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방황 속 소중한 삶의 증거야

EP. 친구일기

by 꼬마승무원

이틀 전에 소개한 적 있던 카타르항공 남자승무원 DJ가 내가 머무는 나라에 비행을 와서 정말 오랜만에 얼굴을 봤다. 비행으로 타국에 오면, 혼자서 즐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터인데 나한테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니 같은 승무원으로서 정말 고맙고 그 다른 누구를 만나는 약속보다도 설레고 행복했다.

DJ와 함께, 같은 동기 언니가 우리 한국들 동기들을 데리고 여기 맛집이라며 데려다준 음식점으로 갔다. 처음에 이곳에서 먹은 꿔바로우는 정말로 신세계의 느낌이었다. 바삭바삭하면서도 달콤 새콤한 소스가 한국에서와는 차원이 달랐다. 기본적으로 음식의 간이며 맛들이 딱이어서 현지인들도 그렇고 많은 한국인 여행객이나 직장인들도 왔었다. DJ에게 카타르에서는 먹기 힘드니까 많이 먹으라며 우리는 그렇게 음식을 먹으며 서로 비행에 대해서 어떤지, 카타르는 어떻게 내 회사는 어떤지 서로 물어가면서 그렇게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만난 DJ는 이제는 누가 봐도 멋진 승무원인 티가 팍팍 났다. 겨울에 함께 홍대에서 방어를 먹었던 것을 마지막으로 서로가 승무원이 되어서 처음 만난 건데, 그 시절의 DJ보다 현재의 DJ는 살이 쏙 빠졌었다. 운동하냐는 물음에 그는 요즘 열심히 운동한다면서 정말 '살기 위해' 운동한다고 내게 말을 건네주었다. 그런 DJ를 보면서 아 나도 해야 하는데.. 라며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DJ에게 꼭 내게 반성하고 자극하라면서 오운완 메시지를 꼭 보내달라고, 그래야지 같은 승무원으로서 나도 자극받아서 할 것 같다고 부탁했다. 이번에 잠깐 한국에 가서 안 그래도 운동복도 챙겨 왔다. 이번달 마지막 비행을 갔다 오고 나서 근처 헬스장에도 등록해서 꾸준히 운동을 하려고 다짐했다. 아, 물론 이번 장거리 바르셀로나 비행에도 운동복을 챙겼다. 호텔 헬스장에도 운동해야지

요즘 카타르는 어떤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한 달에 로스터 비행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월급은 얼마나 되는지, 보너스는 얼마를 받았는지, 회사 동료들은 어떤지, 비행 노선은 어디로 가는지, 각 나라마다 승객들 특징은 어떤지 등 승무원들만이 공유 가능한 얘기들을 하느라 시간이 정말 비행기가 날아가는 속도로 지나갔다.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나는 챙겨 온 것이 없는데 카타르 어메니티도 챙겨주고.. 고마웠다. 역시 중동 오일머니는 다른지 딥티크를... 크으 역시 다르다 하면서 너무나 미안하고 고맙게 DJ의 선물을 받았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카페에서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각 나라의 승객들의 특성들을 공유하면서 웃으면서 공감도 하고, 아무래도 카타르는 노선도 다양하고 인종도 다양하니까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들이 펼쳐지는 느낌이라서 너무나도 신기하고 재밌었다. 카타르에서 같은 남자승무원들은 물론이고 한국인 승무원들과 함께 재밌게 그리고 치열하게 자기 관리도 하면서 살아가는 DJ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도 들고 뿌듯했다. 우리가 결국 이렇게 각자 꿈을 이루고 만났구나.

한창 수다를 떨면서 DJ에게 말했다.

이렇게 소중한 시간 나한테 내준 것도 고맙고 나는 너를 보고 내 승무원 지인들을 보면 내 치열했던, 정말 앞이 보이지 않던 그 시절의 소중한 흔적들이고 행복한 삶의 증거들이구나 싶다고. 그러자 고맙게 DJ도 공감해 주었다. 맞아. 그때 우리 서로가 그냥 우린 될 거라는 믿음 하나로 밀어붙였잖아. 마치 안개가 짙은 아무것도 안 보이는 그 길 끝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냥 마냥 서로 의지하고 공부하고 그랬잖아. 중간중간에 수많은 갈림길이 많았는데 우리는 그냥 끝까지 가보자고 해서 끝까지 밀어붙여버린 거고. 그렇게 우리는 결국 안갯속에서 꿈을 이루었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삶을 살고 있고, 이렇게 비행을 와서 내 오랜 추억을 만난다는 건 정말 감사할 일이지.라고 말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DJ의 얼굴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 정말 잘 살아왔다 그렇지? 라며.

