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 될 사람은 정해져 있다

EP. 직업일기

by 꼬마승무원

최근에 다녀온 인천비행에 미용실을 다녀왔다. 나는 정기적으로 내 머리를 아주 새까맣게 염색한다. 내 하얀 피부를 더 하얗고 이목구비를 더 뚜렷하게 만들어줘서 나는 좋아한다. 더군다나 최근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아서 그런 건지 나에게는 한 번도 나지 않던 흰머리가 생겨버렸다. 빨리 염색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미용실에 다녀왔다. 머리도 염색할 겸 매직도 하고 나를 위한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미용실을 다니고 있는데, 내 머리를 담당 선생님과 다른 조수 선생님 2분, 총 3명이 붙어서 관리해 주셨다. 담당 선생님께서 조수 두 분께 "우리 손님, 해외항공사 승무원이세요. 대단하시죠?"라고 말하셨다. 그러시자 조수 두 분께서 놀라시면서 아 정말요? 우와 너무 멋져요!라고 하셨다. 하하.. 머쓱하면서 웃으면서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꾸미고 이쁘게 하고 오는 건데 제가 지금 너무 거지 같아서 승무원처럼 안보이죠?라고 말했더니 다들 웃으시면서 에이, 휴무일 때는 편하게 오시는 거죠 뭐. 괜찮아요 이쁘세요라고 말씀 주셔서 참 머쓱하면서도 감사했다.

조수 두 분께서는 내 머리를 만져주시는 내내 본인들 친구들과 본인 얘기를 해주셨다. 한 친구는 승무원이 너무 하고 싶어서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 지금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가 있는데, 거기서 알바 구하는 것도 힘들다면서 말해주었다고 했고, 한 분은 본인 지인은 지상직 하고 있고 항상 일할 때마다 외국항공사승무원분들 보면 너무 부러워서 미치겠다면서 말해주었다고. 그리고 한 조수 선생님께서는 본인도 사실 승무원이 꿈이었는데, 차마 본인은 못 할 것 같아서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다면서 말씀 주셨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일하는 건 어떤지, 어느 나라가 가장 좋았는지 등등 물어보셨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꼈지만, 정말 세상에 승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으면서도 승무원이 부러움의 대상이고 승무원인 사람들은 정말 손에 꼽는구나라고.

이번에 승무원 친구 DJ를 만나면서도, 그리고 에아엑스 동생 MS와 대화를 나누면서 물어보았다. 승무원이 될 사람은 정해져 있을까? 이거에 대해서 우리는 대답했다. 승무원이 될 사람은 결국 지금 생각해 보니 정해져 있는 것 같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승무원이 될 사람은 정해져 있다. DJ의 경우에는 주변에 승무원 준비하던 아는 여자 지인이 있었고, 꽤나 열심히 준비하다가 결국에는 포기하고 카페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그러고는 이제 결혼한다고 말을 했다. 내 주변에도 있다. 열심히 준비하다가 코로나가 터지고 결국 다른 길을 찾다가 승무원이 되기를 포기하고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엄마의 친한 지인의 딸도 있고.

결국 승무원이 될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건 정말 주변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 많지만 나는 결국 본인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포기하고 싶으면 그냥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그러면 승무원은 절대 안 되는 것이다. 본인이 죽어도 한 번 합격해보고 싶다고 하면 직장을 다니면서 계속 도전하다가 합격해서 승무원으로 직업을 옮기면 그건 승무원이 된 것이다. 물론 직장을 다니면서 도전하는 거, 쉽지 않다. 나도 직장을 꾸준히 다니면서 도전했었고.

나도 승무원 포기한다면 진작 포기하고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아마 승무원을 포기했다면, 미술관 데스크 매니저로 더 계속 근무하거나, 호텔 예약실에서 일하거나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나름대로 편안하게 한국에 잘 살지 않았을까 싶다. (가끔은 승무원이 되어서 내 팔자 내가 피곤하게 하네 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ㅋㅋㅋ) 근데 나는 승무원이 하고 싶었다. 나 자신의 가능성도 알아보고 싶었다. 나는 하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자신과 타인에게 당당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나 자신에게 절대 부끄럽지 않을, 중간에 포기를 해서 오히려 내 자신감이며 자존감이 깎이는 사람처럼 나 스스로에게 비치기가 너무나도 싫었다. 내가 중간에 포기했다면 나는 승무원이 되고 싶었지만, 준비도 했었지만 결국에는 이뤄내지 못하고 한 여름밤의 꿈처럼 그저 바람처럼 사라진, 승무원이 결코 안 된 사람이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내 마음가짐과 의지, 정신력이 나를 승무원이 결국 된 사람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런 마음가짐과 정신력 이외의 다른 요소들도 물론 승무원이 될 사람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도 든다. 나의 경우에는 사주를 보면 역마살이 가득하다. 예전에 재미 삼아 사주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사주선생님이 내게 아가씨는 사주에 역마가 엄청나게 많네. 라면서 승무원 하면 되게 잘 맞을 거라면서 넌지시 말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해외로 나가면 인생이 잘 풀릴 거라고. 내 한국인 동기들에게도 사주에 역마살 유무에 대해서 함께 얘기 나눈 적 있었는데 모두가 다 역마살이 있는 사람들이다. 모두가 한번씩 사주를 보면 다들 역마의 기운이 엄청 세다고 그랬다 한다. 이런 사주의 영향도 어쩌면 승무원의 팔자에 영향을 끼치는 걸지도?

아무튼,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참 그렇다. 대부분이 생각하기에 대단하고 부러워하는 직업. 여자라면 평생에 한 번쯤은 꿈꾸는 직업. 누구나 되고 싶어 하지만 결코 누구나가 될 수는 없는 직업. 가끔 내게 무슨 일 하시냐면서 물어볼 때 저는 외국항공사 승무원입니다라고 하면 다들 나에 대한 관심도와 쳐다보는 눈빛이 좀 더 반짝이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절정을 찍는 건 어디 회사냐고 물어봤을 때, 내가 다니는 회사 이름을 말하면 아는 사람들은 더 대단하다고 말해준다. 우와, 세계최고의 항공사 아니냐, 5성급 항공사 아니냐, 거기 들어가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대단하다면서 말이다. 이럴 때 참 감사하면서도 나 자신이 뿌듯하면서도 참 내가 뭐라고 이런 대접을 하면서 뻘쭘하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만큼 내가 강한 정신력과 의지를 가지고 잘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대접과 환희를 받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승무원이 될 사람은 정해져 있다고 본다. 물론 본인에게 있어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 우선순위가 무엇이냐, 본인의 결정에 있어서 예상치도 못한 어떤 부분들이 영향을 받았는지에 따라 이는 다르다고 본다. 그렇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 감히 내가 뭐라고, 내가 당연하다는 듯이 단호하게 말할 부분은 아니라는 것도 나는 잘 알고 있다.

결국 특별한 예외상황이 아닌 이상, 나는 승무원이 된 사람들은 어찌 되었든 본인이 처한 상황에 맞춰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강한 정신력과 의지로 밀어붙여 꿈을 이룬 사람들이라고 본다.

결국 본인 인생에 있어서 꿈을 이룬 사람이 될 것이냐, 아니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되는대로 인생을 살아갈 것이냐는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승무원? 죽기 전에 한번 꼭 경험해보고 싶다면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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