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비행일기_중국 상하이 비행
승무원들마다 본인이 좋아하는 비행, 싫어하는 비행은 하나씩 있다. 아, 보편적으로 다들 기피하는 인도,스리랑카,방글라데시,파키스탄 비행이 있지만. 그래서 승무원들끼리 인사할 때, "안비즐비 (안전한 비행, 즐거운 비행), 인스방파 피하고" 라고 한다. 앗, 오해마시라.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니까? 그만큼 이 보편적인 비행들은 힘들다.
아무튼, 일기를 쓰는 2024년 6월 9일을 기준으로 중국 비행은 이제는 내겐 그렇게 힘든 비행은 아니지만, 초반에는 인도비행만큼이나 매우 힘들어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언어의 장벽때문이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비즈니스 호텔에서도 중국 손님들이 많았었다. 그래서 스스로 결심해 퇴근 후, 그리고 쉬는 날에 중국어 과외를 통해서 HSK 3급을 땄었다. 근데 이제는 다 까먹어 버렸으니... 아무튼 나의 첫 중국 비행은 스탠바이 콜업 (5분 대기조) 상하이 비행이었다. 상하이는 그나마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베이징에 비하면 조금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이 중국어만 사용했었다. 중국 승객들은 내가 중국사람인지, 한국사람인지, 일본 사람인지 잘 모르셔서 무조건 중국어로 먼저 말을 거시는데, 그럴 때마다 쓰는 마법의 단어.
"워 쉬 한궈런. 팅부동. (저는 한국사람입니다. 잘 못 알아듣겠어요)
내가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면 중국 승객들 대부분은 "아, 한궈런마? " 하면서 웃으면서 한국사람이었냐면서 말씀하셨다. 그러고 나는 멋쩍게 하오하오 하면서 웃으면서 바로 중국인 크루 혹은 중국어가 가능한 크루들에게 다가가서 나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특히나 중국어 배움에 대한 갈망이 심해지는 타이밍은 내겐 밀서비스였다. 승객들은 영어가 통하지도 않고 나는 중국어를 잘 모르니 너무나도 힘들었다. 첫 상하이 비행에서 어쩔 수 없이 2배의 노동으로 승객들에게 음식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뭐 먹을래 라고 물어보면서 서비스를 했었다. 그리고 매번 다른 크루에게 부탁하기가 너무나도 미안했었다.
해서 다음 중국비행부터는 나는 나만의 메뉴판을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다니고있다. 그리고 미리 서비스에 들어가기 전에, 중국어가 가능한 크루에게 음료들이나 음식들 간단한 단어에 대해서 물어보고 외웠었다. 이러한 나의 눈물 나는(?) 노력 끝에 맨 처음 상하이 비행을 했을 때보다는 훨씬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나만의 메뉴판에는 일단 비행기 편명, 런치인지 디너인지 식사 종류를 적고, 메인 코스를 영어로 적고 밑에 번역된 중국어를 수기로 적었다. 그리고 내 중국어 글씨가 많이 지저분할 수 있어서 그림도 그렸다. 닭고기 요리면 닭을 그리고, 생선 요리면 생선을 그렸다. 승객들의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말이다 :)
해서 승객이 중국어만 가능하다면, 나는 내가 직접 만든 메뉴판을 꺼내서 바로 보여드렸다. 그리고 승객께서는 쉽게 이해하고 바로 손가락으로 이거 달라고 말씀주셨다. 이렇게 메뉴판을 보여드리면 승객들은 아, 얘가 중국사람이 아니구나, 중국어를 못하는구나하고 다들 웃으면서 귀엽게 봐주셨다. 나의 노력을 귀엽고 예쁘게 봐주시는게 보인다. 아, 음료는 간단한 암기를 통해서 바로바로 말씀드렸다.
아무튼, 이런 나의 노력을 크루들은 귀엽게 보고 몇 명은 나의 수기 메뉴판을 찍어갔다.
비행한 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중국비행에서 나는 마법의 문장인 "워 쉬 한궈런. 팅부동" 은 맨날 외치고 다닌다. 그럼에도 맨 첫 중국비행보다 나는 나만의 작은 노력을 통해서 편하게 비행하고 있다. 나중에 시간지나면 중국어 HSK 공부를 꼭 해야겠다는 다짐을 맨날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