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귀여운 아가씨에서 기품있는 아가씨로

EP.면접일기_Choice of Words의 중요성

by 꼬마승무원

"오늘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 너희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 가족 한 분이 계신데,항상 입에 달고 사시던 말이 있었어. "다 늙어가지고,빨리 죽어야지." 절대 그런 말씀 하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차 사고로 돌아가셨었다. 말이란 그런거야. 그러니 너희 스스로에게,아니 장난 삼아서라도 부정적이고 마음 아픈

그런 말은 하지 말아라."

대일외국어고등학교 1학년 때 나의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반에게 해주셨던 위의 말은 나이 30대가 되어버린 내게도 여전히 가끔 기억나는 말이다. 순간 겁을 먹어 움찔했었는데,그 이후로 한창 수능에 목숨을 매던 시기인지라 떨어질 것 같다느니,대학 못 갈 것 같다느니 같은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시간이 흘러,'승무원'이라는 꿈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20대 후반의 내가 되었다. 그렇게 한 영어 학원에서 인연이 닿아서 만나게 된 카타르 항공 전직이시자 당시에 KLM 조이닝을 한창 기다리시던 선생님과 따로 과외를 했었다. (TMI. 선생님께서는 현재 KLM 계약도 마치시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시면서 지내고 계신다!) 열심히 수업에 임하면서 선생님께서 내게 해주시던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다.

"우리 꼬마승무원님의 장점은 바로 나이에 비해서 굉장히 어려보이는 외모에요. 절대 그 나이로 보이지 않으니,분명 승무원이 되어서도 외국 애들이 특히나 놀랄 거에요. 아주 동안이에요."

"아,감사합니다! 선생님 ㅎㅎㅎ"

"근데,그게 장점이지만 어떻게보면 단점이 될 수도 있어요.

꼬마승무원님의 목소리가 다행히 하이톤은 아니지만,그럼에도 외모가 어려보이다보니 나의 말에 대한 신뢰와 묵직함의 전달력이

남들보다는 어려보이고 부족해보인다는거죠. 이럴 때 중요한 것...

바로 단어 선택이랍니다. 고급진 단어!"

"고급진 단어요? 아! 무슨 말씀인신지 알 것 같아요!"

"물론 입사해서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서비스 트레이닝 시간에 좀 더 고급진 서비스전용 언어와 단어들은 다 배울 거랍니다. 하지만,우리는 그 전에 미리 입에 익혀두고 면접 때 보여주자는 거죠. 꼬마승무원님은 남들보다 먼저 그걸 익혀두고 입으로 내뱉는 습관을 더 들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냥 귀엽고 어린 아가씨가 아니라 우리 좀 더 고급지고 우아한 면도 지닌

승무원 아가씨가 되어보자구요 :)"

그렇게 선생님의 따듯하면서도 날카로운 피드백을 통해서 나는 감사하게도 해당 선생님과 함께 지내는 시간동안 서비스 언어들이 입에 익숙해지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었다. Could 보다는 May로 더 공손하고 배려깊은 태도와 마음이 보여지도록 했었다. 누구나 다 말할 수 있는 단순한 Help (도움)라는 단어보다는 Assistance라는 말을 선택했고, take you there (너를 데리고 갈게)가 아니라 escort you there 라면서 좀 더 상대방의 품격을 높여주는 단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탑승이라는 Boarding이라는 단어도 있었지만,좀 더 고급지게 Embarkation과 Disembarkation이라는 단어도 섞어가면서 말의 답변을 더 꾸몄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매 면접을 보면서 나는 단어 뿐만 아니라 맨 처음에 정했던 나의 면접복 색깔도 더 고급지고 성숙해보이도록 바꿨다. 위에 언급한 선생님 외에도 원데이 클래스로 한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 선생님 역시 내가 어려보인다는 말을 피드백으로 해주셨었다. 당시 화이트 나시 원피스에 겨울 쿨톤의 피부톤에 딱 맞는 쨍한 체리 색의 자켓이 내 면접복이었다. 이후 피드백을 곰곰히 고민하고 받아들여서 나는 평소에 내가 좋아하고 잘 맞는다고 생각한 검정색의 원피스로 바꿨다. 그리고 이 검정 반팔 원피스는 내 행운의 드레스가 되었고,앞으로의 면접에서도 함께 할 친구가 되었다.

단어가 주는 힘. Choice of the words의 중요성은 한창 승준생이던 시절을 지나 현직이 되어서도 느낀다. 열심히 고급져보이고 싶어 아둥바둥대며 답변에 녹여서 배우고 외워대던,나를 고급진 멋진 언니가 되어보이게끔 만들어주던 단어들과 문장들은 이젠 일상이 되었다. 물론 승객들이 아예 못 알아듣는 그런 어려운 단어들을 사용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승객들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간단하고 알아 들을 수 있는 단어로 선택하되,나의 행동과 말이 유니폼을 입는 순간 회사를 대표하는 한 일원이 되는 것을 염두하면서 서비스인으로서 좀 더 품격있고 고급져보이는 말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전략이 나처럼 나이에 비해서 어려보이는 경우에 효과가 있다.

Choice of words에는 고급진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있겠다만,나는 이것말고도 Richness,즉 언어의 풍부함도 말하고 싶다. 이는 나의 단점이기도하고 항상 배워야지하고 염두해두고 있는 사항이긴하다. 언어의 Richness가 부족하면 마치 로봇처럼 보이는 단점이 있다.

실례로 우리 면접장에 들어가서 면접관이 인사치레로 "How are you?"라고 했더니만 바로 초등학생,중학생 때 배웠던 아임 파인 땡큐,앤 유?라고 말하는 것 말이다. 이것이 바로 단어의 단조로움과 로봇틱한 것이다. 그랬을 때 상대방 역시 굳! 이라고 했을 때 그저 헤헤하며 웃고 똑같이 굿! 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다른 추임새를 넣는 것. 예를 들어서 So fabulous! Excellent! Fantastic! Lovely! 라고 말하는 것. 이것이 내가 말하는 단어의 Richness,풍부함이다. 이러한 풍부함 역시 단어 선택이 주는 중요성이며 이 사람이 더 영어에 능숙해보이고 여유가 있어보이는 인상을 심어준다. 실제로 우리 배치에서 1등 트레이니로 졸업한 친구가 이렇게 다양한 추임새와 언어를 사용해서 그 친구의 말을 주의깊게 듣다가 배워 써먹은 적도 매우 많았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나처럼 동안이 장점 아닌 단점으로 다가온다라던지,말에 있어서 로봇처럼 보인다거나 단조롭다면 Choice of words의 중요성을 한번 염두해보면서 준비나가면 어떨지 감히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넨다. 하지만 중요한 것. 어려운 단어를 쓰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 영어 단어가 엄청나게 고급지고 잘하는 사람을 뽑는다면... 나같은 토종 한국인이 감히 외국항공사에 일할 수가 없을 것이다. 회사는 무조건 외국인들만 뽑아야했을 것이다. 그러니 과유불급이라는 말대로 우리는 적절하게,우리의 입에 착착 붙는 단순하지만 우리를 고급져보이고 여유있어보이게 만드는 단어들만 찾아서 말하면 된다.

기억해라. 내가 그렇게 했다는 건 여러분들도 분명히 가능하고 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렇게 더럽고 힘든데 진짜 승무원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