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비행일기
예전에 한창 병아리 시절에 뵈었던 일을 매우 열심히 하시고 천사 같았던 한국인 승무원 선배님. 그때 선배님께서 내게 해주셨던 말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 일은 쉬워요. 단순한 업무니까. 근데 사람 때문에 힘들거에요. 사람이 문제지.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는 직업이죠.
이 일은 정말 말 그대로 All About People 이랍니다."
정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만나면서 비행을 해오고 있다. 많이 배워서 다 알 것만 같은데 또 비행을 하다보면 모르는 것들이 많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 지식적인 측면도 그렇지만,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오는 일들이다보니 예상치도 못한 부탁과 일들,다툼 등 사람 관련 된 일들이 더 많이 생겨서 사람을 참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 이 승무원일의 특징이겠다. 그러니 즐겁지 않을 일도 사람 때문에 즐거워 질 수 있고,힘들지 않을 일들도 사람 때문에 배가 되어 힘들어 질 수 있는 것이 승무원 직업의 묘미 아닌 묘미라고 해야할까나?
최근에 각양각색 성격을 지닌 리더들을 많이 만난다. 내가 말하는 리더들이라함은 부사무장과 사무장의 직급들을 말한다. 정말 짧게는 10여년을 일했고 길다면 30여년을 일한 이들을 보면서 요즘 드는 생각.
진정한 리더는 과연 어떤 리더이며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다.
정말 게으른 리더들도 봤다. 밑에 애들이 아둥바둥하면서 서비스를 하는 동안 본인은 정말 해야할 것들만 간략하게 해놓고서는 다른 크루들도 똑같이 배고플 거라는 생각은 채 못하곤 크루밀과 간식들을 얌체처럼 먼저 맛나게 먹는 리더들. 혹은 본인은 가장 쉬운 일들만 골라서 하고선 어렵고 복잡한 일들은 직급이 낮은 크루들에게 시키는 리더들. 정말 많다.
본인만의 스타일이 너무 확고한 리더들도 많지. 회사에서 배운 Basic과 다수의 크루들이 따르는 방법보다는 본인들이 몇 십년을 비행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하여 자기만의 방법과 스타일을 만들어서 크루들에게 알려주고 따르도록 하는 리더들이 바로 이런 성향들이다. 그리고 본인의 스타일을 띠로 만든만큼,어린 친구들이 그걸 잘 따라오기를 바라고,못 따라오고 헷갈리면 꾸짖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그러곤 항상 본인만의 개척된 이 길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한다. 기존의 방식과 비교해서 어떤지,본인의 방식이 더 낫지 않냐면서 반 강제식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성향들이 많았다.
인생 사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고 하지 않는가. 나 역시 위의 리더들을 만나면서 장점과 단점을 확실하게 느낀다. 게으른 리더들은 큰 잔소리들이 없어서 일하기에 맘이 편하다. 대신에 정확한 디렉션,방향을 주지 않으니 간혹 헷갈려서 힘든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게으르니 그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다른 사람들이 떠맡아서 더 일을 해야하니 체력적으로 더 힘들다. 멘탈적으로는 괜찮아도 체력적으로 짜증나고 힘들다.
본인의 스타일이 확고한 리더들은 잔소리가 심하다. 그리고 성격이 워낙 강하다보니 멘탈적으로 짜증나고 피로감이 더 크다. 대신에 정확하게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말하고 방향을 잡아주니 그것만 더 확실하게 모르면 질문을 하면 되고,따라가면 되니까 중간에 방황을 하는 경우는 덜하다. 그리고 이런 리더들 대부분은 본인들도 꽤나 열심히 일을 한다. 최악의 경우는 잔소리도 심하고 일도 제대로 안하는 건데,최악을 제외한다면 이런 경우는 본인이 한 말에 책임을 지려고한다. 때문에 멘탈적으로는 피로감이 크지만,체력적으로는 그냥 그렇다.
이런 리더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뼛 속까지 체감하게된 장점과 단점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감사하게도 좋은 것들만 받아들이고 나쁜 것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즉 비행 경험과 경력이 쌓이면서 눈칫밥과 센스가 늘고 있다는 의미이겠다. 때문에 간혹 내가 주니어 크루들 중에서도 가장 시니어일 때도 있고,내가 직접 디렉션을 주고 리더가 되어야하는 경우가 많아진 요즘에 많이 도움이 되고 있다.
누구에게나 좋은 리더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은 리더이기 이전에 좋은 인간으로 평가됨은 진리이다. 그런 사람들일 수록 진급도 매우 빨랐다.
이들의 공통점. 본인들이 현재 직급이 높은 사람임을 인정하기에 앞서 어린 주니어들과 같던 시절이 있었음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 만의 의견을 너무 황소 고집처럼 앞세우기보다는,직급이 어린 사람들이 겪는 고충을 이해함과 동시에 그들의 의견을 물어보면서 수렴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리더로서 주니어들보다 더 많이 쌓인 경험과 경력으로 정확하게 방향성을 잡아주고,일하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본인이 리더라면서 일을 덜하는 것도 아니고,본인 역시 이 회사와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모인 팀원이자 가족이라는 것을 앞세우면서 일도 열심히 한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책임지지 못해서 어려워하는 일을 더 큰 책임감으로 대신해서 처리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전혀 거리낌이 없다. 잘못한 것을 호되게 꾸짖지도 않고,넓은 아량으로 이해하면서도 잘못된 점은 단호하게 콕 집어서 말을 해준다. 그것이 실수한 사람의 인격을 모독하지도 않고,마음을 아프게 만들지 않고 마치 민들레 홀씨를 호호 입으로 불어 날리듯이 조심스럽지만 정확하게 말이다. 이런 리더의 자격을 가진 사람들은 항상 나도 모르게 느낀다. 아니,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느낀다. 참 편안하다,다시 만나서 비행하고싶다,이러니 이렇게 젊은 나이에 빨리 승진했구나.
나 역시 항상 위의 좋은 리더들,좋은 사람들의 좋은 장점만을 모아 행동하려고 노력 중이다. 요즘따라 내가 최고참 승무원,시니어 승무원으로 비행하는 경우가 참 많아졌다. 그만큼 시니어로서 모르는 것이 없어야하고 후배들을 잘 이끌어줘야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는 말이다. 간혹 내가 이코노미를 총괄해서 총대매고 리더로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어떤 리더가 되는 것이 좋은 것인지,나 역시 좋은 리더로서의 어떤 덕목을 이들에게 보여줘야겠다며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점점 내가 최고참이 되어가는 이 상황에 조금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이젠 리더로서의 덕목과 넓은 시야를 종종 가지고 비행에 임해야함을 실감하는 요즘의 나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