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승객일기
서비스직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무래도 내게는 진상손님을 만났던 기억과 더불어서 손님에게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일하면서도, 퇴사를 하고 나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특히나 이 고객 칭찬을 받는다는 것은 이 일을 함에 있어서 뿌듯함과 동시에 마치 사료만 먹던 강아지에게 특식으로 맛있는 간식과 특식 사료를 주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카카오톡 프로필에 내가 갔던 주요 도시들의 사진들과 고객들에게 칭찬받은 내용들을 올리는데, 추후에 먼 훗날 이 직업을 그만뒀을 때, 아 내가 이렇게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구나 하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을 위해서 올려두었다.
앞으로 종종 손님들에게 칭찬받은 내용들을 올릴 예정인데, 오늘은 그중에서 첫 번째 에피소드를 들려드리려고 한다.
제목에서 알겠지만, 더러운 밀카트를 인도 승객을 위해서 다 뒤집었었다. 잠깐 비속어 좀 써도 될까? 쒸이발 진짜... 당시에도 속으로 그렇게 욕을 하면서 겉으로는 아주 침착하게 하나하나 손님들이 다 먹고 난 잔해들이 넘쳐나는 더러운 트레이들이 들어있는 카트를 다 뒤집었었다. 왜냐고? 그 인도 남자승객이 불투명한 교정기를 휴지로 싸서 트레이에다가 두고서는 까먹었거든. 그래놓고서는 서비스가 다 끝나서 트레이들을 다 치우고 정리하니 갑자기 콜벨을 눌러서는 나.. 트레이 위에 내 거 불투명한 교정기 뒀는데 찾아줘... 이러는 것이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네. 총 우리가 6개의 카트가 있는데 그걸 하나하나 다 뒤집어가면서 찾아내야 할 판이었다. 일단 트레이를 어떤 크루가 치웠는지, 어디 쪽에서 정리를 도와줬는지 물어보니 하필이면 내가 일하고 있던 존에서 트레이를 치웠다는 것이다. 젠장할... 그러면 내가 일해야 하잖아. 일단 알았다고 하고 부사무장에게 보고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나하나 더러운 카트를 다 뒤집어가면서 찾아내는 것이었다. 참고로 인도승객들이 먹는 음식들은 향신료가 들어있는 것들이 다반사여서 일하고 나면 유니폼이며 손에 그 향신료 특유의 냄새가 묻는데 나는 그 냄새를 매우 매우 싫어한다. 그런데 그것도 먹다 남은 음식들이 잔뜩 들어있는 트레이를 하나하나 다 까면서 찾으라니요. 하느님.. 이거 너무 한 거 아니쇼?
아무튼, 결국 하나하나 6개의 카트를 다 뒤집어가면서 찾도록 노력했다. 그래도 부사무장님이 좋았던 것이, 갑자기 손님한테 가더니 네가 와서 우리가 지금 하나하나 너를 위해서 트레이를 꺼내가면서 찾아보고 있으니까, 옆에서 맞나 아닌지 확인해 줘라고 말하고는 비행기 갤리(부엌)로 불러온 것이다. 그래서 손님한테도 장갑을 주고서는 나도 장갑을 끼면서 이미 찾아도 안 보이던 카트를 손님이 보는 앞에서 다시 한번 더 하나하나 까내리면서 손님한테 이거야? 아니야? 라면서 보여주면서 함께 찾았다. 그렇게 거의 1시간이 넘도록 한 막노동에 손님도 지쳤는지 없나 보네.. 괜찮아하면서 자리로 돌아갔고, 나는 나머지를 정리하면서 부사무장도 함께 도와주셨었다. 그렇게 모두가 없나 보다 하고 포기하려던 찰나...
"에이 썅,, 여깄 다 찾았어!"라고 부사무장이 말했다. 다른 카트에 휴지에 꽁꽁 싸매져 있던 불투명한 교정기는 정말로 찾기가 어려웠는데, 부사무장이 휴지를 만져보고 딱딱한 게 만져져서 열어보니까 세상에 찾은 것이었다. 그러고는 부사무장은 플라스틱 컵에 물에 씻은 교정기를 넣어가지고서는 종이에다가 부사무장, 나, 그리고 우리 둘을 도와준 크루의 이름을 적고서는 나보고 같이 가자라고 말해서 같이 손님에게 갔었다. 그러고 부사무장은 손님의 어깨를 툭툭 치고서는 우쭐한 표정으로 플라스틱 컵을 내놨고 그 손님은 매우 밝은 얼굴과 미소로 세상에나 이걸 찾았다고? 어떻게 해서? 라면서 고맙다고 연신 말했다. 부사무장님은 우리가 다 열심히 뒤져서 결국 찾아냈어. 우리 크루들한테 고마워해. 근데 우리한테 가장 좋은 거는 칭찬레터 적어주는 거야. 여기 도와준 크루들 이름 있으니까 나중에 비행 다 끝나고 우리 적어주면 너무너무 감사할 것 같아. 라면서 우리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건넸다. 그러자 손님은 당연하지 너무너무 고맙다 라면서 연신 땡큐를 외쳐 됐었다.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되고 내게 남은 건 인도 향신료가 잔뜩 배어버린 내 유니폼과 손이었다. 정말 머리며 뭐며 만신창이가 되었었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냄새가 너무 나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샴푸질을 두 번이나 하면서 씻겨내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로부터 손님에게 이런 칭찬레터가 도착했다고, 자랑스럽고 잘했다면서 점수를 줌과 동시에 칭찬레터를 이메일을 통해 받았었다. 이 사건 이후로 나는 절대 기내용 인도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
아무튼, 비행기에서 일하면서 별의별 일이 다 발생한다. 불투명한 교정기뿐만이 아니다. 간혹 손님들 중에 트레이에다가 이어 팟을 놔두고서는 서비스가 다 끝나고 나니까 트레이에다가 뒀는데 찾아달라는 사람들도 있어서 쓰레기통이며 다 뒤진 경험도 있었고 (이런 건 절대 못 찾는다...), 이어폰이 바닥에 떨어져서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비행 다 끝나서 집에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비행기 안으로 들어와서 찾아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주 다양한 케이스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참 난감하면서도 열심히 찾아야 하는 우리들의 숙명이란 참 힘들 때가 많다.
부디부디 본인의 물건은 한번 더 되돌아보고 찾아갈 수 있도록.. 승객분들께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