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비행일기
다양한 인종의 손을 잡아보고 체온을 느껴보는 것이 일상이라면 일상인 직업. 과연 살면서 전 세계 인구 중 얼마나 되는 비율이 이와 같은 경험을 할까?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매번의 일터에서 자주 겪게 되는 나. 나는 세계 최고의 항공사에 근무하는 외국항공사 승무원이다.
승객들의 손을 잡아보는 경우는 꽤나 많다. 특히나 휠체어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의 짐을 대신 들어드리면서 자리로 이동할 때가 특히 그렇다. 물론 그들이 천천히 걸으면서 손으로 여기저기 온 곳에 있는 기내 의자들을 잡으면서 걸어가도 괜찮다. 하지만,나는 그들에게 우선 그들의 짐을 내게 맡기라고 웃으면서 부탁하고 좌석 번호가 어떻게 되는 지 여쭤본다. 그리고 그들의 짐을 나의 한 손에,아니면 내 어깨에 짊어지고서는 나머지 한 손을 조용히 내민다. 그러면 승객들은 수줍으면서도 은은한 미소로 고맙다며 땡큐를 말하고 내 손을 살포시 그리고 힘있게 꽉 쥐어준다.
그것이 어느 인종이든 상관없다. 미국에서 성공한 자식이 끊어준 티켓에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온 늙은 인도인 부부의 두 손은 거칠면서도 힘이 느껴지기도 하고,나이가 든 몸으로 살면서 얼마나 더 겪을 지 모르는 인생 중 소중했던 가족들과의 여행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온 호주인 할머니의 손에는 고생과 행복이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한 비행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때 한창 적어야지했지만 까먹고 이제서야 적어본다. 하지만 마치 어제 돌아온 비행처럼 생생하다.
비즈니스 승객이었던 인도인 여성분이었다. 당시에 꽤나 흔들렸던 터뷸런스,즉 기내 난기류가 있었다. 다행히(?) 안전벨트 표시등이 막 켜지기 직전이기도했고 딱히 캡틴이 자리에 앉으라는 멘트를 하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익숙하기도하고 그냥 조심히 복도를 지나다니면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갑자기 그 인도인 여성 승객이 나를 불러 멈춰세웠다. 무슨 부탁이 있는건지싶어서 웃으면서 여쭤보니 그녀는 갑자기 내게 이렇게 말했다.
"미안한데...내 손 좀 잡아줄래?
내가 기내가 조금만 흔들려도 엄청 무서워하거든. 미안해."
바로 알겠다고하고는 그녀의 두 손을 꼬옥 잡아드렸다. 그러면서 그녀는 왜 본인이 이렇게 무서워하는 지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이전에 미국에 있던 한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던 중이었단다. 심한 기내 난기류로 인해서 좌석 벨트 표시등이 켜지기 바로 직전,화장실에 가기 위해 좌석 벨트를 풀고 일어난 옆자리의 중년 여성 승객이 순간 기내 난기류로 인해 공중에 붕 떠서 머리를 찧고 떨어져 쓰러진 것을 직관했다고 한다. 예상치도 못한 사고로 너무 놀라서 그 뒤로는 이렇게 기내가 중간정도로 흔들려도 무서워서 손과 몸이 저절로 떨린다고 한다. 참 안타까웠다. 비행기를 타기 싫어도 가족들을 봐야해서 비행기를 탈 수 밖에 없다는 그녀에게 그 트라우마는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그 사실을 듣고난 뒤 나는 그녀의 손을 조금 더 힘을 주고 쥐면서 말했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저도 이해해요. 바로 옆 자리에 누군가가 사고를 당했으니까요. 사실 저희 승무원들도 기내가 많이 흔들리거나하면 무서워요.
저희도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일은 매우 드물고,저희들이 옆에 있으니까 언제든지 말씀주세요. 제 손이 더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주세요. 제 손이 곧 이 비행에서는 당신 거니까요,아! 물론 바쁘지 않다면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나의 말에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렇게 내 손을 꽉 쥐던 그녀는 비행기가 안정되니 바로 바쁜 데 방해해서 미안하다며 이젠 괜찮다며 내 손을 놔줬다.
처음 그녀의 손에는 불안감과 긴장감이라는 체온이 고스란히 내 손에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 그녀의 손에는 안정감과 편안함이라는 감정이 내 손 온기에 흘러졌음을 느꼈다. 내 손을 잡은 뒤 그녀의 표정은 한층 더 편안해보였고,그녀가 내릴 때는 내게 따듯하고 온화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내 손은 당시에 만난 인도인 여성 승객뿐만 아니라 여전히 수 많은 사람들의 손을 마주잡고 있다. 특히나 목적지에 무사히 내린 뒤 도움이 필요해서 마지막으로 내리는 승객들을 도와줄 때. 내가 그들에게 내민 나의 손을 꽉 잡고 서로 마주보면서 웃으면서 함께 천천히 발을 맞춰가면서 나갈 때,참 이런 승객들이 말은 안하고 표현은 안하더라도 승무원인 우리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뿌듯하다. 이렇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구나,내가 오늘 마지막까지 임무를 잘 완수했구나라고 말이다.
사람마다 느껴지는 체온과 마음의 온도 역시 손에서도 느껴진다. 내 손을 꽉 잡은 승객들의 고마움이 말이 아닌 손 끝으로 느껴지는 이 순간마저도 나중에는 소중하고 언젠가 잊혀지기 쉬운 추억의 일부가 됨에 분명하겠으니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내가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