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개 멀리 간다

EP. 비행일기_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비행

by 꼬마승무원

FYI. 오늘 글은 2023년 10월 28일에 작성했던 일기이다.

오늘은 쉬는 날. 2023년 10월 24일에 떠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비행을 마치고 어제 본국으로 도착했다. 크라이스트처치 비행은 매우 기대했던 비행인데, 자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국가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짓궂은 날씨로 인해, 도착한 첫날에 바로 나가서 알파카 농장만 방문하고, 계획했던 곤돌라와 보트를 타지 못해서 너무나도 아쉬웠었다. 에잇... 뉴질랜드 국가 상징새인 키위새도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12월 오클랜드 비행이 또 있으니 이 비행을 노리는 것으로 :)

나의 뉴질랜드 비행에는 레이오버 (해외에 나가서 쉬는 자유시간) 일정 중에서도 스탠바이 (5분 대기조) 스케줄이 있었는데, 해당 스탠바이 시간에 먼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비행기가 번개에 맞아 기체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급하게 크루 단톡방을 통해서 전달받았었다. 해서 먼저 떠나야 할 크루들이 비행기에 갇혀서 못 떠나고 있다는 말에 우리가 급하게 불릴 수도 있다는 소식이었다. 때문에 다들 배고픈데도 밥도 못 먹고 호텔에서 긴장감을 가지고 대기하고 있었다. 먼저 떠나야 하는 크루들에겐 안타까운 마음이었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이 아쉬운 스탠바이 시간에 빨리 밥이라도 먹고 끝나자마자 나가서 놀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만이 가득했었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다행히(?) 스탠바이에 불리지 않았다. 하나 먼저 출발해야 할 크루들은 안타깝게도 하루 더 뉴질랜드에 머물러야 했었고, 우리보다 늦은 비행시간에 본국으로 출발하게 되어 늦게 도착했다. 하하... 이런 소식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게 된 경우는 내 룸메 동생이 바로 그 문제의 비행기 안에 갇혀있던 크루 일행 중에 하나였거든. 그래도 문제없이 잘 도착해서 다행이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제목에서 유추 가능하듯이, '일하는 스타일이 다른 상사를 만났을 때, 쪼랩 크루들이 겪는 심정'이랄까. 굳이 승무원이 아니더라도, 어느 직장에서든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이번 비행 내내, 여자 부사무장은 모든 크루들이 공감했듯이, 사람 자체는 나쁘지는 않으나 일하는 것과 말하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직설적이고 본인만의 스타일이 있던 사람이었다. 해서 그녀보다 직급이 낮은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피곤한 스타일이었다. 실제 서비스를 나가기 전에, 크루들에게 샌드위치를 잘라서 하나하나 챙겨주시거나, 커피도 만들어주고 우리에게 먹으라고 챙겨주던 그녀. 내게 웃는 모습이 예쁘고 귀엽다면서 예뻐해 주시는 것은 굉장히 감사했으나 일하는 건 정말 피곤했다. 쉬는 시간인데 쉬는 시간을 안 주고 계속 뭘 나가라고 시킨다. 하하... 저 쉬고 싶은데용..

그런 여자 부사무장과 그녀의 바로 밑 직급이었던 선임 여자승무원은 서로 일하는 스타일이 전혀 달랐다. 서로의 사번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직급에서 차이가 난다는 건, 바로 선임 여자승무원이 다시 재입사를 한 케이스라는 것. 그럼에도 둘의 나이는 비슷해 보였다. 아무튼, 둘의 일하는 스타일은 둘의 비슷한 나이와 사 번과는 다르게 매우 달랐다.

우리 회사의 경우, 일반 승객들의 식사서비스가 나가기 이전에 스페셜 밀을 주문한 승객들의 음식을 먼저 챙겨드린다. 그러고 나서 어린이 전용 스페셜밀을 주문하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식사를 먼저 챙겨준다. 어린이들은 배고픔을 쉽게 참을 수가 없고, 추후에 매운 음식들만 초이스에 남게 되면 매우 난감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린이들의 식사를 챙겨주는 것에 있어서 2가지의 방법이 존재한다.

첫째. 어린이용 식사를 선주문하지 않은 어린이 승객들이 많지 않다면, 미리 서비스를 나가기 전에 크루가 직접 해당 어린이의 부모에게 다가가서 미리 음식을 소개하고 어떤 것을 먹을지 물어보고 적어서 스페셜 밀이 나갈 때 손으로 서빙하는 경우.

둘째. 스페셜 밀이 끝나면 카트를 끌고 캐빈으로 나가면서 중간중간에 어린이용 식사를 선주문하지 않은 어린이들을 발견하고 즉석에서 음식을 설명해 주고 제공하는 경우.

이 같은 상황에서 선임 여자 승무원은 1번의 방법을 하라 지시했다. 이에 알겠다며 나가려는 찰나에, 갑자기 부사무장이 아냐, 그렇게 하지 말고 2번의 방법으로 나가라고 말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아무래도 부사무장의 랭킹이 더 높으니 그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도 둘은 달랐다. 굳이 부사무장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승객들의 이름까지 하나하나 적은 종이를 나와 다른 크루에게 건네주었고, 그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서비스를 나가라고 지시했다. 원래 모든 비행에선 비즈니스 손님들이나 VIP 말고는 굳이 그렇게 이름을 부르지는 않는다. 알겠다고 말을 하고는 그녀가 보지 않는 틈에는 평소대로 이름을 부르지 않고 빠른 서비스에 집중했다. 추후에 승객의 이름종이를 보고서는 선임 여자승무원이 보더니, 혀를 내두르면서 이런 거 필요 없다면서 본인도 이런 건 처음 본다고 말을 했다. 이렇게 둘의 스타일은 달랐다.

스타일이 전혀 다른 크루들을 만나 함께 일하면 막내 크루들은 힘들고 피곤하다. 둘이 스타일이 너무 다르면, 빨리 나가야 하는 서비스도 시간이 늘어나서 힘이 든다. 한마디로, 하나로 가야 할 배가 사공이 두 세명으로 나뉘니, 아주 그냥 산으로 줘라 멀리 가버리는 상황이 발생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매번 크루가 바뀌는 외항사의 단점 중에 하나라고 봐도 되겠다. 선임 승무원의 말대로 진행했다가 갑자기 더 직급이 높은 승무원이 왜 이렇게 했냐, 누가 이렇게 하라고 시켰냐고 따지듯이 물어보면 참 이걸 어떻게 설명하고 말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상당하다. 이런 경우, 선임이 하라고 말했다고 하면, 대부분은 그냥 자기의 방식대로 하라고 말을 한다. 그만큼 그들이 더 일한 경력도 높고, 본인들만의 스타일이 더 효율적이고 좋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럴 때 막내로서 필요한 자세는, 그저 내가 가진 힘이 없으니 현실을 받아들이고 네.. 알겠습니다 하는 것 밖에는 없다. 그러고 뒤에서는 열심히 씹어대는 것뿐. 그들의 경험과 경력을 존경하고 그 시간들 속에 쌓인 그들의 노하우를 존중하지만, 너무 본인들만의 스타일만 고집하고 타인의 생각과 스타일을 배척하는 것도 문제가 있긴 하다. 결국 우리는 일을 아무런 큰 문제없이 하려는 목적으로 함께 오늘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니깐 말이다.

글쎄, 나도 시간이 지나 경력과 경험이 쌓이면서 나만의 스타일이 생기겠지. 그럴 때 나라면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생각이 많아지는 비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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