스타일이고 니 편,내 편을 가르는 스타일이었다고 또 두 명의 크루가 내게 본인들의 힘듦과 짜증을 토로하지는 않았겠지. 아마 내가 그 둘의 마음에 들고 편한 사람이라고 인식이 되었으니까 내게라도 말을 건넸겠거니라 생각한다.

어쩌면 나...꽤나 인기많은 햄버거의 패티같은 승무원일지도 몰라.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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