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비행일기
"너희 정말 이렇게 더러운 일이 비일비재하고,너희가 이걸 다 처리해야하는 일이 많은데 정말 이래도 승무원이 되고 싶어?
그냥 지금이라도 포기해도 괜찮아."
지금은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로부터 짤린,못된 인성으로 유명했던 한 인스트럭터가 트레이닝 수업 중 우리 배치들에게 했던 말을 인용하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해당 인스가 우리에게 보여준 사진은 가히 충격적이였다. 정말 더러움의 극치라서 이 글을 차마 식사를 하기 전,혹은 식사를 하는 중에 보는 것을 결코 나는 권장하지는 않는다. 해당 사진은 대변이 정말 변기의 커버,화장실 바닥,그리고 주변 벽 면 사방으로 튀어져있던 사진이었다. 해당 사진을 보자마자 우리 배치들은 하나 같이 다 얼굴을 찌푸리면서 볼멘 소리를 조용히 냈었다. 당시엔 정말 그런 일이 있다고?라면서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사진을 바라보았었다. 그리고 그걸 우리가 치워야하는 경우가 있다니. 진짜일까?
시간이 흘러 트레이닝을 졸업했고,열심히 비행하는 내게 해당 인스가 보여줬던 사건보다 더한 것들을 겪었다. 이미 여러분들에게 에피소드로 소개했었는데,기억하실까? 바로 네덜란드 비행 중에 기내 복도에 대변을 놓고서는 그걸 밟아버린 웃픈 이야기. 그리고 최근 다녀온 호주 비행에서 역시 힘든 일이 정말 오랜만에 발생했었다. 대변의 악몽은 내게 언제까지 찾아올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그런 또 다른 사건 말이다.
해당 사건은 이코노미에서 발생했다. 모든 서비스가 다 끝나고 그나마 조용했던 기내. 갑자기 청량하게 콜벨이 울리면서 동시에 파란색 불빛이 켜졌다. 당시에는 내가 아닌 반대편에서 일하던 선배가 해당 콜벨을 응대하기 위해 갔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다시 갤리로 돌아온 선배는 연신 Shit..shit...(젠장...젠장...)이라며 말을 하면서 급하게 어메니티 카트(승무원들이 일하는 데에 필요한 물품들을 다 보관해놓은 카트를 말한다.)를 뒤집으면서 장갑들,플라스틱 가방,티슈 등을 잔뜩 한아름 가지고 갔었다. 그 모습을 보고 심상치가 않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놀라 바로 그녀를 뒤따라 나갔다.
해당 콜벨을 누른 승객은 휠체어를 탄 인도인 노인이였다. 그의 좌석으로 가기 한 두칸 뒤에 갑자기 확 대변과 소변의 지린내가 코를 찔렀다. 순간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잠깐 찰나에 생각한 그 설마가 설마가 맞았다. 그는 혼자서는 거동이 매우 불편해서 이미 탑승 때부터 아일 휠체어(기내 복도를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거동이 매우 불편한 사람들 대상으로 사용하는 휠체어를 말한다.)를 타고 왔었다. 그리고 거동이 어렵기 때문에 그는 본인 전용 대소변 통까지 달고 탑승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의 대소변을 담은 통의 용량이 가득찼던 것. 결국 호스를 통해서 대소변이 다 새어나온 것이었고,컨트롤을 할 수가 없어서 도와달라면서 그렇게 가녀리고 약해보이는 손가락으로 콜벨을 힘겹게 눌렀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도와주기 위해서 내 선배는 대소변으로 젖은 그의 바지와 좌석들을 닦아내기 위해서 온갖 것들을 들고 달려갔던 것이었다.
당황함을 감추고 조용히 모든 승객들이 다 보지 못하도록 일처리를 했다. 하지만,아무리 휴지로 닦고 닦아내도 도무지 넘쳐서 계속 흘러나오는 대소변들을 감당하기에는 당황함이 너무나도 커서 영 다른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사무장님까지 내려오셔서 도와주셨고,역시 25여년이 넘는 승무원 짬밥은 어디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사무장님은 아싸리 DUFA (Daily Use First Aid) Kit에 있던 스킨 테이프,붕대와 가위를 가지고 와서 인도 노인분의 몸을 연결하던 호스에 봉투를 연결해서 붙였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한 앞으로 약 2시간을 더 가야하는 여정을 봉투가 잘 견뎌낼 수 있도록 꼼꼼하게 함께 붙여내고 더러워진 좌석들을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정리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비행기는 최종 데스티네이션에 잘 도착했다. 모든 승객들이 하기한 후 휠체어 도움이 필요한 승객들을 지상 직원들에게 잘 인계한 후,마지막으로 남은 승객은 바로 앞서 설명했던 인도 노인 승객의 차례였다. 그는 몸을 바들바들떨면서 너무나도 춥다고 말했다. 축축하게 젖어버린 그의 바지는 그에게 온기가 아닌 차가운 냉기를 온 몸에 흐르게 만들었다. 모든 승무원들은 그를 안심시키면서 괜찮다며 담요 2개를 온 몸에 두르게 도와주었다. 이제 호주에 무사히 잘 도착했으니 걱정 한 시름 놓아도 된다면서 말이다. 그렇게 인도 승객은 아일 체어에 강아지풀처럼 바들바들거리는 몸을 싣고선 일전의 다른 휠체어 승객들처럼 지상 직원들에게 인계되었다. 그는 최대한 온 힘을 다해 우리들을 향해 핏줄이 손가죽을 뚫고 나올 정도로 선명한 손을 들고서는 천천히 흔들었다.
그가 천천히 떠나는 것을 확인한 후 나를 포함하여 해당 상황을 정리한 크루들끼리 서로 도와줘서 고맙다며 연신 감사함을 입으로 열심히 토해냈다. 그렇게 호텔로 돌아가는 내내,그리고 호텔에 도착해서 긴장이 풀려버리니 온 몸이 쑤시는 느낌이 들었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겉보기에는 화려해보인다. 이 직업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만 치중한 채 화려함에 속아 그 심연 속 내면은 전혀 모른다. 일전에 승무원은 간호사가 되기로,소방관이 되기도,경찰관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린 청소부가 되기도 한다. 그것도,아마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일터 중에 하나라면 꼽힐 수 있는 비행기 안에서 말이다. 이렇게 예상치도 못한 인간의 대소변이며 하물며 가끔씩 튀어나오는 바퀴벌레들을 대신 잡아주고 치워주기도 한다. 승객이 토하는 것들을 대신 받아주거나 토사물들을 치워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이 직업이 정말로 하고싶을까? 나는 정말로 비위기 약해서 그런 것까지 하면서 일하고 싶지는 않다는 사람들에겐 정중하게 말해야할 것 같다. 승무원이라는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곰곰히 생각해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