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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생활기) 아랍어 배우기

by 일일시호일

앗살라말라이쿰(السلام عليكم)!

아들 둘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에겐 인생의 황금기가 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도시락 2개, 간식 2개 총 4개의 도시락을 싸야 하지만 6시 30분이 되면 남편, 아들 둘은 직장에 그리고 학교에 갔다 3시를 기준으로 6시까지 아들 둘, 남편 순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나는 대략 아침 7시부터 2시 30분까지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 출산휴가 3개월을 제외하고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이런 호강을 누리다니 ~~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침에는 조깅도 하고 같은 커뮤니티 엄마들과 시간에 맞추어 온라인 운동도 하고~ 가끔씩 만나 아이들 이야기도 하면서 여유를 즐겼다.


시간이 조금 지나 나만의 루틴을 만들기 위해 영어를 다시 시작했다. 영문 보고서도 보기 시작했고, 유튜브나 넷플릭스 영화를 보며 영어와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영어라는 언어에 빠져 살다 엄마들의 오픈 카톡방에 공지가 떴다. 아랍어를 함께 배웁시다!! 한국분이었는데 지금 사르자에 살고 있고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 여성분들을 위한 아랍어 강좌를 개설하겠다는 것이다.


평소 아랍어에 관심은 많았지만 시도해 볼 생각을 못해봤다. 영어를 다잡으며 두바이에서 취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라 이곳에서 버티려면 아랍어도 필요하겠다 싶어 냉큼 신청해 버렸다. 7명 정도가 신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자 소수만 남게 되었고 다들 열심히 했다.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아부다비에서도, 두바이에서도 속속 모여들 수 있었던 거라 생각된다.


아랍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쓰는 언어가 표준어라고 한다. 사실 방언도 있다고는 하지만 표준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대중화되어 있어 서로 불편함은 없다고 한다.


한국 선생님은 우리나라의 가나다라, 영어의 알파벳과 같은 기초부터 열정을 다해 가르쳐 주셨고 우리도 떠듬떠듬 열심히 배워나갔다. 어느 순간 간판의 단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들을 픽업 가는 길에 도로 표지판 단어와 광고판 단어가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학교에서 아랍어를 배우고 있던 아들보다 내가 더 빠른 속도로 아랍어가 늘기 시작했다. 재미가 붙었다고나 할까~ 매일매일 입에서 중얼중얼 했다.


5월에 시작된 아랍어 수업이 무르익을 때 쯤 휴가철이 왔다. 나를 포함한 다른 분들도 해외여행지에서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다른 일정을 포기하면서도 아랍어 수업은 꼭 들으려고 다들 노력했다. 10월 정도가 되었을 때 알파벳을 모두 배워 어떤 단어라도 뜻은 모를지언정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고 선생님께 수료증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가 아랍어를 자연스럽게 읽고 쓸 수 있다니! 까막눈 탈출하였다는 의미를 부여하며 감격했다. 이날 모임에는 아부다비와 사르자에서도 발걸음을 해줘 함께 축하 파티를 할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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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문장 중심으로 되어 있는 책을 선정해 진행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랍어를 배울 때 가장 대중적으로 활용하는 책이라고 했다. 문장형으로 되어 있어 나는 누구야~ 등등의 기초 회화를 연습할 수 있었고 한국의 연음과 같은 문장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연습했다. 일주일에 두 번 있던 아랍어 수업 시간이 되면 나는 많이 긴장해했던 단어도 생각이 나지 않고 식은땀을 흘릴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하는 나의 모습에 뿌듯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는 것도 나에겐 큰 복을 받은 느낌이었다.


선생님이 12월부터 한국에 가게 되어 아랍어 수업이 중단된 상태지만 한국에 돌아오는 길 나의 케리어에는 아직 해야 할 아랍어 교과서가 담겨 있었다. 선생님도 개인 사정이 생겨 아직 수업을 재개되지 못했지만 나의 영어 실력이 안정화 될 때 쯤 다시 아랍어에 도전해 보고 싶다.


휴대폰 키보드에 아랍어를 설치하고, 아랍어 이름을 نور 누르(햇살의 의미)라고 지으면서 아랍어를 정복할 줄 알았는데 아직은 초보에 머무르고 있다. 그래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연결하여 쓰며, 긁는 소리는 내야 하는 것을 알게 된 초보 아랍어 배움이 정도로도 감사하다. 아랍에서 수학의 숫자라는 개념이 만들어졌고 영어 알파벳에도 상당히 많은 단어가 아랍어에서 시작된 것도 알았고! 무지에서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를 느꼈으니 우선 이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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