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승객일기
7월 초에 부산비행을 다녀왔었다. 부산이라니~ 너무나도 기대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다녀왔고, 기대한 만큼 크루들이랑 사진도 찍고, 스카이트레인도 타고 아주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었다. 다만 작은 비행기로 갔다 왔기에, 이번 부산 비행에서 한국인 승무원은 나 밖에 없었다.
부산에서 본국으로 돌아오면서 수고했다고 다들 언젠간 또 보자면서 인사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한 캐리어를 들고 계신 중년의 아저씨와 3명의 앳되어 보이는 아들 3분이 나를 찾아왔다. 발리로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차마 나도 그 근방을 자주 갔던 것이 아니라 헷갈리기도 하고, 말로만 표현하기에는 성의가 없어 보여서
'저도 이쪽 근방으로 가야 할 거 같은데 함께 가시죠 :)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그분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
중년의 아저씨께서는 일도 끝나서 피곤하실 텐데 괜찮으시겠냐고 물으셨고, 나는 어차피 이거 끝나고 할 것도 없어서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털털하게 웃으며 같이 갔었다. 그러자 그분께서는 승무원이 꿈이셨냐고 물어보셨다. 음... 사실 꿈이라고 한다면 꿈인데 처음부터 꿈은 아니고 한번 평생 살면서 해봐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했더니 운이 좋아서 이렇게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께서는 우리 딸도 승무원님처럼 외국항공사 승무원에 뭐 때문이지 꽂혀서 꼭 죽어도 한 번 해봐야겠다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면서 어떻게 준비했냐고 물어보셨다.
사실 나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준비했었고, 학원이며 과외며 안 해 본 것이 없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고 나는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채용을 하러 한국에 방문했을 때 기회를 잡은 것이 아니라 직접 해외로 나가서 서류 접수부 터해서 면접을 본 것이라 말씀드렸고, 이 부분과 관련해서 아마 따님께서도 아실 거라고 말씀드렸다. 딸의 꿈을 응원해 주시는 아버지는 이것저것 내게 물어보면서 어떻게 공부했는지, 준비했는지를 가는 내내 물어보셨다. 그런 그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을 하자 벌써 그분들과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아저씨와 아들분들께 마지막으로 방향까지 안내해 드리자 모두 밝게 감사하다고 인사해 주셨다. 그리고 나는 말했다. 꼭 따님께서도 되실 거라면서. 다음에 함께 비행하기를 기다리겠다고. 이렇게 꿈을 응원해 주시고 정보도 알아봐 주시는 좋은 아버지를 두셔서 따님은 좋으시겠다고 말이다. 그러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한창 준비를 시작했을 때, 우리 부모님의 심정이 어땠을까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 아빠는 별다른 말씀은 안 하셨지만, 내가 면접에 떨어질 때마다 힘들어하면 옆에서 그 누구보다도 속으로 많이 힘들어하셨다. 결코 겉으로 내색은 안 하셨지만, 한번 더 해보라고, 기회가 올 거라면서 포기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엄마는 내가 처음에 한 번 해보겠다고 했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도 키가 작은데 할 수 있겠냐면서, 될 수 있겠냐면서 걱정해 주셨다. 나는 아직도 기억난다. 그런 엄마의 걱정에 나는 말했다.
"엄마. 이상하게 뭔가 나 될 것 같아. 물론 그 길이 남들보다는 힘들 것 같거든? 근데 엄마, 나 이상하게 뭔가 확신이 들어. 나 준비해서 끝까지 하면 될 것 같아."
그런 나의 대답에 엄마는 그래, 그 준비의 과정이 정말 힘들고 고될 거란 걸 알아. 근데 네가 정말 하고 싶다고 하니 한 번 해봐. 인생 모르지 않아? 그리고 엄마는 내가 면접에 떨어져서 힘들어할 때마다 힘들어하시면서도 단호하게 다그치셨다. 그렇게 돈이며 시간이며 투자해 놓고 중간에 포기해 버리면 그 돈과 시간 너무 아깝지 않냐면서. 왜 사람이 이렇게 나약하냐면서. 한번 하겠다고 칼을 꺼냈으면 무라도 벨 생각하고 일단 계속 나아가보라고. 네가 하겠다고 한 거 아니냐면서 말이다. 그 당시에는 울면서 내가 알아서 할 거라고 그랬지만, 엄마의 그런 단호함도 있었기 때문에 아마 내가 앞으로 계속 나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부산에서 만난 승무원이라는 꿈을 꾸는 따님을 옆에서 바라보고 응원하고 하나라도 도움이 될 까싶어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아버님을 보면서 생각이 들었다. 이게 부모의 마음인 건가? 우리 부모님도 그러셨겠지. 내가 준비하는 거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하나라도 도움이 되고자 옆에서 그리고 조용히 응원해 주셨겠지. 그 누구보다도 더 아파하고 힘들어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나는 부모가 되지 않아서 그 심정을 모르겠다. 사실 뭐 자녀에 대한 생각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언젠가 시간이 지나게 되면 부모님의 심정을 이해할 날이 찾아올 수도 있겠지?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 생각한다. 저 멀리에서 따님의 꿈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