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필코 찾아드릴게요

EP. 승객일기_터키 이스탄불 비행

by 꼬마승무원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고객칭찬일기이다. 터키 이스탄불 비행은 정말 나중에 여름 날씨에 다시 받고 싶은 국가 중 하나이다. 당시에 겨울에다가 비도 오고 눈도 내리는 데다가 바람이 너무나도 많이 불어서 추워서 배를 타고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길을 지나가기만 해도 예쁜 풍경이 펼쳐졌었는데, 길거리 터키의 찐 카이막 집들이 문을 닫아서 너무나도 아쉬웠었다. 그런 아쉬움이 가득했던 이스탄불로 가는 길에 있었던 일을 기록하고자 이렇게 일기로 남긴다.

터키와 한국은 '형제의 나라'라고 흔히들 잘 알고 있다. 그런 만큼, 본국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 생각보다 한국인 승객들이 많아서 놀랐었다. 가족들끼리 터키로 여행 가는 팀도 있었고, 오늘 글로 소개해드릴 한국인 승객들은 결혼식을 마치고 터키로 신혼여행을 가는 부부였다.

인천 비행이 아니고, 다른 나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한국인 승객들을 보면 나는 너무나도 반갑고 기분이 좋다. 아니 이런 곳에 한국사람들이?? 도대체 어디로 또 가시는 걸까? 내가 도움을 줄 부분이 더 있을까? 하면서 괜히 오지랖 넓게 가슴이 설렌다. 내가 이분들에게 있어서 같은 한국사람으로서 더 챙겨드릴 게 있을까 하면서 나는 기내에 실리는 간식이라도 몰래 더 챙겨드리려고 노력하고 그런다.

서비스가 끝나고 나서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혹시나 치울 건 없는지, 더 필요한 건 없는지 승객들을 살펴보던 중에 나는 부부께서 뭔가를 급하게 열심히 찾는 것을 봤다.

"제가 도와드릴까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남편분께서는 울상의 표정으로

"저... 와이프가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는데 바닥에 떨어진 거 같거든요. 근데 찾을 수가 없네요."라고 말하셨다. 다행히 그분들이 좌석 끝 쪽에 앉아계셔서 뒤편에 다른 승객이 앉아있거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비스가 끝나고 다른 승객들도 편히 쉬는 시간이라서 대놓고 크게 시끌벅적하게 찾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해서 와이프분 핸드폰 플래시를 대ㅣ신 받아 바닥에 무릎을 꿇고 미친 듯이 몸을 이리저리 굴려가면서 찾았다. 하지만, 기내는 어두웠고 결혼반지는 결코 보이지가 않았다. 10에서 15분 정도를 혼자서 씨름을 하고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서는 두 분께 말했다. 저희가 기내가 좀 어둡고 해서 잘 보이지 않는데, 어차피 다음에 식사서비스가 한번 더 나가니 그때 기내 조명이 켜집니다. 그 타이밍이랑 해서 제가 착륙하기 전에 꼭 함께 찾아드리겠습니다.라고 말이다. 그러자 두 분께서는 감사하다고 말하셨다. 어떡하냐고 말하는 와이프 분의 암울한 표정이 내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카트를 끌고 두 번째 식사서비스를 나가면서, 그분들의 좌석을 지나가면서 열심히 바닥을 찾아보았다.

엇! 그런데 아내분의 좌석 밑에 뒤쪽에 뭔가 빛을 받아서 반짝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입으로 어?!라고 말하면서 그 반짝이는 것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세상에나. 감사합니다! 그것은 결혼반지였다. 카트를 세우고서는 결혼반지를 집어서 와이프분께 웃으면서 '찾았습니다.'라고 말하며 건네드렸다. 그러자 남편분과 아내분은 너무나도 놀라고 환한 얼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 주셨다. 찾아서 다행입니다라고 말을 건네면서 나는 서비스를 하러 그분들이 계신 좌석보다도 앞으로 쭈욱 나아가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가 끝나고 나서, 나는 당시에 이코노미에서 일했는데 이코노미에 실리는 여러 가지 간식들을 몰래 챙기고서는 한국인 가족들과 결혼반지를 찾아드린 커플에게 찾아갔었다.

저는 이 비행의 유일한 한국인 승무원인데, 여기서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다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이렇게 간식이라도 더 챙겨드리는 것뿐이네요. 몰래 챙겨 왔습니다.라고 웃으면서 말하면 다들 좋아해 주셨다. 그렇게 말하면서 결혼반지 커플에게도 다행입니다. 찾아서라고 말하며 간식도 챙겨 왔다며 간식도 드렸다. 그러자 두 분께서는 정말 감사하다며, 결혼반지 너무 소중한데 못 찾을 줄 알고 암울했었다면서 말씀 주셨다. 더군다나 한국인 분이 계시니 말이 통해서 쉽게 찾은 거 같다며 행운이었다고 말씀 주셨다. 오히려 내가 더 마음이 따듯해졌었다.

이런 경우는 생각보다 비일비재하다.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리셔서 찾아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고, 이어 팟 한쪽을 떨어뜨려서 찾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고 그렇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 한 몸 다 바쳐서 찾아드리리.'라는 마음으로 예쁜 유니폼이고 뭐고 그냥 상관없이 무릎 꿇고 열심히 바닥에 쭈그리고 엎드려서 찾아드린다. 그런 모습을 보여드림으로써 승객들도 안심이 되고 나도 찾아드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그렇게 열심히 찾아드리는 것 같다. 이렇게 열심히 찾고 나서 집에 가면 어느샌가 하루나 이틀뒤에 무릎에는 시퍼런에 혹은 노랗게 멍이 들어있다. 어쩌면 열심히 일한 나만의 뿌듯한 (?) 흔적이다.

해서 이런 비일비재한 일에 그냥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시간이 지났는데, 어느 날 회사로부터 VOC 고객의 소리처럼 메일로 손님들의 코멘트가 날아왔는데, 거기에 떡하니 내 이름이 쓰여 있어서 놀랐다. 내 이름을 기억하시고는 결혼반지를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며, 덕분에 소중한 신혼여행을 갈 수 있었고 기분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우리 항공사에 감사할 예정이고 앞으로도 쭈욱 이용하겠다며 칭찬을 적어주신 것이다. 한국말로 적어주셔서 아마 함께 비행했던 크루들도 내가 잘한 일이 있었구나 하면서 본인들의 개인 점수도 올라가니 나에게 고마워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내 이름도 기억해 주시고 남겨주신 두 분께 나도 굉장히 감사했다.


저번에 남긴 밀카트를 뒤집은 사연처럼, 위의 두 승객께서 남겨주신 내 칭찬내용은 내 카톡에 고이고이 소중하게 캡처해서 올려놓았다. 가끔씩 나 스스로 잘하고 있는 걸까 생각이 들면 찾아보면서 '아, 맞다. 그랬었지.'라면서 흐뭇하게 혼자 여전히 가끔 찾아본다. 두 분의 소중한 기억에, 우리 회사에 대한 소중한 기억에 내가 계속 기억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면서 이렇게 오늘의 일기를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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