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먹다. 보리 냉이 된장국
계절은 항상 나를 앞서간다
날이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날이 춥지만 낮에는 제법 따뜻해졌습니다. 지상은 겨울이지만 땅은 다가올 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보리순이 제철인 1월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겨울 햇볕을 가득 품고 자란 재철 보리를 그냥 지날 칠 수 없어 한 봉지 샀습니다.
봄 하면 냉이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향긋한 냉이 향을 가득 품은 된장국에 밥을 말아먹는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또 한 봉지 샀습니다.
보리를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줍니다. 채반에 받쳐 물기를 빼주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냉이는 흙도 많고 뿌리도 굵어 손이 많이 갑니다. 누렇게 뜬 잎들도 제거하고 굵은 뿌리는 반으로 갈라놓고 깨끗하게 씻어줍니다.
손질하고 남은 보리는 부추처럼 신문지에 싸놓습니다. 오래갈 수 있도록 말이죠.
지금 쓸 냉이가 아니라면 흙이 묻은 상태로 넣어놔야 오래가기에 봉지에 소중히 넣어둡니다.
냉동고에 넣어둔 국멸치 5마리와 디포리 3마리를 넣고 무와 양파, 대파, 다시마를 넣어주고 멸치육수를 끓였습니다. 된장국엔 역시 멸치육수죠^^
진하게 끓인 멸치육수에 된장을 풀고 보리순과 냉이를 넉넉히 넣어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두부를 좋아해 두부도 큼직하게 넣어 줬습니다.
간 마늘도 넣어주고 냉이와 보리향이 튀도록 된장 맛이 너무 세지 않게 간해줍니다. 맛있는 보리 냉이 요리가 완성됐습니다.
봄 향기 물씬 풍기는 보리와 냉이 향이 뜨끈하게 들어옵니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먹다가 밥을 말아먹었습니다. 속이 든든해지니 행복합니다.
계절은 항상 나를 앞서 갑니다
가끔 맘이 답답해지는 때가 오면 공원 산책을 하지 않고 시장으로 향합니다. 코로나가 걱정인 시대라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아 시장 특유의 왁자지껄한 맛은 없지만 어김없이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끝나기 전에 배추 듬뿍 넣고 굴짬뽕해 먹어야지'
'올 겨울 봄동도 못 먹고 가네, 겉절이 해 먹으면 맛있겠다'
'연근 실한 것 보소. 잘게 다져 볶음밥에 넣어 먹을까'
'더덕이 통통하니 물이 올랐네. 고추장 듬뿍 발라 구워 먹으면 소주 안주로 딱인데'
'올 겨울엔 방어회 한 점도 못 먹고 가네'
이런저런 생각에 신나 있으니 어느덧 나를 괴롭히던 무거운 맘들이 희미해집니다.
시장은 땅의 계절에 맞게 옷을 갈아입습니다. 그 곁에 있으면 살아있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전달됩니다.
지금 먹어야 할 보약들을 상상하다 보니 내 마음도 밝아졌나 봅니다.
어느새 제 맘속에도 봄이 가득 들어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