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직업일기
흔히 다들 '비행기'라고 하면 무슨 단어가 떠오를까? 단연코 '승무원'일 것이다. 하늘 위의 호텔리어, 하늘의 꽃. 바로 승무원이니까. 승무원이 되기 전 나 역시 솔직하게 비행기하면 승무원, 조종사, 기내식...이런 것 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허나 승무원이 되고 나서, 항공업계 종사자로서 경험하게되고 보여지는 시야가 매우 넓어짐에 따라 그 당시에는 결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보여졌고 지금도 이 경험은 점점 더 커지는 중이다.
"굿모닝, 굿 애프터눈 썰! 선생님, 안녕하세요."
"땡큐, 썰! 땡큐 마담!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건강하세요!"
비행기가 게이트에 도착해서 승무원들이 탑승 준비를 하기 전에, 우리 기내승무원들 역시 승객들처럼 지상직원분들을 처음으로 맞이한다. 그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기내에 탑승하는 승무원들의 신원을 체크한 뒤, 비행기 안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맞이하기 전, 큰 목소리로 인사를 나눠야 할 사람들이 존재한다. 바로 비행기 안을 깨끗하게 정리해주시는 기내 클리너분들, 즉 기내 청소인분들과 케이터링팀원들이다.
기내 클리너들과 케이터링팀이 정신없이 본인들의 할 일을 위해 기내를 열심히 청소하고, 기내에 필요한 음식이며 자재들을 카트로 다 옮기고 내리고 할 동안, 그 사이를 비집고 승무원들은 연신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를 외치면서 본인들의 자리로 걸어간다. 몇 십명이나 되는 클리너들과 케이터러들은 이게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는 건지... 단순 의사소통인지 모를만큼 큰 목소리로 서로에게 대화를 하면서 기내의 모든 곳을 일사분란하고 깨끗하게 청소한다. 그리고 케이터러들은 갤리 담당 승무원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오늘 식사 메인코스 중에 돼지고기는 몇 개가 실렸고, 닭고기는 몇 개가 실렸으며 스페셜밀로 뭐가 실렸는데 여기에 식사 트레이가 있고, 특이사항은 뭔지 등등을 서로 체크한다.
승무원이 되고나서 개인적으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분들이다. 승객들 눈에는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들이 기억에 남겠지만, 기본적으로 비행기가 뜨고 준비하기 위해서는 승객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 영웅들이 꼭 있어야한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한 안전 준비가 다 되었는지 정비사들의 체크가 있어야하고, 더러워진 비행기를 정리하고 바로 다음 목적지로 제 시간에 맞춰 뜨기 위해 그 짧은 시간 안에 온 힘을 다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기내 클리너들이 있어야하고, 땅에서 느끼는 음식에서 오는 맛의 행복을 하늘에서도 느끼고 해결할 수 있도록 책임지는 케이터링팀이 있어야한다. 이런 영웅들의 수고스러움과 감사한 노동이 있기에 승무원들이 안전장비 체크를 하고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들을 최종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실 수 있는 것이다.
해서 나는 이들에게 항상 위의 인삿말처럼 큰 목소리로 항상 감사하다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가끔 시간이 된다면 물도 한 잔씩 드리고 커피도 드리려고 노력한다.
이전에 한 비행에서 남자 선배가 웃으면서 기내 클리너분들과 케이터링 팀 한 분 한 분에게 물과 음료수들을 항상 감사하다면서 드시라고 컵에 따라 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선배는 내게 '난 항상 저분들이 있기 때문에 비행기가 움직일 수 있고, 우리가 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어쩌면 저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진정한 영웅일 수 있지. 그래서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 라고 말해줬다. 그의 마음가짐과 행동에 큰 감동을 받은 나는 그와 만난 이후로 최대한 그의 행동을 본받아서 따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할 일을 마치고 시간이 남는다면 꼭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어쩌면 기내 클리너분들과 케이터러들을 보고 힘들고 궂은 일을 한다고 본인보다 낮게 보거나 인사도 안하는 크루들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같은 사람 대 사람으로서 그건 정말 예의가 없다고 생각한다.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그들이 있기에 내가 일하고 이 비행기가 뜬다는 생각을 가진 나에게 있어서 그들은 내가 만난 선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웅이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어 조금 슬프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따듯하게 인사를 건네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더 따듯하고 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천비행에서 나는 마지막에 내릴 때 "선생님, 항상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라고 말한다. 그러면 다들 웃으면서 "네~승무원 선생님!" 이라고 따듯하게 말해주신다. 정신없이 일하고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노고에 어쩌면 그들에게 힘이되는 건 그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보고 알아주는 사람들의 따듯한 말 한마디일지도 모르겠다.
내일 나는 호주 멜버른으로 떠난다. 지겹도록 가서 익숙한 호주만큼, 내일도 나는 익숙하게 승객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웅들에게 큰 목소리로 안녕 인사를 건네도 감사하다는 따듯한 말을 건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