정말 그때는 과연 채용이 나올까? 과연 내 자리가 있을까? 내가 과연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이 가득했었다. 누구나 되고 싶어 하고 이루고 싶어 하는 꿈 중에 하나인 승무원을 과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키가 다소 아담해 과연 될까 싶은 사람인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도 적은 선택지로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경쟁을 해야 하는 그 상황을 과연 내가 될 수 있을까 싶었다. 매번 면접에 떨어지면 엉엉 울면서 나를 가르쳐 준 선생님과 부모님께 징징거렸다. 저 그만하고 싶어요. 그냥 내 자리가 없는 것 같고, 남들이 보기에도 무리처럼 보이는데 과연 내가 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나보다도 선생님과 부모님이 더 안타까워하시고 더 다그쳐주셨다. 제발 포기하지 말고 네가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과 돈을 생각하고, 너 자신을 믿어보라고. 너 자신이 안된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되는 거고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니까. 나보다도 남자승무원인 DJ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남자승무원들이 뚫어야 할 바늘구멍 같은 경쟁률은 정말.. 내가 DJ였다면.. 과연 내가 그 힘든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렸을까? 아마 나는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중간에 쉽게 포기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DJ와의 헤어짐은 정말 아쉬웠다. 다시 도하로 떠나야 하는 그를 두고 우리 함께 유니폼 사진도 찍자고 말했다. 한국에 시간 맞춰서 모여서 꼭 찍자고 말이다. 그러고 함께 아는 언니와 함께 단톡방도 만들어서 스케줄도 공유하기로 했다. 아마 이 단톡방을 통해서 나는 가보지는 못한 곳을 DJ를 통해서 간접경험하지 않을까? 이거만으로도 정말 행복한 일이다. ㅎㅎㅎ 그렇게 DJ와 마지막으로 안아보면서 항상 건강하고 안비즐비, 이스방파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는 말을 건네면서 그렇게 헤어졌다. DJ가 카타르에 도착해서 말해준 말이 아직도 가슴에 머문다. 우리 서로에게 있어 오래 보는 소중한 인연이 되자고. 그럼 당연하지. 소중한 시간 나한테 써줘서 고맙다 DJ야 :)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쉬는 날이 겹치는 내 한국인 동기 5명과 함께 저녁도 함께 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실컷 떠들고 먹고 하는데 정말 행복했다. 그동안 비행으로 지쳐있었는데 서로가 공감되고, 본인만이 겪은 이야기들을 말하면서 참 다들 고생이 많구나 했다. 비행하면서 울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비행 로스터를 보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렇게 깔깔거리면서 소중한 저녁시간도 보냈다. 우리도 서로 안다. 언젠가 하나둘씩, 빠르면 내년부터 각자의 또 다른 인생을 찾으러 다른 길을 떠나면서 이렇게 5명이 모여 서로 얼굴을 볼 날이 얼마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고 문득 생각했다. 인생 사 100살을 산다면, 내가 승무원으로 일하는 이 시간과 순간은, 정말 어쩌면 스쳐 지나간다면 지나갈 수 있는 짧은 시간일 터이다. 이 짧은 순간 정말 특별한 삶과 경험을 하는 나 자신에게 감사하면서도 이 모든 순간순간마저 너무나도 소중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땐 그랬지 하는 삶의 한 조각이 될 것이다. 이런 나의 삶에 감사하면서도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보자 라는 생각을 했다.

DJ도 그렇고, 내 승무원 지인들도 그렇고, 내 한국인 동기들도 그렇고. 모두가 내게 있어서는 소중한 인연이자 내 치열했던, 안개 같던 방황 속 행복하고 소중한 삶의 증거들이자 흔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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