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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좋은 수필

별, 경이로운 예술의 시원(始原)

- 김미경의 <고흐의 별, 나선은하 M51a>를 읽고

by 한혜경


1889년, 생 레미 마을 정신병원에서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던 사람이 있었다.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던 그는 그림을 그릴 때만 비로소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던 사람이었다.(『반 고흐, 영혼의 편지』)

많은 것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었으나,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 불화와 가난으로 고통받았던 사람, 그는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이다.



별을 그린 그림 중 가장 유명하고 몽환적인 <별이 빛나는 밤>에서 별은 흔히 알려진 모양이 아니라, 회오리치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고요히 어둠에 잠겨있는 마을 위로 짙은 코발트색 밤하늘에 떠 있는 11개의 별들과 달은 두터운 빛들로 둘러싸여 있고, 그 가운데 흰빛과 노란빛, 푸른빛으로 소용돌이치는 빛무리가 역동적 에너지를 내뿜고 있다.


https://sl.bing.net/dT5MbQY6404


김미경의 <고흐의 별, 나선은하 M51a>는 고흐의 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오버랩시켜 눈물 젖은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글이다.

학창 시절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지낼 때 친척집 창문 너머로 바라보던 별. 별을 보며 위안을 얻었기에, 고흐에게도 별은 “눈물을 닦아주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치유의 별”이었으리라고 짐작한다.

곧 “고흐의 별”은 작가 자신의 별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흐의 별을 “병적인 문양”으로 해석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나선은하를 보고 그린 것이라는 마이클 벤슨의 주장에 동조한다. 나선 팔 두 개를 갖고 있는 한 쌍의 은하. 무려 천억 개의 별들을 휘감고 회전하면서 만들어내는 소용돌이 율동에서 고흐의 별을 보는 것이다.


사실 고흐가 나선은하를 알았는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휘몰아치는 절망과 슬픔, 열정과 꿈, 따뜻한 정을 그리워한 화가의 마음”과 “더 이상 슬퍼하거나 아파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소용돌이별로 표현되었으며, 그 별이 “상처투성이 예술가를 있는 그대로 보듬어주고 둥글게 안아준 품이 돼 주었지 싶다”라고 느끼며 공감하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바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장면이자, 예술의 의의를 보여주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때 별은 “수소 가스를 태워 빛을 내는 가스 덩어리”를 넘어선다.

“어둠 속에 갇혀 빛을 갈구하는 영혼”의 간절한 희망이며, 강렬한 색채를 통해 표현된 꿈과 사랑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누군가의 가슴을 울리는 감동의 선율이 된다.


그리하여 고흐의 별은 1889년에 완성된 그림 안에 갇히지 않고 영원한 빛을 획득한다.

지구상 어딘가에서 “남루하고 초라”한 현실 때문에 슬프고 외로운 누군가의 마음을 위무하고 안아주기도 하고 그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웃어주기도 한다.

좀 더 나아가, 그 심정을 꾹꾹 눌러 담아 수필을 완성하게도 하니, 별이라는 경이로운 우주가 펼쳐내는 무궁한 기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 <데일리 한국> 2025. 7. 28 게재

https://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249778

(수필 원문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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