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직장일기
공교롭게도 지금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는 대기업이다.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회사이다. 첫 직장 역시 대기업 계열사의 호텔이었다. 하지만 그 규모는 비즈니스호텔이라 호텔 자체만 보면 작았다. 미술관 역시 사립 미술관인지라 국립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큰 규모는 아니었다. 뭐 물론 승무원으로서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는 것 자체를 꿈꾸긴 했지만, 처음부터 무조건 대감집에서 일해야지 했던 건 아니었다.
사람마다 본인이 세우는 기준과 관점이 다르다. 나의 경우, '규모가 작은 곳일수록 내 마음이 더 편하고, 나 스스로의 능력을 더 잘 펼칠 수 있는 사람이며, 이는 혼자 일하는 환경일수록 그 진가가 더 발휘되는 사람.'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사회생활을 겪으면서 느꼈고, 지금도 느끼고 있기에 나 스스로가 정한 나의 관점이다. 규모가 작은 회사일 수록 일하기가 편해서 그런 지, 동료들 간의 정과 끈끈함이 더 남달랐다. 그래서 더 다니기도 편하고 좋았다. 혼자서 일한 미술관의 경우에는, 상황 판단하에 내게 주어진 권한 아래에 융통성 있게 일을 처리하니 그 부분이 매우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미술관에서 3년을 조금 넘게 일을 했었다.
본인이 개인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대감집에서 일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에 대해서 나는 어린 시절일수록 되게 집착했던 것 같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크나큰 회사.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명예도 따라오고 복지도 좋으니 누구나 다 가려고 기를 쓰는 것이겠거니, 나도 대기업에 꼭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으면서 돈, 명예, 복지 등도 다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건, '워라밸'과 '나의 마음'이 더 중요한 것임을 깨닫고 있다.
물론, 지금 어쩌다 보니 대기업에 다니는 내게 누군가는 '네가 지금 배불러서 그래, 진짜 우리 회사에 다니면 돈에 항상 쪼들리고 몸도 힘든 이 상황을 실제로는 견디기 힘들어. 그래서 기를 쓰고 대감집에 가려는 거야.'라고 말할 수 있다. 나도 이해한다. 실제로 내 주변 지인 중에 같은 자매회사이지만 너무나 쪼들리는 벌이에 역시 돈을 생각하면 대감집으로 가야겠거니 하고 노력해서 우리 회사에 입사한 분도 있으니깐. 그래서 나도 인정한다. 내가 남긴 이 생각들과 마인드가 어쩌면 실제로 겪어보지도 않고 함부로 내뱉는 뜬구름 같은 속 편한 소리로 들릴 거라는 거 말이다.
최근 다녀온 휴가 기간 동안 국내 J항공사에 다니는 대학교 직속 남자후배를 만났었고, 국내 E항공사에 다니는 복수전공을 함께 들으며 친해진 같은 학번의 친구도 만났었다. 함께 비행은 어떤지, 회사는 어떤지 스케줄도 보면서 말을 나눠봤다. 결국 LCC에 다니는 두 사람은 유럽, 미국 등의 더 넓은 세상과 경험을 위해서 FSC에 가고 싶어 했고, FSC에 다니는 나는 회사의 분위기, 많은 서비스 절차로 인해 지치는 몸과 일하는 환경으로 인해서 LCC로 가서 오래 일하고 싶어 했다. 장단점이 명확한 환경 속에서 우리들은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면서도, 말 못 하는 고충들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느 회사나 장단점은 있다. 사람들마다 원하는 방향과 추구성은 다르다. 꼭 대감집에서 일을 해야 하고, 대감집에 입사를 해야만 성공한 인생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전혀 아니라고 본다.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흔히들 말하는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와 같은 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고 해서 내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아니다. 그 당시 고3 시절의 관점에서 본 내 인생은 망한 것이 맞았겠지만,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다 보니 절대 아니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회사가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절실하게 느끼는 30대의 내가 되고 있다. 그저 100세 시대의 긴 인생의 시간표로 본다면 그저 하나의 점일 뿐임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내가 되고 있다.
특히나 이번 휴가로 드럼을 취미로 배우게 되면서, 자전거를 타고 선선한 바람을 따라 내가 좋아하는 뚝섬유원지 공원 벤치에 앉아, 뜨거워진 빨간 두 뺨을 좋아하는 달달한 음료로 잠시 식히며 사람들을 구경하는 소소한 시간 보내면서, 부모님과 함께 드라이브로 예쁜 카페들을 가고 소소한 대화 속 힐링을 하면서, 일이 끝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소소한 시간을 보내는 것들이 어쩌면 내가 정말로 원하는 순간들이 아니었는지, 너무 내 꿈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와, 정작 내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행복해하는 것이 뭔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유튜브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건 뭔지에 대해 찾고 나아가는 자기 계발 유튜브나 관련 명상, 마음공부 관련 내용을 자주 찾아본다. 대감집에서 일하든 말든, 요즘 드는 생각은 그건 중요하지 않고, 나 스스로가 만족해하고 행복해하면 된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가 더 높은 곳을 향해 성장하고 싶다면 대감집으로 이사 가면 되는 거고, 마음이 좀 더 편한 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면 소감집으로 이사 가면 되는 거다.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니까. 그 선택에 있어서 잘했고 잘못했고는 감히 누가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본인이 만족하면 되는 것이다. 언제나 내 편인 가족들도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는 거니깐.
나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이 선택한 삶에 있어서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남들의 생각과 관점만을 쫓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이 말은 여러분들께도 전하는 진심이지만 나 스스로에게 전하는 진심이기도 하다. 남들 눈치 보지 말고 정말로 네가 행복해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