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오늘도 쉬어? 개꿀빠네

EP. 직업일기

by 꼬마승무원

예전에 가끔씩 들었던 말이라 오늘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해 본다.

서비스직 중에서도 최고봉이라는 승무원. 몸만 힘들 뿐이지 체력관리만 잘하면 생각보다 높은 초봉 및 연봉에다가,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남들은 몇 백만 원씩 들여서 다니는 여행과 경험을 일을 통해서 무료로 경험할 수 있고, 다른 사무직 종에 비해서 일하는 시간도 적으며 본인이 원하는 대로 스케줄 조정도 가능한 승무원이라는 이 직업. 예쁜 유니폼을 입고 공항을 나서면 쏟아지는 부러움과 특별하게 바라봐주는 시선과 눈빛. 아니 정말 개꿀이잖아? 솔직히 말해서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뭐 대단해? 그냥 하늘 위에서 서빙하는 웨이트리스, 웨이터잖아.

라고 생각하셨는가? 아니면 생각하고 계실까? 위의 말들은 얼추 맞다. 나도 반박하면서 아닌데?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고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하는 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장벽도 낮고 경쟁률이 몇 백대 일, 아니 서류만 하더라도 몇 천대 일이니깐. 국내항공사든 외국항공사든 승무원의 인기는 정말 높다. 외국항공사에 지원한다? 어쩌면 오픈데이는 정말 그 나라, 아니 어쩌면 전 세계 사람들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해야 한다. 사실 나도 처음에 조이닝하기 위해서 회사 비행기를 타고 선배들이 하는 일을 봤을 때, 내가 저 일을 하려고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 온 건가? 싶기도 하고 여전히 가끔 손님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치우거나 내 손에 음식 묻혀가면서, 더러운 화장실을 장갑 끼고 치우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러려고 온 건가... 하는 현타도 오니깐 말이다.

가끔 내 지인들이나 인연들도 내게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오늘 뭐 하냐는 말에 오늘 휴무다, 스탠바이 듀티이다해서 집에서 쉰다고 하면 개꿀빠네? 꿀빠네? 라면서 장난식으로 말을 했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그저 하핳 스케줄이 쉬는 날이니깐 쉬어야죠 뭐 라며 말은 했지만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마치 이 직업을 그저 단순하게, 일하면서 여행만 다니는 그런 직업으로 쉽게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이미지만 보고 그 내면의 고충에 대해서는 깊게 알지 못하고 존중하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나는 세상에 직업에 귀천은 있다고 생각한다.

불법으로 저지르는 일, 정당한 대가가 아닌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하는 일, 그저 편하게 돈을 벌려고 하면서 힘들다니 그런 일 하는 거. 나는 안 좋게 보고 또 내가 그런 인생을 살아오지 않아서 그런지 그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그렇게 일을 해서 하는 것이 아닌 본인이 노력해서 정당하게 얻고 일하는 직업으로 일하는 모든 분들을 나는 존경하고 존중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 겉으로 보이는 것 이외에 그 속에는 정말 본인들만이 겪는 다양한 수고스러움과 단점, 힘든 점들이 있을 것이다. 감히 내가 그 일을 해보지도 않았는데, 도전해보지도 않았는데 그걸 겉만 보고 판단하고 쉽게 쉽게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나는 절대 맹세코 타인의 일에 대해서 '개꿀빠네, 꿀이네?'라고 말한 적이 없다. 오히려 대단하네, 힘들겠다, 고생하네 라는 말은 자주 했을지라도.

승무원의 단점에 대해서는 흔히들 잘 알 거라 믿는다.

밤낮이 바뀌는 장거리 비행 및 야간비행에서 오는 시차적응과 체력적인 힘듦, 특히나 외국항공사승무원들의 경우에는 외국인, 이방인으로서 매일 느끼는 거리감과 어찌 됐든 살아남아야 하는 스트레스, 향수병, 외로움, 연애하기 힘듦, 다른 사람들은 평생 직종이라고 알지만 사실은 계약직인 현실, 그리고 짧은 수명, 승무원 직을 그만두었을 때 과연 무엇을 해서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지, 내 다음 인생의 커리어에 대한 막막한 인생설계, 사람을 대하는 일인 만큼 사람들한테서 오는 고통과 상처, 사랑하는 가족의 경조사도 못 보고, 생일이며 얼굴 보는 것도 힘들고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마저도 참석하지 못하는 나의 현실, 겉으로는 서비스인이지만 그 속에서는 간호사가 되기도, 소방관이 되기도, 시체를 보고 만지는 일도 있을 수 있고, 예상치도 못한 사고로 내 동료가 다치고 내 목숨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는 일하는 환경.


과연 이러한 고충을 전현직 승무원들이 아닌 이상 타인이 감히 나만큼 잘 이해하고 피부로 느끼고 진심 어리게 고민할까? 글쎄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어떤 직업보다도 단점과 장점이 확실하고, 겉으로 보이는 면이 매우 큰 직업이 바로 나는 승무원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생각한다. 이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타 직업에 비해 누군가한테는 보여주기 식 직업이 되기 쉽다는 것을.

야, 우리 언니, 누나 승무원이야. 내 (전/현) 여자친구, 남자친구 승무원이야. 우리 조카가, 내 대학동기가, 내 친구가... 어떤 사람에게는 내 지인의 직업이 마치 본인의 것인 양 말하고 다니는데 그것이 그 사람의 어깨를 으쓱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너 주변에 있어? 그런 사람이 너 가까이에 있었다고? 대단하다.

정말 그 직업을 존중한다면,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 존중하고 존경한다면 그냥 그런 자랑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고생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는 말 한마디만 붙여주면 좋을 것 같다. 아니, 정말 존중하고 존경했다면 본인의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말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해 보고 말을 내뱉으면 좋겠다. 내가 이런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은 이런 상황이니까 내 말이 어떻게 들리겠지, 힘들겠지. 그렇게 말이다. 너무 장점만 나열하지 말고. 물론 내 지인들이 가까운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고 말해주는 것이야 나도 행복하고 좋다. 근데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정말 그 사람들만이 겪는 고충과 힘듦을 정말 한 번이라도 생각해 준다면... 꿀빤다는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나는 결코 못 할 것 같다.

다른 직업보다도 꿀 빤다고 한다면 꿀 빨 수도 있다. 그만큼 그 꿀을 빨기 위해서 노력했고, 노력의 결실로 꿀 빠는 꿈을 이뤘으니까. 누군가는 이 꿀 빠는 직업을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고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본인이 하는 일이 힘들고 고생한다고 생각하고 이루기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만큼, 타인의 직업이 가지는 고충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보고 말을 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오늘 한 마디 툭 내던져보고 싶다.

저기... 내가 노력해서 꿀 빠는 직업이 된 거지, 네가 꿀 빠는 직업인 사람은 아니잖아?

내가 승무원이지 네가 승무원은 아니잖아 :) 그냥 부럽다면 부럽다고 말하고, 승무원인 나 자신을 내가 치켜세워야지 타인인 네가 너를 치켜세울 건 아니라고 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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