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영 정복기(3)
물에 뜨고 싶다면 몸에 힘을 빼라
권투를 배웠던 때였다. 관장님께서 "여자회원분들이 원투를 잘합니다. 남자분들은 세게 치려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동작이 부드럽지 못하거든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이연걸의 태극권을 봤을 때 처음 들어본 말이다. 너무 멋있어서 몇백 번은 되새김했던 말일 것이다. 권투에도 요리에도 부부 사이에도 자식과의 관계에도 모두 통용되는 말인 것 같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굳어지고 굳어지면 자유롭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하니 당황하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첫걸음은 힘을 빼는 게 아닐까?
물론 머리로 이해를 한다고 해서 몸이 말을 듣는 게 아니지만 오늘도 물속에서의 도전은 계속된다.
킥판과의 이별은 익숙해지기 힘들었다. 있다가 없으니 이상하게 허전하다. 킥판을 꼭 잡고 있던 손은 갈길을 잃은 소금쟁이처럼 자꾸만 물속으로 들어가고 어깨에 힘을 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생각은 나의 상상일 뿐이라는 것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가라앉는 것을 두려워마세요. 물을 손바닥으로 느끼면서 왼쪽 귀를 팔에 붙이세요."
등장부터 발끝 다이빙으로 가볍게 입수했던 강사님은 멋진 말과 함께 허우적거리던 팔과 자세를 교정해 주신다."몸에 힘을 조금만 더 빼실게요"
'강사님 저도 힘을 빼고 싶답니다. 그런데 힘은 어떻게 빼는 건가요 ㅠㅜ'
유튜브에서는 롤링을 하며 손끝을 앞쪽으로 주욱 미끄러지며 나아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본다. 어깨가 살짝 앞으로 나가며 자연스럽게 상체가 살짝 돌아가며 미끄러지듯 전진한다.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차 안에서 햇빛이 비치는 바람 부는 들녘을 보면 너무나 아름답지만 실제로는 뜨겁고 습하듯 현실과 상상은 큰 차이가 있었다.
걸음마를 막 뗀 아이 기분이 이런 것일까?
코끝을 간지럽히는 상쾌한 가을 공기를 마시며 오늘도 수린이의 맘을 토 닦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