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 승객들을 응대하면 보이는 것들

EP.비행일기

by 꼬마승무원

다양한 승객들의 프로파일. 대부분은 어른이겠지만,심심치않게 보이면서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승객들이 바로 어린이 (Children) 승객들이다. 어린이 승객들 대부분은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함께한다. 그렇지 않고,어른들의 동행 없이 혼자서 여행하는 어린이들도 많은데,이런 경우를 Unaccompanied Minor (비동반 소아),약어로 UM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UM Declined 이라하여 비동반 소아 서비스를 따로 거부해서 마치 어른처럼 응대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이렇게 항공업계에서 모든 승객들이 다 중요하다지만 어린이 승객들의 중요성도 참 만만치가 않다.

어린이 승객들을 응대하다보면 보이는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이 어린이 승객의 집안 환경과 부모들의 태도이다. 이 어린이 승객이 집안에서 어떤 역할을 많이 했는지,사랑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교육을 잘 받았는지 등을 비록 이 어린이 승객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이 아이의 행동과 말로 모든 것들이 다 파악이 된다.

어린이 승객들도 본인들이 성인처럼 대우받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나는 결코 나보다 어리다고,내가 이모 뻘이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반말로 어린이 승객들을 응대하지 않는다. 항상 성인 승객들을 대하듯 존댓말을 쓰면서 응대한다. 회사에서 따로 가르치지는 않았지만,내가 부모입장이 되어 승무원을 바라본다고 가정한다 생각하면 답이 나왔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지만,똑같은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 승무원이 존댓말로 어른인 나를 대하듯이 존경과 존중을 담아서 말을 건네고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어린이의 가족이자 부모로서 매우 감사할 것이다. 이것도 그렇고,실제로 여러분들도 알겠지만 아주 까탈스러워서 볼썽사나운 부모들도 있지 않는가. 만에 하나,본인 자녀에게 왜 반말하냐면서 꼬치꼬치 따질 수도 있는 인간들을 만나게 되면 괜히 골치아프니까 그걸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있겠다. 아무튼,나는 존중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서 존댓말로 어린이 승객들을 응대한다.

어린이 승객들 중에 참으로 예의없는 경우를 든다면,주스나 초콜릿,과자 등을 원해서 가져다주면 그것이 응당 당연한 것인 줄 알고서는 고맙다는 땡큐라는 말 한마디 없이 귀는 이어폰으로 막고 시선은 애니메이션에 고정되어서 마치 뺏어가듯이 가져가는 친구들이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은 '부모가 자식 교육을 아직 덜 시켰구만. 이 아이는 나중에 참 피곤한 인물로 크겠구만.'이다. 그럴 때 부모들을 보면 역시 부모들도 승무원들의 서비스가 응당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한 마디로 '부려먹는 존재'로 보는 것이 눈에 훤히 보인다.

제대로 된 부모를 둔 친구들은 옆에서 부모가 크게 말한다.

"너,승무원분께 뭐라고 말해야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어?

말 안했으면 빨리 말해."

그러면 바로 수줍은 얼굴과 웅얼거리는 입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그들을 보면 귀여움을 느낀다. 미운 여덟 살처럼 한창 말을 안 듣는 시기에 아이들을 교육시키기 위해서 부모님들은 이어폰을 탁 뺏어가지고선 예의있게 승무원들을 응대하라면서 교육시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참 감사하면서도 제대로 된 집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굳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먼저 밝게 승무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웃으면서 말하고,뭐든 감사하다며 땡큐를 연발하는 천사같은 아이들도 많다. 이런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항상 승무원들에게 '감사합니다.'라며 웃으면서 감사의 인사를 항상 건네시고,매너도 참 좋으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소한 실수에도 괜찮다면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를 해주시는 이들이 백 이면 백이다.

어린이 승객들을 응대하면서 약간의 대화를 하면 모든 것들을 알게 된다. 얼마나 이 아이가 사랑을 받고 자랐는지,얼마나 이 아이의 부모가 타인을 대할 때 어떤 마음 가짐과 태도로 대하고 살아왔는 지를 말이다.

오늘 만난 승무원들을 다시 만 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어쩌면 일회성인 나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하다고 말해주는 이들에게 내가 더 감사함을 느끼는 경우도 참 많다. 특히 시간이 흘러 나이가 지남에 따라 오늘의 비행을 잊어버리고 살게 될 가능성이 많은 어린아이들이 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해주면 참 더 좋은 뭉글함이 오래간다.

어린이 승객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쩌면 오늘의 만남을 통해서 이 어린이 친구가 나를 통해서 승무원이라는 꿈을 가지게 될 수도 있으니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그 친구가 가져가기를 바람을 말이다. 분명 시간이 흐르면서 오늘의 비행을 잊어버리고 살겠지만,이 친구에게 승무원이라는 존재와 가족과 함께 떠난 이 비행의 기억이 나쁜 기억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생 마지막 비행 날까지 나는 존경과 존중의 마음을 담아 존댓말로 항상 어린이 승객들을 응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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