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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승무원 Aug 27. 2024

크루밀 맛있어요? 저는 비행기 음식 극혐합니다

EP.비행일기

나는 비행기 음식을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크루밀도 잘 안 먹고, 다른 클래스에서 전달해주는 크루들 먹으라고 실리는 음식들도 안 먹는다. 비행한 지 현재 기준으로 5개월이 넘었지만, (2023년 기준) 지금까지 비행기 음식을 먹은 건 다섯 손가락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면 뭐 먹느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 바나나나 디저트로 과일이 실리면 과일을 먹고, 작은 치즈나 디저트로 실리는 케잌은 먹는다. 아니면 콜라, 사이다 같은 음료로 목을 축이고 배고 함께 채운다. (비행한 지 1년이 넘은 지금도 이런다)


비행시간이 10시간이 넘어가는 경우에는 어떤지 묻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 비행이 짧든 길든 나는 비행기 음식을 잘 안 먹는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다만, 이곳에 와 비행을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살이 5kg이 빠졌고, 지금도 유지중이다. 이거 좋은 거야, 아니면 나쁜 거야? (지금은 또 행복해서 살 찐 듯)


안 잘 먹다보니 비행을 하면 항상 상사들은 왜 안 먹느냐며 그러다가 쓰러질까봐 걱정해준다. 어떤 크루들은 나를 혼내면서 엄마, 아빠처럼 빨리 물이라도 마시라면서 이건 명령이라고 단호하게 말하시기도 했다. 너가 만약에 쓰러진다면, 한국에 계신 가족들이 얼마나 걱정하고 슬퍼하겠냐면서. 나도 잘 안다. 그리고 그들의 걱정에 항상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음식을 안 먹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건 마치 트라우마에서 비롯되었다고나할까. 바로 Motion Sickness, 비행기 멀미 때문에 내가 안 먹는 것이다. 

한창 비행에 몸이 적응하는 기간인 두 세 달의 기간 동안, 몸도 가누기 힘든 데 밀 서비스까지 하면서 몸을 적응시키는 것이 힘들었었다. 


서비스를 하는 내내 음식 냄새가 올라오는데, 그 와중에 비행기는 흔들리고, 나는 앉았다가 일어났다는 반복해야하니 초반에 참을 만한 멀리는 일을 하면 할수록 더더욱 심해졌었다. 그렇다고 유니폼 입고 일하는 사람인데 서비스 하다가 토 할 것 같다고 손님들 앞에서 냅다 무시하고 화장실로 달려갈 수도 없었으니 그냥 참았다. 최대한 참고 참았다가, 나중에 캡틴이 “Cabin Crew, Prepare for Arrival" 이라는 멘트가 나오면 그때서야 항상 화장실로 뛰어가서 미친 듯이 모든 것을 다 게워냈었다. 

한번은 상하이 비행이었는데, 마지막으로 기내 쓰레기들을 랜딩 하기 전에 정리하는 타이밍이었었다. 함께 비행했던 남자 부사무장이랑 정리하고 있었는데, 하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토가 나오려고 했었다. 그래서 부사무장에게 거의 반 뛰다 싶이 다가가서는 나 진짜 토할 것 같으니 비켜달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그가 매우 놀라서 빨리 가라고하고 나는 화장실로 바로 직행해서 토했었다. 당시 먹은 것도 별로 없었는데 모든 위액까지 다 게워내니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정신을 차리고 나머지 업무들을 모두 끝냈었다. 호텔로 가는 내내 온 몸이 춥고 힘들었기에, 나가서 상하이를 즐겨야지 하는 나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호텔 방에 처박혀서는 호텔 내부 딤섬 레스토랑에서 딤섬만 먹고 온 추억이 있다. 


그런 내 자신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 지금도 그렇고 항상 멀미약을 들고 다닌다. 이 일기를 수정하는 2023년 12월 10일, 비행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가끔도 비행기가 매우 많이 흔들리면 멀미가 나는 건 여전하지만, 이전처럼 약을 꼬박꼬박 먹지는 않는다. 이전에는 매번 토하는 것이 무서워서 멀미약을 많으면 2개씩 비행 전에 복용하고 일을 했으니 지금은 많이 비행에 몸이 적응했다. 멀미약을 먹었어도 굳이 밥은 안 먹었다. 지금 내가 멀미약을 안 먹고 토를 안 하는 건, 아마 시간이 지나면서 내 몸이 비행에 적응해서도 있겠지만 밥을 그나마 안 먹었기에 몸이 괜찮았던 것도 아닐까 생각한다. 


토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배가 고픈 것이 나에게는 훨씬 낫다. 토를 하면 정말 힘들기에... 가끔 내게 크루밀 맛있냐면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그럴 때마다 참 난감하다. 그나마 우리 회사 음식이 제일 맛있고 좋다던데 말이다. 이전에 한 턴 어라운드 (해외 스테이션에 갔다가 머물지 않고 다시 바로 돌아오는 비행) 비행에서 한 성인 남자 승객께서는 음식이 너무 맛있다면서 3개씩이나 식사를 하신 경험이 있었다. 그런 분도 계셨고, 다른 항공사에서 온 전직 승무원들에게 물어보면 우리 회사 음식이 굉장히 맛있고 좋은 거라고 하니 좋은 참고가 되리라 생각한다 :) 

 그러면 뭐 따로 음식을 싸서 들고 다니세요! 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럴 수 있긴 하지만 귀찮다. 그리고 뻔하다. 나는 분명 그렇게 챙겨놓고서는 먹지 않을 거라는 것을... 차라리 그냥 디저트나 과일로 당을 채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 몸은 완벽히 적응했으니깐. 

다행히 아직까지는 중이염이라든지 쓰러진 경우는 없지만, 그럼에도 나 스스로도 음식을 먹는 걸 연습 (?)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뭐... 트라우마라는 것은 무섭듯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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